믿기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입니다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레몬 버터빵, 호두 버터빵, 무생채, 무생채 비빔밥, 깍두기, 동치미, 무밥, 소고기뭇국, 소고기 볶음밥, 토마토소스, 디마레 (토마토파스타), 아마트리치아나(돼지 볼살이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 풍기 토마토 (버섯 토마토 파스타), 오븐 치즈 파스타, 피자빵구이, 죽순 덮밥, 스파니쉬 스펀지케이크, 케이크 테코, 시트러스 과일차, 스파클링 에이드, 달걀 프라이, 수플레 에그 오믈렛, 수란, 레몬 에그빵, 베이컨 에그 베이크, 콩나물밥,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버섯볶음, 배추나물, 머위나물, 죽순 w 들깨 볶음, 들깻잎 볶음, 중식 볶음밥, 오이소박이, 돈가스, 마카로니 치즈구이, 탕수육, 중식 감자볶음, 레몬버터빵, 피칸 버터빵, 김치볶음밥, 짜장면, 김밥, 허브 통닭 오븐구이, 치킨커틀렛, 닭껍질로 감싼 안심 레몬구이, 닭볶음탕, 즉석 떡볶이, 김말이 튀김, 어묵탕, 까르보나라 떡볶이, 피칸 레몬 버터 쿠키, 깻잎 전, 동그랑땡, 동태 전, 배추 전, 두부 전, 고추전, 호박전, 채소믹스 전, 만두, 라쟈냐, 볼로네제 파스타, 유부 반두전골, 수육, 겉절이, 파김치, 무·당근 초절임 무침, 등심 스테이크, T본 스테이크, 토마호크 스테이크, 바비큐소스, 크림소스 그리고 솥 밥


한 해 동안 아이들이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이 수업에 참여도 안 해보시고 맛을 보거나 사진을 보고 선생님이 다해 줬겠지라고 생각을 하더군요.

천만에요!

전 알려주기만 하고 모든 요리는 제 감독하에 아이들이 요리합니다.

그러면서도 칼에 베이는 사고 한번 없었습니다.

3월부터 아이들은 무 한 상자를 깨끗이 씻어 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손이 아파요.”

“천천히 해.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

“선생님 다리 아파요.”

“좀 앉아 있다 할래?”라며 도마를 놓는 방법부터 칼을 쓰는 법 그리고 칼 가는 방법까지 배웠습니다.

재료를 다듬는 방법부터 고기를 통으로 사서 손질하고 썰고 썰기를 1년 동안 연습한 셈이지요.

지금은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솜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힘들다고 다른 선생님처럼 다듬어지고 썰어진 재료를 사다 쓰자며 징징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쌓여있는 재료를 보고 한숨은 쉬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료가 적을수록 힘든 수업이라는 걸 알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이제는 내년에 대밭에서 따올 죽순을 걱정하는 아이들입니다.

정말 많이 컸네요.


아이들이 언제부턴가 ‘이런 거 해서 뭐해요.’라는 공허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시험 기간이 돌아오면 삼삼오오 모여 칠판에 문제를 풀어보고, 서로의 의견을 조합해 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우리 학교 수준은 이 정도예요. 적당히 하면 돼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이었죠.

“왜 학교 수준에 맞추려고 해? 네 수준에 맞춰야지.”

“제 수준이요?”

그러자 2학년 아이가 나섭니다.

“선생님이 시험은 나를 시험하는 거래 남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고.”

우리 우스가 한 말입니다. 참 기특하지요.


“그건 그렇지, 너희 아직도 재료 계량할 때 우왕좌왕하잖아. 공부는 커가면서 생활에 필요할지 모르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거야.”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그래요.”

“어른들이 ‘너 커서 잘되라고 공부하라는 거야.’라고 얘기하지? 그런데 뭐가 잘되는 건지 모르겠지?”

“그러니까요.”


“자 봐봐. 우리가 요리할 때 필요한 재료를 고르지, 신선한 것으로 그럼 신선한 건 어디에서 나오지? 조리할 때 조리법을 알아야 해. 어떤 조리법을 써야 하지? 시간과 불 조절이 필요해, 그렇다면 재료의 양에 맞춰 적당한 용기와 시간 그리고 볼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지. 빨리 요리를 할 때와 느리게 요리할 때 일어나는 재료의 반응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걸 우리가 어떻게 다 알아요?”

“그러니까 배우는 거야. 요리할 때 재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날씨에 다른 온도 변화에 불과 시간 그리고 재료 조절이 필요한 숫자의 조합. 그리고 이런 것들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하려면 한글도 잘 알아야겠지.”

“많이 필요 기는 하는구나.”

“너희가 커서 뭘 할지 모르니, 자주 사용하거나 커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조합해서 너희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거야. 그러니 잘 배워야겠지.”

이렇게 우리의 수업은 독후감을 써오고, 칠판에 숫자를 적어가며 개량하고, 조리 시 작용하는 화학반응에 대해서도 같이 공부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하기 싫어’라는 말보다. ‘다음엔’이라 말하는 아이들이 되면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이 됐습니다.

특별한 요리를 배우는 ‘요리 동아리 부원’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씩씩하게 다닙니다.


초등학교 6학년, 그러니까 4년 전 처음 봤던 못난이 3학년이 졸업을 합니다.

매일 거무튀튀한 얼굴하고 구박만 받던 소심한 아이들이 이젠 자존감 높은 아이가 되어 졸업합니다. 단 하나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그리가 걱정이지만요.


남은 1학년과 2학년 아이들은 내년에도 선생님이 학교와 싸워 이기고 개선장군처럼 ‘요리 동아리’를 열어달라는 애틋한 눈빛을 보내지만, 전 자신이 없습니다.


수업을 시작하며 축제에 참여하자는 약속, 요리대회에 나가자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선생입니다. 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선생이 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못난 선생이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 수업을 끝냈습니다.

한동안 아이들 이야기를 글로 올리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다 이제야 글을 마무리합니다.

제 소망은 아이들이 지금 같은 모습으로 앞으로 씩씩하게 살아가길 기도 할 뿐입니다.


“얘들아, 사랑해~”


https://brunch.co.kr/brunchbook/sancheon

https://brunch.co.kr/brunchbook/sancheon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