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선생이 트러플 스테이크로 미안함을 전합니다 2

산천 요리생 마지막이 아니길

by 서진

참송이버섯 크림소스

“이것은 참송이버섯입니다. 송이버섯을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오늘은 요걸로.”

참송이버섯으로 크림소스를 만들었다.

얇게 저민 참송이버섯을 프라이팬에 구워 볶아낸 마늘과 양파에 넛맥을 갈아 넣고 크림을 넣어 조려내면 된다.


스테이크 소스

소고기 뼈를 구워 각종 채소를 볶아 커다란 냄비에 넣고 이삼일 동안 끓이고 걸러낸 소스를 쓰고 싶었지만 우리의 시간 사정이 녹록지 않아 미리 만들어진 소스를 사 왔다.

거기에 양파와 마늘을 다져 볶은 팬에 토마토홀을 으깨서 넣어 만든 토마토소스를 첨가하고 갈아 놓은 마늘과 다진 허브를 넣어 새로운 스테이크 소스를 끓였다.


“자 이제 스테이크를 굽겠습니다.”

팬을 뜨겁게 달구고 “고기다 고기, 진짜 두껍다.”라는 아이들에게 “잘 봐. 한 번뿐이야.”라는 으름장을 떨고 토마호크를 꺼냈다.


“말로만 듣던 토마호크 상당히 두껍고 크지? 여기는 새우살, 그 밑으론 등심입니다. 소금을 뿌리고 올리브오일을 발라서 뜨거운 팬에 넣어요.” 팬에 올린 부분이 익어가며 빨갛던 생이 하얗게 올라오는데 0.5mm 정도 올라오면 뒤집으면 된다. 그럼 마이아르 반응으로 인해 노릇노릇한 것보다 더 진한 색을 띠고 딱딱하게 구워진다. 뒤집고 다시 옆면을 구워주면 끝.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겉면이 식으면서 수축하며 열기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고기 안쪽을 익히기 위해 오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고, 오랜 시간 익혀 겉면이 타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지.

“티본은 T자 모양 뼈를 중심으로 작은 부분이 안심 반대쪽 큰 부위가 등심이야. 토마호크를 구웠을 때와 똑같이 구워주면 돼.”

“우와 T본은 토마호크보다 더 큰 것 같아요.”라며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고 침을 꼴깍꼴깍 넘기며 참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자자, 침 그만 흘리고 등심. 굽는 건 똑같아 소금 뿌리고 올리브오일 바르고 뜨거운 팬에 올리는 거야. 익는 시간이 다를 뿐이지. 선생님 하나를 구울 거야. 그리고 남은 고기는 하나씩 구워본다. 그리고 서로가 구운 고기 맛을 보는 거야.”

“네.”


아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프라이팬을 달구며 서 있다. 고기를 올리면서부터 미간이 모이고 입이 앞으로 점점 튀어나오며 고기에 꼬꾸라질 듯이 집중하고 있다.

“오오 다됐어 다됐어.”라며 동생들이 고기를 굽고 나자 형님들이 나선다.

이번엔 그리 차례, 고기를 구워 잘린 면을 보니 너무 잘 구워냈다. 그런데 입을 꼭 다문 채 접시들 나에게 들이민다.

“선생님 드세요.라고 해야지.”

그리가 오기라도 부리듯 접시에 놓인 고기만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야, 말해. 네가 가진 불만이든 걱정이든 감사함이든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 수 없어.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야. 지금까지 선생님이 기다려 줬잖아. 기다린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에게 날 이해해 달라 말할 수가 있을까?”

그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다. 그러고선 입을 더 굳세게 닫고 있다.

“선생님이 요리 끝날 때까지 생각해 보고 다시 ‘선생님 드세요.’라고 말해줄래.”라는 말을 남기고 수업을 이어나갔다.


알맞게 구운 모양새와 제법 고깃간도 잘 베어 나보다 아이들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븐에 토마호크와 T본 그리고 두꺼운 등심을 넣고 냉장고에서 은색 비닐에 쌓인 봉투를 들고 소스와 재료가 있는 테이블로 왔다.

“모여봐.”

모여든 아이들 뒤로 접시를 들고 서 있는 그리가 보인다.

“그리야, 너도 모이라면 모여야지.”라는 말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 유명한 트러플, 송로 버섯이라는 것입니다. 남은 재료비 탈탈 털어서 샀어요.”

“와~ 이게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버섯이에요?”

“사실 검은색보다 하얀색이 훠어어어얼씬 비싼데. 우리는 여기에서 만족하자.”

“신기해. 향이 다른 버섯들하고 달라요.”

“향긋한 냄새가 나지?”

“진짜 신기해. 처음엔 이상했는데, 이상한 향이 사라졌어요.”

“이게 은근히 땅긴다. 지나고 나면 생각나고. 수업 끝나고 조금씩 잘라줄 테니 동생들에게도 보여줘.”


2+ 한우 등심스테이크를 꺼내 접시에 담고 따듯한 샐러드로 데쳐 버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팬에 살짝 볶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그린빈 그리고 살짝 구운 참송이버섯을 곁들이고 진한 발사믹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뿌린다. 거기에 허브버터를 살짝 올린다.



T본스테이크는 데쳐 버터를 녹인 팬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아스파라거스와 그린빈 그리고 당근을 올린다. 스테이크 소스를 올리고 송로버섯을 얇은 슬라이스로 잘라 올리고 허브 버터를 곁들인다.


토마호크는 등심 스테이크와 같은 따듯한 샐러드를 곁들이고 참송이버섯 크림소스를 올린다. 이제 송로버섯을 올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리고 허브 버터도 곁들인다.


스테이크가 모양새를 갖추자 그리가 다가온다.

“선생님 제 스테이크 드셔보세요.”

웃으며 한입 먹고 “간을 잘했네. 따뜻할 때 먹었으면 더 맛있었겠다. 잘했어. 친구들도 하나씩 먹어보라 해.”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리에게 다가가 하나씩 집어먹으며 맛있다고 엄지 척 올려 주고 있는 모습에 더할 말이 없었다.


“그리야, 자 봐봐. 너에겐 둘도 없는 친구들이 생겼잖아. 잔소리는 많지만 네 얘기를 들어주는 선생님도 있고. 너 행복한 사람이야. 웃어 그래야 복이 와. 그리고 말해! 그래야 사람들이 네 이야기를 들어줘 알았지. 너 내년에 고등학생 된다. 형님 알아들었지요?”

“네.” 자그맣게라도 대답하는 녀석의 힘겨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우쭈쭈 해주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 얘들아, 선생님하고 1년 동안 없는 재료로 요리하느라 고생했다. 맛있게 먹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왁자지껄하게 만든 요리 수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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