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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Feb 07. 2024

된장 김치찌개와 감자채볶음 그리고 죽순 비빔밥

그래, 먹고 힘내자

그래, 먹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동생의 바람대로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며 조용히 지냈습니다.     

저녁이면 밥도 각자의 시간에 맞춰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나는 식탁에서 컴퓨터와 사투를 벌이거나 책을 보고, 두부는 바닥에서 뒹굴뒹굴 책을 보거나 핸드폰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싸운 건 절대 아닙니다.

다 큰 어른이 사회생활 하다 보면 짜증이 나는 일이 생기고, 모든 일이 귀찮아지는 때가 생길 때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동생에겐 바로 지금이 그때인가 봅니다.    

 

남들은 3년 직장을 다니면 돈도 모으고 여유롭게 산다는데 이렇게 살다 간 나에게는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제가 볼 땐, 본인이 때려치우지 않는 이상 꾸준히 다닐 수 있는 든든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시골집이라 해도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는데 말이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적도 있었고, 불확실한 직장에서 적은 월급으로 전전긍긍하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드라마에 나올법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옆에서 미주알고주알 “내가 살아 보니 말이야!”라며 이야기해 줄 단계도 아닐 때라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두부가 퇴근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혹시라도 밥을 찾을까 싶어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었죠.


“언니 저 왔어요.”

두부가 왔네요. 아직도 시무룩했어요.

“밥은?”

“내가 알아서 먹을게.”라더니 길동이와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한참 후, 길동이와 들어온 두부가 옷을 갈아입더니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고기 먹고 싶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

“내가 구우면 되는데 뭐. 언니도 먹을 거야?”

“조금만 먹자.”

동생이 1kg 팩에 들어있는 목살을 다 굽고 있었습니다.

“그걸 다 먹게?”

“언니가 그냥 밀봉해서 놔두면 안 된다고 해서 구워 놓으려고.”

조금 전에 남은 고기 그냥 두지 말고 잘 처리해 밀봉하라 했더니 구워서 넣어 놓으려 했나 봅니다.

아무래도 생각이 많은 모양입니다.   

  

“남은 고기는 내일 김치찌개 해줄까?”

“난 좋지.”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며칠 못 해준 밥을 해주려 주방에 들어갔습니다.

불려 놓은 쌀로 밥을 지었습니다.

감자와 양파를 까서 채를 곱게 쳐서 물에 담가 놓았습니다.  

   

두부가 좋아하는 된장 김치찌개.     


냉장고에서 2년 동안 묵혀둔 김치를 꺼내 김칫국물을 꼭 짜냈습니다.

;젓갈이 가득 들어간 전라도 김치는 약간 짭짜름하지만 묵으면 묵을수록 맛이 있더군요.

된장으로 간을 맞춰야 해서 짭짤한 김칫국물을 짜냅니다. 

그렇다고 너무 꼭 짜면 안 되겠지요. 그래도 김치찌개인데 김치 맛이 나야겠죠.    


적당한 크기로 썰어 볼에 담았습니다.

거기에 어제 구워둔 돼지고기를 썰어 넣었습니다.

된장 1숟가락 반 정도 퍼서 볼에 넣고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었습니다.

붉은색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줍니다.


냄비에 묻힌 김치와 고기를 넣고 육수나 물을 부어 끓였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양파를 넣었습니다.

팔팔 끓은 된장 김치찌개를 중 약불에 맞추고 뚜껑을 닫아 끓였습니다.    

마지막에 어슷 썬 대파를 넣어 마무리했습니다.


고슬고슬한 밥이 들어있는 밥솥을 옆으로 옮기고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에 올렸습니다.

얼마전 했던 감자채 볶음 두부가 좋아하는 반찬중 하나라 또 만들었다.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들기름 2/3와 채소유 1/3일을 뜨겁게 달궈 물기를 제거한 채 친 감자를 빠르게 볶아냅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 후 총총 썬 대파를 넣어 다시 빠르게 볶아냅니다. 불을 끄고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갈아놓은 깨를 넣어 버무려 줍니다.  

   

두부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반찬을 놓으랬더니 반찬 통째 놓았네요.

그래도 전처럼 맛있다며 수다를 떨며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넌 된장 넣은 김치찌개가 맛있어?"

"응, 전에 시어머니가 끓여준 게 처음이고 그다음이 언니가 끓여준 건데. 그냥 김치찌개보다 맛있어."

그 소리에 흐뭇해졌다.


“두부야 죽순 비빔밥 해줄까?”

“비빔밥 좋지 헤헤헤.”

설거지까지 해 놓은 것을 보니 두부의 기본이 조금 풀린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 저녁 두부와 길동이가 산책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비가 우두둑 떨어졌습니다.

밥 하던 손을 멈추고 얇은 바지를 입은 체 양말도 신지 못하고 외투만 걸쳐 입고 우산을 들고 바깥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길가로 가서 두리번거려도 두부도 길동이도 보이지 않았어요.

마구마구 달리듯 걸어 자주 가는 산책코스에서 마주치기를 기대하고 두리번거리며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저기서 길동이가 나에게 달려옵니다. 그런데 두부는 쭈뼛거리는 폼이 이상했지요.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언니야, 왜 나왔어. 얇은 바지 입고 안 추워.”

“비가 이렇게 오는데 좀 빨리 걸어 오지.”

“난 저기서 어떤 이상한 여자가 비 오는데 뛰어오는 줄 알고 도망가려고 했어.”

“난 너 멀리서 봐도 넌지 알겠던데.”


우리는 사방에 널려있는 논 사이 농로를 걸으며 오랜만에 고맙다. 괜찮다.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빵 터졌습니다.

점심에 두부가 길동이 이발을 시키겠다며 데리고 나갔습니다.

이이잉 이이잉 두부 전화? 왜?

여보세요라고 말할 틈 없이 흘러나오는 두부의 목소리.

"어, 길동이 쥐 같아."

"뭔 말이야?"

"일단 집에서 봐."


길동이와 두부가 돌아왔습니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내뱉으며 두부를 계속 째려봤습니다.



매콤 달콤 죽순구이 비빔밥

녹여둔 죽순을 가늘게 찢고 면 보자기에 쌓아 물기를 짜줍니다. 그리고 볼에 담아놓아요.

고추장 1대 고춧가루 2 비율로 넣습니다.

양조간장 2, 국간장 1, 어간장 1 비율로 섞어 넣어요.

여기에 다진 마늘과 생강, 매실액, 물엿, 설탕 조금, 후추를 넣어 잘 버무려줍니다.

간이 배도록 잠시 옆에 둡니다.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채소 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죽순을 넣어 여러 차례 뒤적여 볶아준 후 중간 불로 줄여 완전히 익혀줍니다. 다시 강한 불로 올려 썰어 놓은 쪽파를 넣고 빠르게 볶아 불맛을 넣어주고 불을 끕니다. 여기에 갈아놓은 깨와 참기름을 넣어 섞어줍니다.          


그릇에 밥을 담고, 죽순을 올리고, 손으로 댕강 자른 상추, 무생채, 감자채볶음, 시금치나물을 올립니다.


고추장 1숟가락, 매실액 1t, 탱자즙 1t, 다진 마늘 1/2t, 생강 1/3t, 조청 1t, 후춧가루 조금을 넣어 만든 고추장 양념장을 가운데 올리고 그 위에 달걀부침을 올립니다.  

   

두부가 밥이 더 필요하다며 비빔밥 그릇을 들고일어납니다.   

  

두부와 나는 연고가 없는 시골에서 둘이서 산다고 해도 맞을 겁니다.

서로서로 의지해야 하지요.

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도, 두부의 말을 들어줄 사람도, 우리 둘밖에 없습니다.

제가 속이 몹시 좁았나 봅니다.

혼자 얼마나 힘들까요.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 주고 필요할 때 어깨를 내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참 이 언니는 못났습니다.     

“두부야, 미안해.”


그나저나 우리 길동이 털은 언제 자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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