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2-13

다이어트

by 서진

두부의 다이어트 결심, 자축연을 위해 단골 고깃집을 예약했다.


두부가 퇴근하고 집으로 날 데리러 온다는 연락이 왔다. 내가 버스를 타고 나가면 될 텐데 집에 온다는 건, 분명 경태에게 텃밭 구경시켜 주려는 모양이다.

차 소리는 났었는데 둘 다 들어오질 않는다.

텃밭 구경 맞네.


, 나갈 준비를 마치고 텃밭으로 나갔다.

“얘들아, 덥다 얼른 가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설명하는 두부.

“누님 글을 보면 대농인 줄 알겠어요.” 하며 웃는 경태.

“얘가 뭘 모르네. 이 텃밭이 우리에겐 대농보다 더 힘들어 그네들은 자동화 시스템이잖아. 그리고 일꾼들이 하지. 우린 핸드메이드. 그런데도 잘 자라주는 작물들이 신기하지.” 난 대견한 나와 두부의 텃밭을 사랑한다.


“길동이는 괜찮아요?” 어라! 이 녀석 한 시간 전, 올린 글까지 다 봤나 보다. 기특한 놈.

"너 어떻게 알았어?" 난 시치미 뚝 뗐다.

“내가 누님 글 정독하고 있죠. 하하하하하”

“고맙네! 동생.”

“그럼 내일부터 다이어트 시작이에요?”

“두부에게 물어봐~” 우린 두부를 바라봤다.

두부가 눈을 깜빡이며 우릴 피한다.

“밥 먹으러 가자.” 나는 차 문을 열고 탔다.


“두부야 아까 들었지? 의사 선생님 말씀. 나쁜 습관이 쌓여서 병이 되고 살이 된다고.”

“누님 진짜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한 거예요.” 경태가 설마 아니겠지라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부장님, 아이러니하지? 진짜 기가 막히게, 오늘 길동이 검진 결과 설명하면서 살찌는 이유랑 비교해 설명해 주셨어요. 서울대 나왔다니까 믿음이 더 가더라. 진짜 빼야겠어.” 두부, 두무룩 해진다.

역시 우리나라는 학벌이 최고야. 서울대.

학생 수가 적어져 서울대 입학 커트라인도 줄었다는데, 앞으로도 학벌이 최고가 될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두부야 너도 방금 올린 글 읽었어?” 오늘 두부가 동물병원까지 왔다 갔다 하느라 바빴을 텐데.

“아니. 나 오늘 바빴어.” 두부는 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면서 회사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도 내가 소설 쓰는 것 같아?” 난 경태를 실눈을 뜨고 지긋이 바라보며 물어봤다.

“진짜 이렇게 살 수 있을까는 싶죠.”


사람들이 두부와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면, 이상 하리라 만치 부러워한다.

“니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니?”
“시골 생활이 너희들에게 딱 맞나 보다. 이사 잘 갔네.”
“둘이서 시골에 사는 거 보면 신기해.”
“젊은 처자들이 참 부지런햐, 저라고 재밌게 산당가.”
“오늘은 멋한당가? 집이 개안하네잉”


우린 심심할 정도로 하는 일이 없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 사는 것보다 더 재미없게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두부와 나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고 적다고 해서 일을 시키지 않는다.
네 일과 내 일 미루지 않는다.
작은 일이라도 상의해서 결정한다.
서로의 고민을 진심으로 받아주고, 같이 고민해 준다.
집안일은 시간이 되는 사람이 처리한다.
연륜이 많은 나는 머리를 쓰고, 힘 좋은 두부는 힘을 쓴다.

요 정도만 지켜도 같이 살만하다.

그렇다고 다투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고기를 굽고, 두부는 맥주를 마셨다.

“이젠 맥주도 못 마시는 건가?” 두부가 맥주를 바라보며 아쉬워한다.

우리는 맥주를 아주 좋아한다. 진심으로 맥주 러버다.

“두부야, 마셔도 돼. 처음부터 ’ 안돼!‘가 어딨어. 쥐도 몰아붙이면 고양이 문다. 마시고 싶으면 하루에 한두 캔 정도 마셔. 매일은 말고. 우리는 식습관을 먼저 바꿔야 해.”


우린 '아침 꼭 먹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배달 음식보다 집밥 먹기, 라면은 일주일에 하나 정도 그리고 두부의 정기 회식이 있는 수요일과 불금엔 치팅데이.

“두부야 그렇다고 회식 때 너무 많이 먹으려 말고, 좋아하는 메뉴를 먹어.”


난 두부에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자 오늘이 시작입니다. 술 먹지 말고 닭가슴살과 샐러드 먹읍시다.’ 보다는 한 달을 기준으로 조금씩 식습관을 바꿔볼 요량이다.

이번 두부의 다이어트는 장기전이다.

“우린 건강하게 살려고 다이어트를 하는 거야. 알았지.”

“OK~”


두부는 소맥을 말아 경태랑 회사 얘기로 심각해지더니, 다시 내 브런치에 올린 글 이야기로 고기 두 판을 비웠다.

“2차 가자.” 그녀가 신이 났다.

오늘 저녁은 두부가 원하는 메뉴로 시작을 하고 끝을 맺었다.

“언니 내일은 뇨끼 해줄 거야? 그럼 크림 베이슨가?”

“아니. 세이지, 레몬 버터 소스를 만들 거야. 뇨끼는 북유럽 스타일로 살짝 구우려고. 그리고 바질이 들어간 샐러드.”

“맛있겠다.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경태에게 이제 약속은 금요일로 맞추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도 날씨가 맑겠네.

별이 많다.


“언니! 대박”

아침이다.

두부가 벌써 부지런해졌다.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를 깨웠다.

“왜?”

“나 인생 최대 몸무게를 기록했어. 75KG”

“두부야 축하해. 살 빠지는 게 눈에 똑똑히 보이겠구나.”

“그렇겠지!”

우린 두 손을 맞잡고 통통통 뛰었다.

길동이도 같이 뛴다.


두부와 나는 막 간 토마토와 어제 쪄놓은 밤 호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연 그녀는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