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을 탐사하러 떠난 소설가가 있습니다. 바로 김금희 작가님
대온실 수리 보고서로 감탄을 자아낸 김금희 작가의 힘을 뺀 사랑스러운 에세이입니다. 누구나 남극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나봅니다 김금희 작가는 극지연구소의 하계연구대에 지원하여 해상생존교육과 기초안전교육 등을 2달 정도 남극의 우리 세종 기지 산하 장보고 기지에 합류하였습니다. 대원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실험을 보조하는 역할인데요. 뽑혔을 때부터 훈련, 가서 남극에서 적응하고 사람들과 펭귄들과 함께 하는 일상까지 소소하게 적혀 있습니다.
일단 작가 중에 남극에 가신 분이 없어서 남극 에세이는 처음이구요. 저는 제가 갈 수 없는 곳을 재미나게 기록한 에세이를 즐겨 읽는지라 -예를 들면 정유정 작가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완전완전 유머러스하고 실감나고 눈물나게 재미납니다!-이 책도 당연히 보자 마자 바로 구입했어요. 얼마전 이 작가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 읽고 감동이 차오른게 아직 가시지 않았기도 했구요.
이 책은 대전의 성심당 앞에 있는 다다르다라는 독립 서점에서 산 책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ㅎㅎ 여행지에 가면 독립 서점에서 책을 사는데 책을 볼 때면 여행지의 추억도 생각이 나고 그렇잖아요.
암튼 이 책에는 고립된 남극의 기지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일을 하는 이야기인데요. 보통 이런 경우 서스펜스로 흘러가지만 (읭?)이 책은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소소하고 평화롭습니다. 간간히 펭귄 사진 넣어주신 거 너무 귀여워요!! 평귄들 묘사하는 모습들에서 야생 펭귄을 본 기억이 떠올라 더욱 좋았어요 저는 호주 멜버른 근교의 어느 섬(?)의 바닷가에서 귀가하는(!) 요정같이 작고 소중한 페어리 펭귄들을 보았었거든요. 그 때의 감동을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여기 잘 묘사되어 있는 것 같아요.
몇 가지 구절을 인용하고 마치겠습니다. (갑자기?)
지구를 한참 돌아 펭귄들 앞에 서 있는 나도 이 순간을 손쉽게 얻은 건 아니었다. 살아남기를 잘했다고 나는 해변에서 생각했다.
사람들이 펭귄을 좋아하는 건 용감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으르렁거리며 완력을 과시하는 용감함이 아니라 느리고 작은 존재가 신비롭게 보여주는 태연함. 극한의 날씨를 버티며 유빙의 바다를 수영하는 펭귄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동과 경이.
정작 나는 추워 덜덜 떨고 있었지만 마음은 녹듯이 포근해졌다. 일면 슬퍼지기도 했는데 너무 순정한 것, 아름다운 것, 들끓는 자아 따위와는 무관한 자연 자체의 풍경과 맞닥뜨릴 때 느기는 기이한 상실감 같은 것이었다.
기지의 실물만 아니라 되도록 많은 존재가 이 소리를 들으면 좋겠다. 음악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니까. 우리가 자연을 향해 보내는 가장 근사한 친교의 신호니까. (기지 농장의 상추와 치커리 앞에서 비발디 봄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옆새우 연구 대원을 보며)
압도적인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평화, 인간종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만들어냈던 꿈결같던 일상. 그것을 간직한 채 나는 여기로 돌아왔다.
작가는 출발전에만 해도 자신의 남극행을 말리며 완고하셨던 아버지가 불과 두 달 사이에 자신의 상황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어지셔서 당황하게 됩니다. 한 달 만에 알아낸 병명은 자가면역성 뇌염이라고 합니다. 귀환 후 닥친 청천벽력같은 현실 속에서 두 계절을 아버지 간병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극의 여름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견디고 계신다고 하네요. 그러며 책의 마지막에 이 대목을 남기셨어요.
어쩌면 내가 남극까지 간 건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 같다. 눈을 감지 않아도 언제든 대륙의 흰빛, 푸른빛, 살아있는 펭귄과 고래의 매끈한 검은빛, 붉은 기지복을 입고 발맞추어 걸어주던 사람들의 빛, 그 모든 것을 품은 채 걷고 있으면 언제든 나는 나의 폴라 일지 속으로 들어갔다가 새로운 마음으로 한 발 걸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