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작가님 자아가 몇 개세요? 너무 본인 같은 이야기들인데 직업 다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문학동네
화제의 도서'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미쳤는데 미쳤다 와 이게 이렇게 대박 이렇게 썼다고???혼자 쓴 거 맞아? 작가 자아가 여러 개야? 여러 명이 쓴 거 아냐??싶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다''로나, 우리의 별'을 읽으며 작가님 텔레비전도 많이 보고 덕질 좀 하셨네 싶었어요. 어쩜 이리 잘 아시지? 요즘 아이들의 덕질 문화를?
그리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며 변두리 주변인 10대 20대를 너무 잘 아신다. 다문화 청소년에 대해 너무 잘 아신다. 그런데 어린애들이 쓰는 각종 밈과 이모티콘은 어쩜 이렇게 잘 아실까. 이렇게 적나라하게 잘 아는 작가는 처음봤어요. 커뮤니티에 살지 않는 한 모를텐데말이죠. 작가님의 정체성을 커뮤니티를 즐겨 하는 젊은이로 봤지요.
'롤링 선더 러브'를 읽으며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요. '나는 솔로'패러디가 너무 웃기게 진지해서요. 존재감이 미미한 자칭 노처녀 주인공의 심리가 너무 적나라해서 '나는 솔로' 즐겨 보시는 골드미스이신가 싶기도 했어요. 나솔 내용도 완전 제대로 패러디했고 그 연배에서 어린 시절 즐겨 들은 노래까지 너무 그 시대 것이라서요.
그런데!! 뭡니까. '보편 교양'에서는 정체성이 딱 고등학교 선생님이시잖아요. 선생님 아니고서는 고3 진로 선택 교실의 풍경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나올 수 없다면서. 아니 이거 일반인이 어떻게 아는 거에요?? 게다가 열심히 하는 선생님의 내면이 너무 와닿잖아요ㅠㅠㅠ 작가님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글마다 장르가 다다르고 자아가 바꿔뀌어져서 너무 놀랐습니다. 그만큼 현장 조사를 열심히 하신 걸까요? 게다가 너무 재미나요 ㅠㅠㅠ 안 읽어본 분들 다들 읽어보세요!!!
1.세상의 모든 바다:걸그룹 세모바의 열혈팬인 재일교포3세이며 우리나라 대학원에 재학중인 하쿠는 세모바(SMB)의 공연이 열리는 잠실주경기장에 겉돌이를 하러 갑니다. 표를 구하지 못했기때문에 겉만 돌며 굿즈만 사려는 계획이었는데요. 굿즈샵에서 멀리 해진(가상도시)에서 온 고등학생 백영록과 마지막으로 남은 같은 굿즈를 동시에 고르다 하쿠가 외국인인 걸 안 영록이 굿즈를 양보하자 하쿠는 표를 사지 못한 팬들을 위해 세모바가 콘서트장 앞마당에서 게릴라콘서트를 한다는 트위터발 정보를 전하며 감사를 표시합니다. 하쿠는 기다리지 않고 이내 집에 돌아오고 잠실콘서트장 앞에서 세모바로 위장한 과격분자에 의해 벌어진 참사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2.롤링 선더 러브: ‘나는 솔로’ 패러디 ‘솔로 농장’ 유난히 키가 작은 서른 일곱 살의 사랑지상주의자 맹희는 원하는 사랑을 만나지 못하자 결국 ‘솔로 농장’ 출연을 결심합니다. 그 곳에서 맹희는 본인의 이름이 아닌 ‘완두’라는 이름으로 생활하고 남성 출연자인 버섯, 당근, 고구마 등을 접하게 되지만 정작 완두의 마음에 든 것은 자신의 전담 카메라맨인 우엉 피디였습니다. 거름 싣기 시합에서 특유의 깡다구로 승리한 완두는 마음에 드는 남성 출연자를 선택하지 않고 홀로 ‘카메라 맨’과 둘만의 산행을 선택하는데...
사랑은 겁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이름과 얼굴은 지워졌어도 촉감과 온도와 음향, 아득한 형체로 남은 것들에 관해. (맹희는 오늘도 이름도 까먹은 옛사랑이 그립다.)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비혼주의자 친구 리아의 명언)
전철역을 나서고도 집에 가지 않고 산책하는 날들. 노점에서 굽는 붕어빵 냄새. 담장 위를 걷는 고양이의 발걸음. 전동 킥보드에 올라탄 여중생들의 웃음 소리. 모든 것이 은총처럼 빛나는 저녁들. 하지만 맹희는 이렇게 무해하게 아름다운 세상 앞에서 때때로 무례하게 다정해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 마음이 어떤 날에는 짐 같았고 어떤 날에는 힘 같았다. 버리고 싶었지만 빼앗기기는 싫었다. 맹희는 앞으로도 맹신과 망신 사이에서 여러 번 길을 잃을 것임을 예감했다. 많은 노래에 속으며.(순무와의 교제를 마치며 나, 조맹희, 사랑을 했다.)
3.보편 교양:현대 문학 석사인 곽은 고등학교 3학년 진로 선택 수업으로 모두가 꺼려하는 ‘고전 문학’을 맡으며 방학 하나를 통째로 반납할 만큼 의욕적으로 수업 준비를 합니다. 위대한 고전들을 사비 30만원을 들여 사서 읽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학습지를 만들고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커리큘럼을 짭니다. 커리큘럼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첫째, 인류의 지성사와 예술사에서 고유의 좌표를 차지하는 열 권 내외의 도서를 선정한다. 각각 3차시 내외의 강의로 핵심 내용과 의의를 소개한다.
둘째, 학생들은 지망 전공이나 개인적 호기심에 따라 자유롭게 도서 한 권을 택해 읽는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꾸준히 독서록을 쓰는 시간을 마련한다.
셋째, 최종적으로 학생들은 읽은 책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담은 글 한 편을 쓴다. 교사는 주제 탐색, 개요 조직, 집필과 공유와 퇴고까지 지원한다. 학습이란 입력 뿐 아니라 출력도 포함하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수업교실에 책꽂이와 학교 지원으로 마련한 100권의 명저를 꽂아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업에 나타난 학생들 중 20명은 다른 공부를 하고 5명은 자고 수업을 듣는 학생은 4명 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그 중에 은재라는 영특한 학생이 그나마 진심으로 공부를 하여 소통하며 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은재의 아버지에게서 민원 전화를 받게 되는데요. 바로 추천도서 목록에 있던 마르크스의 ‘자본론’때문이었습니다. 곽은 아버지의 민원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는데요...
‘교육은 예전에 끝났어. 그러니까 엿같은 월급이나 내놔.(오아시스의 인터뷰 ‘우리는 예전에 끝났어. 변형. 곽은 가끔 자조적인 농담을 한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보편적인 교양과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며 학문이나 직업 활동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읽기는 물론 말하기와 글쓰기 등 통합적인 국어 능력의 향상을 꾀한다. (보편 교양의 성취 기준)
은재는 읽고 생각하고 쓸 수 있었다.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흡수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지성을 갖고 있었다. 곽은 자신이 알아본 은재의 역량을 대학에서도 알아보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도 진정 귀한 것은 지성 그 자체이며 그에 비하면 대학 합격증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고전 수업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었던 은재에 관해)
은재가 준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임에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 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졸업식 날 은재가 주고 간 디저트의 달콤씁쓸함)
해설: 평범한 자는 들어오라
김기태의 소설은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간과하는 평범함을 조명한다. 그것의 비일관성과 다면성을 단순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307)
보편 교양에 대한 곽의 이상은 보편적이지 못한 교육의 현실을 두드러지게 한다. 하지만 김기태의 소설에 보편에 대한 회의와 불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 없이 누려야 할 가치에 대한 고민,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의 모순에 대한 고민은 김기태의 여러 소설을 관통한다.(310)
그 외 특징
음악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두 챕터에 등장하는 가상의 아이돌 두 그룹만 빼고 다 아는 곡이었는데 다케우치 마리야의 플라스틱 러브라는 곡만 모르는 곡이라서 들어보려 합니다.
보편 교양에 소개된 커리큘럼대로 수업해보고 싶습니다. 수업안이 완전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