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6관왕에 빛나는 찬란한 기쁨과 슬픔 그리고 행복의 세계로
잘 몰랐는데 전참시인지 나혼산에서 박천휴 작가 토니상 수상 기념으로 출연한 거 보고 이 뮤지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흔한 로코인가 싶었죠
당근에 전미도 배우 표 판다고 계속 올라와서 부산에 공연하는 걸 알았지만 (저는 당근으로 부산 공연과 영화의 무대인사를 파악합니다 ㅋ)
보러 갈 생각을 안했었어요 배우 3명? 소규모 뮤지컬이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누가 커뮤니티에 올린 후기에서 무려 '고훈정'배우가 나온다는 거에요 ㄷㄷ
제가 팬텀싱어 시즌1의 광애청자러서 ㅠㅠ 개다가 고훈정 님이 시즌 중에 부른 루나 광팬으로 실물 영접에 노래까지 듣는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전의가 끓어올라 티켓링크로 가서 좋은 자리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았습니다 누군가가 취소한 무려 중블 2열!! (감사합니다!) 뮤지컬을 중앙 블럭 2열에서 보는 황홀한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더군다나 이 뮤지컬은 앙상블이나 화려한 군무가 없이 오직 대사와 독창 많으면 둘의 화음이 끝이라 주연배우의 표정 하나하나 변화가 중요한 작품이라서요 앞자리 사수가 필수인 작품이더라구요 사실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지요 고훈정 배우 실물 영접!이 주된 목적이었으니까요
3인 출연의 소규모 극이라 화려한 군무도 앙상블도 없으니 연극 비슷하려나 하며..엄청 슬프다는 소감만 어디서 듣고 착석하였습니다
그.런.데.
배우는 3명이지만 클래식 연주자 5명이 라이브로 연주하는 고퀄리티 극이었구요!! 내가 본 중 내용이 가장 탄탄하고 음악과 대사 멜로디 조화가 너무 좋구요 스토리 철학이 너무 좋았어요 소박한 줄만 알았던 무대도 환상적으로 변하고 구현에 충실했습니다 LP음악으로 포근하게 감싸는 예쁘고 아름다운 음악들과 가사들. 무대로 내려온 피아노와 이번에 추가되었다고 하는 제임스의 피아노선율도 정말 좋았구요(제임스 피아노 선율때부터 제 오열버튼이 눌러졌습니다 ㅠㅠㅠ)
20년 뒤의 가까운 미래사회가 배경이지만 가장 고전적이고 인간적이에요
낡아가는 로봇들에게서 온 몸이 아프고 삐그덕대는 장년의 부부들이 떠올랐어요 걔들은 부품이 없어서 멈출 때까지 기다리잖아요 그게 너무 힘들어서 기억을 모두 지우는 거 너무 너무 미치도록 슬펐어요 제목까지 너무 절묘하잖아요 그것이 해피일지도 아닐지도 모르니 어쩌면 해피엔딩 어쩜 제목마저도 엉엉엉엉엉(기립박수치며 대성통곡한 대문자P입니다)둘째줄이라 열혈애청자들인지 죄다 울면서 기립박수 ㅠㅠ
아마 젊은 분들이나 먼 자리에 앉으신 분들은 단조롭다 지루하다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감성이 있는 편이거나 몸이 좀 안좋은 부모님이나 가족이 있는 분들은 완전 공감 오열하실 거에요
따스한 감성, 아름다운 선율,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 감동적인 연주 그리고 2시간 동안 쏙 빠져서 다른 세상에 들어갔다 나오고 싶으신 분들 무엇보다 감정에 온전히 충실하게 빠져들고 싶으신 분들께 강추합니다 이제(서울,부산은 끝났지만) 전국 순회 공연 시작하니까요 자자 근처 도시 예매하러 가십시다 펑펑 울고 나오니 세상이 달라보이고 배우자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마법을 느낄 수 있습니다 ㅎㅎㅎ
추신)아래는 내용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은 다 보고 나서 읽어보시길요><
사랑을 하다가 놓아주고 기억을 삭제하기로 했을 때, 온 세상이 반딧불이로 변하는 것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들이 기억을 지운 후 다시 클레어가 어댑터가 고장나서 빌리러 오는데 첫장면처럼 음악도 발성도 발랄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슬픔을 주고요 저도 그렇지만 관객들 계속 오열 ㅠㅠ
완전 ISTJ의 현신같은 변화와 시작이 어려운 올리버와 사랑의 상처와 두려움이 있는 클레어, 올리버의 옛주인이면서 극의 서포터 제임스(고훈정!) 이렇게 셋만 나오지만요 그 외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들이 필요해서 만들었지만 쓸모없어져 버려진 헬퍼봇들의 존재이유.. 올리버의 유일한 친구였던 화분ㅠ 인물들의 입체적인 관계들...
그리고 젤 마음 아팠지만 사랑스런 스토리가 보는 내내 보고 나서도 울고 웃게 만들었지요
제목이 어쩌면 해피엔딩이잖아요?
새드엔딩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의미도 있겠지요 애초 태생부터 사랑이 탑재되지 않은 헬퍼봇들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모습들이 예쁘게 표현되지만 이미 고장나 버려진 그들은 망가져가고 있었고. 끝을 알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들의 사랑은 클레어가 평생 보고 싶어한 반딧불같았어요. 두달만 사는 반딧불이처럼 끝을 알고 시작하는 사랑. 그럼에도 제주도 반딧불이 한마리를 데려오잖아요 하지만 결국 클레어는 나의 멈춤이 올리버를 아프게 하니까
’그만해요‘라고 말하고 기억을 지우자고 합니다
(여기서 이터널 선샤인 떠올린 사람? 저요)
이렇게 슬프고 예쁜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요ㅠㅠ
앗. 그런데 그런데 정말 기억을 모두 삭제했을까요?
아니에요.
올리버는 클레어를 기억해요. 올리버는 기억을 리셋하고 다시 찾아온 클레어에게 수줍음과 기쁨을 감추며 처음처럼 충전기를 개조해서 도와줍니다 올리버는 기억을 지우지 않았고 지울 수 없었을 거에요 이게 배우마다 밀도가 다르게 표현되었다고 하네요 저도 해석 찾아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배우마다 다 찾아보며 N차 관람을 하는가봅니다
많이 울었다고 해서 신파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아니고 밝고 명랑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나와요 다들. 그래서 더 슬퍼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