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직장 탈출기가 아닌 틈새 여행기
제목을 보고 직장을 그만두는 이야기인 줄 알고 빌렸는데요 명절기간에 휴가를 몇 일씩 내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경험담을 다룬 여행에세이였습니다 오하려 좋아였습니다 제가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거든요
해외여행이라곤 다닌 적 없는 집과 회사만 오가며 독서와 농구만 하던 30대의 평범한 자취러였던 작가는 어느 날 직장 선배의 충고로 충동적으로 명절 연휴에 친구와 난생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처음 본 독일과 이탈리아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넓은 세상을 모두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떠나기 시작한 몇 번의 여행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엄청난 독서가인 만큼 각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그 곳에 맞는 책과 음악을 선별해서 떠나구요 책의 구절을 인용해서 여행지를 묘사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파트로 나뉩니다 모두 먼 나라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명절 연휴에 일주일 정도의 휴가만 붙여서 떠난 스케줄이라 직장인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나도 갈 수 있다!!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실 수 있도록요) 장거리 여행의 처음은 죽마고우 김간식(수시로 간식 타령을 해서 붙인 별명)과 함께 였습니다 출발을 다짐한 순간부터 준비, 그리고 좌충우돌 여정까지 자세히 나와 있어서 실제로 내가 여행을 간다면 하고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습니다
1.죽마고우 김간식과 함께 떠난 독일, 이탈리아 여행기
2.존대말 쓰는 사이인 직장 동료 허대리님(결혼을 앞둔 분의 처음이자 마지막 일탈이었다고 합니다)과 함께 떠난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3.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NBA나홀로 탐방기-시카고 불스의 경기를 보며 마이클 조던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경기를 직관함
4.최고 난이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나홀로 여행(feat.이과수 폭포)
5.죽마고우 김간식과 함께 떠난 쿠바 여행기
6.최고 난이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 나홀로 일주일 여행기
감성만 담은 요즘 유행하는 여행 에세이와 달리 진지하면서도 생생한 여행기라 해당지역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7년 전 나온 책이고 여행은 더 이전에 한 거라 현재와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가님의 어릴 적 우상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의 마지막 경기 직관의 감동이 잘 나와 있는데 그로부터 단 2년 뒤에 코비는 안타깝게도 사고사를 당했지요 저는 농구에 관심이 없어 뉴스만 듣고 무심히 넘겼는데 이 책을 읽으니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 알 거 같았어요 자신의 우상을 직관하는 일은 정말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지요 작가님은 살아 생전 그를 보았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행은 결심이 섰을 때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나의 건강이나 가족 건강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현지 사정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이 딱 알맞는 책과 사람 냄새가 나는 여행 에세이였습니다
저 증명서는 가져가면 최소 5년 후에나 다시 볼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여행은 가장 쓸데없는 행위의 연속이고 인생은 부질없는 것들의 이어짐 아니던가. 11유로를 내고 그 증명서 (세상의 끝을 증명하는 포르투갈 호카곶)를 샀다. 그렇게 나의 호카곶 방문은 11유로ᄍᆞ리 증명서로 인정받게 됐다 (152)
진정한 풍경은 우리의 상상력 안에서 만끽할 수 있다. 내가 나의 지배자가 되어 자유를 준다면, 나는 최고의 감각과 최선의 상상력으로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
괜스레 발품이라도 팔지 않으면 그저 존재하는 것 외에 내가 얻을 수 있는 감각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기차가 좋다. 기차 안에서 나는 자유다. (160)
여행은 독서와 같다. 운명에 맞선 돈키호테는 집을 나섰고 운명에 순응한 페소아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누구의 삶이 옳다고 단정할 순 없다. 운명은 누구에게나 단 한번이고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누구도 내가 될 순 없다. 내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161)
쓸모없는 짓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게 나의 슬픔이고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나는 그 말을 믿으며 오늘도 공항을 나선다. (294)
저는 여행은 못하지만 책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두 도서관에서 여기 없는 장강명 신작까지 12권을 빌렸네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