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영화보다 좀 더 낫지만 케이트 블란쳇은 못참지
260330 어디갔어 버나뎃
시나리오 작가였던 마리아 셈풀의 2012년도 작품으로 2020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비포 선라이즈 시리즈),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화되었습니다. 영화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최악의 작품으로 혹평을 받았으나 직접 본 바 남극의 영상만큼은 일품이었습니다. 티빙에 있으니 책을 다 읽으신 분은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저는 잔잔하게 잘 봤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제가 봤던 영화중 그나마 제일 정상적인(!)역할로 나왔습니다.
이 책은 버나뎃과 엘긴 부부의 15살 딸 비가 직접 서술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 주요 주인공들(특히 엄마인 버나뎃)이 주고 받은 서간문이 섞여 있어 독자에 따라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읽으면 읽을수록 독특한 버나뎃에게 빠져들며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서간문 위주로 진행되는지는 후반부에 밝혀집니다)
서술자는 딸인 비이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버나뎃입니다. 버나뎃은 20년전 천재적인 건축가에게 주는 맥아더상을 수상한 전도유망한 건축학도였지만 불운한 일을 겪은 후 지금은 시애틀에서 시애틀의 모든 것을 불평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괴짜입니다. 시애틀 사람들에게 외출을 극도로 꺼리며 가족을 제외하고는 학부모와도 이웃과도 시애틀의 그 누구와도 교류를 하지 않고 은둔하며 지내는 미스테리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영특하고 주체적인 중학생인 비는 그런 엄마를 사랑하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아버지인 엘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간부로 재직중이며 TED에 강연 영상도 올라올만큼 명사입니다만 너무 바빠서 얼굴을 잘 볼 수가 없습니다. 엘긴은 버나뎃의 내면의 균열을 알지 못하다가 어느날 점심시간에 약국의 한복판에 낚시 조끼를 입고 대짜로 뻗어 있는 버나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불면증인 버나뎃은 할돌의 처방을 기다리다 통유리로 내부가 보이는 약국의 한복판에서 잠이 든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비의 소원인 남극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은둔자인 버나뎃은 결코 남극까지 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500명의 승객과 탄다면 가족을 제외한 497명을 어떻게 견딘담? 배멀미는 어떡하고? 버나뎃은 온갖 불안으로 인도의 가상 비서인 만줄라를 통해 안전 물품 여행 물품들을 마구잡이로 구매하였고 소지품을 지퍼로 잠글 수 있는 낚시 조끼를 시착한 채 만줄라가 준 처방전으로 할돌을 조제받으러 큰 맘 먹고 시내의 약국으로 온 것입니다.그러나 할돌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약사가 조제를 거부한 상황이었습니다. 엘긴은 이 모든 상황이 어리둥절할 뿐으로 버나뎃의 이상 행동에 위기를 느끼고 정신과 의사를 수소문합니다. 급기야 FBI가 버나뎃의 인도 가상 비서 만줄라가 실은 러시아의 보이스피싱 마피아 조직이며 버나뎃이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의 마일리지를 이용해 러시아에서 시애틀 행 비행기를 탄 것을 알리며 마이크로소프트 시애틀지사에 방문하여서 일은 점임가경으로 커집니다.
버나뎃과 비는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무사히 남극으로 갈 수 있을까요? 옮긴이의 말을 대신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어디갔어 버나뎃’은 자유와 일탈의 기록이고 한 여인의 삶의 행로다. 소통하지 못하는 천재 예술가의 이야기이고 모성과 가족 부부의 이야기이다. 슬픔과 기쁨이 번갈아가며 드는 잘 짜여진 이야기이다.(중략)
소설보다는 실용서가 많이 읽히는 요즘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조언과 충고를 갈구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웃음과 눈물이 나는 ‘진짜 소설’도 읽어보기를 권한다.(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