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저티프로젝트 Nov 18. 2022

진저티 신입사원 영재의 진저티플 버스킹: 가은

'유채꽃' 같아요. 사람들을 편안하게 위로하고 환영해주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터뷰 버스킹 돌아왔습니다. 빨리 돌아오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연재를 이어가네요. 늦게 돌아온 점 죄송하고 또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그동안 밀려있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잠시 뒤에 미뤄두고, 기다려주신 만큼 다음 인터뷰이는 누구일까 궁금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해요! 다음 버스킹 인터뷰 주인공은 가은님입니다!


 

영재: 모두가 이 질문을 들으면 어떤 답변을 할지 가장 어려워하는데요. 그래서 가장 자기가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가은님!

가은: 저는 어쩌다 5년 차가 되어버린 고가은이라고 합니다. 2018년에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센터에서 청년 활동가로 진저티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일터를 찾다가, 진저티라는 회사가 있다는 걸 듣고 보니까, 여기 되게 평범하지 않다, 여기서의 경험이 나를 확장시켜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저티에 처음에는 일 경험을 쌓으러 왔다가… 어쩌다 5년 차가 되었습니다.


영재: 가은님이 진저티에 오기 전에 삶이 궁금해요~ 가은님은 진저티에 오기 전에 어떤 학생이었나요? 

가은:  저 되게 열심히 살았어요. 대학에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공부, 활동, 인턴 모두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어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게 디폴트 값이었던 거 같아요. 덕분에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영재: 그때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왜 들었나요?

가은:  사람한테 살면서 주어진 역할과 몫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인지 하고 있는 것들을 성실히 충실히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네요.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라기보다는, 현재 저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기질, 성격이 적용한 것 같아요.


영재: 오… 저에게는 부족한 기질이라서 그런지 너무 멋지게 들리네요. 그런 기질이 언제부터 있었어요?

가은:  공부하면서 생겼던 거 같아요. 저는 남들이 보기엔 좀 그럴 수 있지만, 공부가 재미있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밤새서 공부하기도 했으니까요. 공부를 했을 때 차곡차곡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친구들에게 가르치면서 서로 배웠던 것 같아요. 덕분에 공부를 잘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 거 같아요. 그래서 공부보다 반장이나 합창대회 등 다른 활동에 집중했던 거 같아요. 지휘자를 맡기도 하고, 또 춤에 맛이 들리는 바람에 푹 빠져서 연습하기도 했어요. 


대학교에 와서 열심히 산 이유는 조금 다른 거 같아요. 오히려 첫째로서의 책임감이 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보다는, 빨리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휴학을 할 수 있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끝냈던 것도 그런 이유였죠. 당시 제 마음속에는 한 가지 문장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빨리 일터로 가야겠다.’


영재: 둘째이자 막내인 저와는 정말 다르네요. 저는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다 했던 거 같아요. 책임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정도의 무게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가은님은 어떤 과를 전공하셨었나요?

가은: 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어요. 원래는 심리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성적이 그만큼 좋지는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원하지 않는 과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았을 때는 또 나름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사회복지학에서도 제가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만 사회복지 영역에서 공부를 하고, 관련 일 경험을 하면서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기관에서 일했을 때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영재: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라… 무언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어요. 혹시 왜 그런 마음이 왜 들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가은: 사회복지라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소위 사회적 약자라고 칭해지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잖아요. 그분들을 위해 구성되고 진행되는 여러 정책과 활동들이 다소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사회복지 관련 조직 내의 구조가 저는 많이 답답했던 거 같아요. 제가 경험했던 곳은 조직 특성상 팀장, 부장의 권한이 강했어요. 단편적인 예를 들어보면, 회식자리에서 술을 강요하는 것도 있었죠. 그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당연한 것이었거든요. 또 어떤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서 소진 되었던 것도 있고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이 길이 맞나?’라는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영재: 이 길이 맞나라는 고민이 참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구조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그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거 같아요. 저는 그 경험이 조직문화와 조직 속의 사람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일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 계기인 거 같아요. 그러다 진저티에 들어오게 되었고요. 가은님도 그 경험이 지금의 진저티에 오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였나요? 가은님이 진저티에 오게 된 스토리도 궁금해요.

가은: 이야기가 길지만, 네 저도 한 부분에서는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길이 맞나?’라는 질문과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지내다가서울시 청년활동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청년 뉴딜 일자리사업’을 보게 되었어요. 짧게 설명을 해보면, 서울시의 예산으로 청년들을  인건비를 사업체에 제공해주고 청년을 고용하도록 하는 사업이에요. 청년은 일터에서는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않지만 청년을 받고 싶은 조직에게는 고용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사업인 거죠. 저는 그 사업체 목록 중에 진저티 프로젝트가 있길래 알아보다가, ‘밀레니얼 세대 연구’와 ‘조직문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보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어요. 페이스북을 통해 밀레니얼 보고서를 읽어보았는데, 내가 그전까지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연구였지만 이런 경험들을 하면 나의 시야가 확장될 거 같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시야의 확장’이었어요.


영재: 그렇군요. 저도 지금 ‘Z세대와 관계 맺기’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 시야의 확장이라는 성장의 개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와닿는 거 같아요. 


가은님이 주목한 두 번째 키워드가 ‘조직문화’인데요. 진저티에 있으면서 가은님이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자주 이야기를 들었던 게 기억나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 전 기관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주었을까요?

가은: 음 사실 들어오기 전부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에요. 본격적으로 조직문화에 눈을 뜨게 된 건 진저티에 들어와서부터였어요. 물론 힘을 실어준 건 이때의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거 같네요. 

진저티라는 조직은 참 희한했어요. 진저티에 들어와서 느낀 조직문화는 제가 그전에 경험했던 딱딱한 경험이 아니었거든요. ‘이것은 뭐지?’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어요. 진저티 자체의 조직문화가 저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거죠. 관심이 시작된 건 진저티의 문화였다면,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진저티 일을 하면서 다른 조직들과 만난 경험으로부터 온 것 같아요. 다양한 조직을 만나면서 우리 안의 문화들을 흘려보내고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는 게 뿌듯하고 재미있었거든요. 조직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보고, 진단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조직문화는 사람마다 인격이 다른 것처럼, 조직마다 가진 특색이 다르거든요. 이런 다양함을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영재: 맞아요 저도 강점 워크숍이나, 특히 가은님을 따라 전주에서 함께했던 ‘대화의 온도’ 프로젝트에서 만난 조직들에게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진저티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었어요? 뭐랄까 저는 처음에 모든 사람이 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어땠는지 질문해주는 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거든요. 진저티에 입사하자마자 가장 당혹스러웠던 조직문화는 무엇이었나요?

가은: 안 그래도 제가 최근에 이사를 할 때, 진저티 초반에 썼던 다이어리를 발견했어요. 그때 적혀있던 내용이 기억나는데, '내일 회의에 들어가면 또 질문을 할 것이다. 어땠냐는 질문을 이렇게 많이 하는 경험은 처음이다.'라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진저티에 오기 전까지는 주어진 질문에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조금은 형식적이면서도 화려한 답을 말하는 것에 익숙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답을 하면 ‘그래서 가은님이 드는 진짜 생각, 진짜 속마음은 뭔데?’라는 질문을 계속 물어보면서 제 진짜 속마음을 꺼내게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내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내 진짜 마음이 뭐지’에 대해 답을 하는 것도 어려웠고, 또 그 마음을 열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좀 불편했는데 이제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진저티를 안전한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3살 가은의 진저티 입사 포부

영재: 무슨 말인지 너무 이해합니다. 혹시 또 조직문화 외에 진저티 입사 초기에 좀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가은: 처음에 지원할 때는 여기가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일하던 곳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어떤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생각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너의 어떤 능력을 회사에서 필요로 해서 뽑은 게 아니라, 청년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라는 게 처음엔 좀 납득이 안되었어요. 그래서 같이 들어왔던 동료들 모두 ‘우리를 왜 뽑은 거예요?’라고 계속 질문했던 거 같아요. 다른 회사처럼 직함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직함을 떼고 00님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좀 충격이었어요. 어색하기도 했고요.또 바로 윗 선배가 사수 역할을 맡는다 이런 개념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당시 공동 대표였던 주은님과 현선님이 제일 청년들과 가장 많이 만나고 소통하셨거든요. 업무를 인계하는 것을 넘어서 저희가 어떤 마음 상태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이런 걸 읽어주셨어요. 



영재: ‘우리 왜 뽑았어요?’라는 질문이 머리에 꽂히네요. 그 안에 담긴 무력감이나 답답함이 좀 느껴지는 거 같은데요. 그때 당시 들었던 생각과 감정을 조금 더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가은: 정확히는 저보다는 저와 같이 들어왔던 동료들이 많이 했던 질문이었어요. 뭐랄까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진저티에 오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여기서 나의 경험을 넓히고 배운 다음, 나는 다시 내 전공을 살려서 사회복지 영역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거든요. 진저티는 저에게 있어 떠날 곳이었죠. 그래서 정규직이 되기 전 2년 동안에는 정착하지 못하고, 갈팡질팡을 많이 했어요. 아직은 계약직이기도 했고, ‘난 진저티와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계속 되뇌고 있었으니까요.


영재: ‘진저티와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생각을 더 깊이 들어보고 싶어요. 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가은: 저는 MBTI로 치면 ESFJ, 특히 그중에서도 파워 J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계획대로 흘러가는 걸 좋아하고, 예측이 되는 상황을 좋아하죠. 그런데 진저티는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는 조직이다 보니, 절대 그럴 수 없는 조직이거든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함이 너무 컸어요. 업무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별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진저티 업무는 차곡차곡 쌓아가는 단계라는 게 없고, 이것저것 넓게 퍼져있는 느낌? 스텝 바이 스텝이 아니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었죠. 팔레트에 물감 펼쳐져있는 듯했어요. 또 저는 업무 환경이나, 업무 스케줄 등 변화를 좀 힘들어하거든요. 변화에 대응하려면 수많은 요소를 파악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하잖아요. 그런 업무의 특성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들어올 때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성장하지 못한다는 감각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지금은 5년이 되었네요 :) 아 좀 현타 온다…


영재: 성장하지 못한다는 건 언제 느꼈나요? 에피소드를 들어보고 싶어요!

가은: 매니저가 된 초반에는 조직과 일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감각이 컸던 거 같아요. 특히 제가 업무를 보는 시야가 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의 전체적인 부분을 보지 못하고, 파편화해서 보는 느낌? 예를 들어서, 3년 전  버터나이프 크루라는 큰 프로젝트를 할 때, 그중에 일부를 맡았었어요. 그때는 ‘이 일이 프로젝트의 어떤 부분에 어떻게 쓰이겠다.’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단지 지시를 듣고 실행하는 역할만 했던 거죠. 특히 제가 맡은 부분은 참여한 크루와 소통하면서 관리하는 등 행정적인 일이 많았거든요. 일의 진행에서는 기획이 있고, 실행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런 생각 없이 실행하는 것만 하다 보니 정말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했냐에 대해 질문한다면, 아니었어요. 2년 차에 이 일을 한번 더 반복하니까, 다른 걸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복할 때 성장하진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버터나이프 크루가 끝나고,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고는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특히 최근에는, 말은 안 했지만 진저티를 그만두어야 하나 많이 생각했어요. 뭔가 일은 많이 했는데, ‘내가 여기서 지금 거의 4-5년을 일했는데 나에게 남은 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아까 공부에서도 말했지만, 차곡차곡 성과가 쌓이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진저티 일들은 스텝을 쌓아가는 게 아니고, 항상 새로운 조직과 만나고 새로운 일들을 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정리하자면 하나하나 쌓여서 무언가 짙어지는 게 보여야 하는데, 짙어지는 감각이 없으니까 성장이 없다, 남아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재: 반대로 가은님이 진저티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 이유가 궁금해요!

인터뷰 끝나고 한 컷

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도 역시 저의 성장과 관련이 있는데요. 새로운 지향점을 발견한 게 컸던 거 같아요. 계속해서 버터나이프 크루 이야기이긴 한데요.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청년에게 마음이 있구나'를 확인했었어요. 특히 제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청년이 많았고, 이해의 영역이 다른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력을 느끼고 같이 성장했던 시간이었어요. ‘만약 진저티에 안 왔다면 난 어땠을까?’ 문득 한번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아마 저는 전공을 살려서 기관으로 갔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돌아보며 일하는 사람보다는 지독한 일 중심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저티에서는 일 외적으로 관계나 다른 가치의 중요성을 자주 인식시켜주니, 내가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을 하는 곳이라 생각해서 남아있는 거 같아요.


영재: 가은님은 진저티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은: 진저티는 ‘이상한 곳’이에요. 일과 사람에 대한 방향성이 일반 조직과는 다르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사람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진저티는 상상 그 이상으로 에너지를 많이 써요. 회사에서 쓰는 전체 에너지를 10이라고 했을 때, 다른 조직은 1 정도를 사람의 성장에 쏟는다면, 진저티는 9를 쏟는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내가 돋보이고 특출 나는 방식으로 경쟁하듯 ‘혼자’ 일하는 문화가 아니고, 다 같이 서로를 돌아보면서 ‘같이’ 일하는 느낌을 받아요. 나와는 다른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또 이해받으면서 일을 하니 따뜻함도 느껴지고 다양해서 예상치도 못한 새로운 일들이 벌어져요. 다른 어떤 거보다도 말하고 싶은 매력은. 진저티는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여기서 모든 게 시작돼요. 정리하자면 대화를 통해 일이 시작되고, 서로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따뜻함과 다양성, 창의성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진저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전주에서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꽃꽂이

영재: 전주에서 진행한 ‘대화의 온도'의 첫 PM(Project Manager, 프로젝트 담당자)을 맡았을 때 느낌은 어땠어요? 

가은: 기대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에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역시 안 가본 길이니까요. 기존에 했던 경험과는 완전 다른 경험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거든요.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가는 지금 돌아보면, 너무 재미있었어요. 초반에 제안서를 쓰고 끝까지 고민해보는 그 경험이 특히. 전까지는 실행단계에 초점을 맞춰 일했기 때문에 기획의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퇴근, 주말 안 가리고 이거 저거 찾아보고 맥락을 만들어 나가는데도 푹 빠져서 신나게 몰입해서 고민했거든요. 그렇게 고민하고 센터에 이야기했을 때, 그 포인트를 찰떡같이 알아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영재: 주말, 야근까지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직까지 그 정도의 책임감과 열정이 없는 거 같은데요. 어떤 마음으로 그 프로젝트를 준비하셨나요? 

가은: 결국 전주는 제가 진저티에서 했던 것들의 엑기스를 버무려서 다시 큐레이션 해서 만든 거예요. 제가 경험한 것 중 핵심을 추려서 만나는 조직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인지 올해 특히 더 진정성 있게 일했어요. 처음에는 첫 PM을 맡은 프로젝트니까 유능하게, 능숙하게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관점이 많이 바뀐 거 같아요. 함께 일하는 감각을 느꼈달까요? PM의 역할이 일의 관점으로만 프로젝트를 보는 것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다면, 끝날 때쯤에는 프로젝트에 함께한 모든 분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관점으로까지 확장되었던 거죠. 덕분에 각 조직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고민할 수 있었어요. 


영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시야를 수정하고, 넓힌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너무 대단하시네요. 저도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에 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화 워크숍의 PM을 맡을 것 같아요. 첫 PM이 될 거 같은데요. 이런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 

가은: 먼저는 ‘끝까지 고민해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PM은 프로젝트에 대해 한 걸음 앞서서 먼저 생각하고, 큰 그림부터 세부적인 작업까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그러나 ‘혼자 다 하려는 마음을 버려라!’라는 말도 해주고 싶어요. 아무리 고민을 많이 한다 해도,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혼자서 책임지고 운영할 수는 없거든요. 두 가지를 종합해서 팁을 드려보자면, ‘어떤 걸 내가 모르는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발견한 다음,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진저티플을 찾아보셨으면 좋겠다!’입니다.


영재: 진저티가 가은님께 왜 PM을 맡긴 것 같나요? 

가은: 아마 어떤 업무를 할 때, PM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혼자 책임지고 일을 해오곤 했던 제가, 누군가에게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을 해보라고?어쩌면 진저티의 진짜 조직문화로 들어서라는 초대가 아니었을까요?


전주 사회혁신 센터에서의 한 컷 (with 리오님, 예은님)

영재: 지금의 가은 님이 신입사원이었던 가은에게 한마디 전해 보아요! 그때 가은을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이유도 궁금해요.

가은: 음 좀 어색한데요. ‘가은아. 그만 걱정하고 좀 즐겨도 좋을 거 같아! 새로운 길에 들어서느라 너무 수고가 많았다. 고생했다. 분명하지 않은 길을 걷느라 불안하겠지만, 분명한 건 주변에 좋은 동료와 환경이 있으니까, 믿고 즐기면서 담대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동안 유쾌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구간이 분명 있었는데 저는 즐기지 못했거든요. 즐겨야 할 때, 더 멀리 보고 미리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지금보다 더 책임도 없었고 더 자유로웠는데 말이에요. 돌아가면, 즐기면서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서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어요.

지금부터라도 재미있게 살아야겠어요!



영재: 좋아요. 드디어 마지막인데요! 가은님 이번달 26일에 결혼을 하신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혼을 준비하시면서 마음이 어땠어요?

 

가은: 올해 정말 힘들었어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일을 하는 건 정말 쉽지 않구나…밀도가 높은 진저티의 업무를 하면서 결혼을 준비할 에너지를 떼어놓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 일과 삶의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그래도 진저티플께 감사해요. 결혼을 준비하는 이 맥락을 알아주시고 이해해주셔서 위로를 많이 받았거든요. 일터에서 이런 맥락을 알아주시고 또 업무에서도 배려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잖아요. 브라이덜 샤워도 해주셨어요. 회사에서 이런 걸 받는다는 생각도 전혀 못해봤는데 너무 감사하죠.특히 결혼을 먼저 하신 인생의 선배님들이 곁에 많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주변에는 결혼한 친구들이 없으니 친구사이에서 얻을 수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었거든요. 다른 분들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축하해주셔서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진저티를 통해서 결혼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하고 싶어요. 결혼도 공동체인데 진저티도 저에겐 소중한 공동체니까요.





영재: 이 모든 맥락 뒤에는 묵묵히 옆에서 응원해준 분이 있잖아요? 곧 남편이 될 새 신랑께도 한마디 해주세요 :)

가은: 아 어색한데… 바쁜 와중에도 제가 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었어요. 정말로. 저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가장 편하고 가깝다 보니까 힘들 때 불쑥불쑥 예민한 구석이 나올 때가 있거든요. 저의 날것의 상태를 남편이 다 알고 있어요. 다투기도 하지만, 이런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든든하게 ‘너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다른 걸 내가 맡을게 해줘서’ 너무 고마운 거 같아요. 앞으로 잘 부탁해 건하야~


가은님은 ‘유채꽃’ 같아요. 사람들을 편안하게 위로하고 환영해주는.

저는 유채꽃을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 보았어요. 아마 산방산 근처를 지나갈 때였던 거 같아요. 

날씨도 흐렸고, 여행의 중간 즈음이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때였죠.

그러다 돌담 뒤에 무심하게 피어있는 유채꽃을 보았을 때, 복잡한 마음은 사라지고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이었어요. 바람에 자연스럽게 살랑이는 유채꽃들이 편안해 보였다 할까요.  거기에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게 환영해주는 것 같았어요. 얼핏 보면 그리 화려하지 않아 보이는 유채꽃 근처에는 그런 편안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도 진저티에서 가은님과 일할 때면 그런 마음이 들어요. 편안하고, 환영받고, 위로받는 느낌. 아마 가은님은 진저티에게 그런 존재인 거 같아요. 유채꽃인 가은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곡이 있지만, 오늘은 그래도 축하하는 마음을 담고 싶어서, 조금 진부하게 가보려고 합니다. 이번 곡은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결혼을 앞둔 가은님을 위해 골라봤어요. 


이번 버스킹 곡은 정인의 ‘오르막길’입니다. 

앞으로도 가은님이 진저티에서 보낸 시간처럼, 안개로 가리어져있는 삶을 걸어갈 때,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옆에서 평생을 사랑으로 함께 발맞추어갈 남편분과 뒤에서 두 분이 함께 걸어갈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할 진저티를 기억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멋지게 살아나가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wC3KGJKZIg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to. 독자님

그동안 기다려주신 독자님께도 편지를 한통 써보고 싶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글을 정성스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그동안 여러 고민이 많았어요. 진저티 일이 바쁘기도 했고, 제 안에 여러 고민들과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힘들게 했었거든요.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읽어주시고, 잘 읽고 있다고, 다음은 언제 나오냐고 사랑으로 응원해주신 덕에 제가 다시 그 알을 깨고 용기 내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분 한분께서 주신 응원으로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처럼. 저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것처럼. 저도 글로 여러분의 삶을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From. HoodTEA Busker, 영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