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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티프로젝트 Aug 16. 2022

진저티 신입사원 영재의 진저티플 버스킹: 승현

진저티가 잘 돌아가도록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엔진

‘후드티 버스커' 영재입니다. 또 한 달이 지나고 인터뷰 버스킹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버스킹을 본격적으로 버스킹을 시작하기 전에 뜬금없지만, 무더운 여름 우리 독자 여러분들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래요 :) 이번 인터뷰 버스킹의 주인공은 진저티의 친절한 홍대리, 승현 님입니다!



영재: 승현 님 안녕하세요! 첫 질문부터 당황스러우실 수 있지만,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승현: 안녕하세요 만만하고 질척거리는 홍승현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이와 별개로 많은 사람을 끈적하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영재: 신입사원으로서 승현 님이 진저티에 오기 전의 시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승현 님과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아산 프론티어 유스’의 경험을 자주 듣게 돼요. 그때의 경험(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이 궁금합니다!

승현: 아산 프론티어 유스는 제가 취업 준비를 하다가 소개받아서 알게 되었어요. 지원하게 된 이유는 한번 방향을 바꿔보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래전부터 패션 MD(상품기획자)로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산 프론티어 유스는 제가 준비하던 거랑 너무 달라서 한 번쯤 새로운 경험을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원했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이유는 취업난의 상황과 당시에 하고 있던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어서이기도 해요. 여느 취준생처럼 입사 지원했었고, 이제 마지막 한 곳만 남아있던 상태였어요. 이곳이 안 되면,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따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유튜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가까운 지인이 ‘저기 가면 너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라며 소개해준 곳이 아산 프론티어 유스인 거죠. 그래서 흥미를 느낀 것도 있어요.


사회 혁신과 관련한 기본 지식을 배우고, 나아가 실제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프로젝트인 거죠. 덕분에 관계된 전문가들이나 초빙된 강사님들로부터 실제 현장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 마지막쯤에는 사회혁신 관련 기관의 인턴으로 들어가서,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사회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저한테는 그 회사가 진저티프로젝트였어요.


영재: 그렇게 진저티와 연이 닿게 되었군요. 다른 회사도 있는데 왜 하필 진저티에 오기로 결정하셨나요?

승현: 진저티프로젝트에서는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질적 연구를 하는 회사로 소개받았어요. 아산에서 배운 것들을 돌아보아도 되게 특별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고 싶었어요. 저는 그때 아산에서 배운 걸 진저티 와서 써보고, 진저티에서 배운 걸 아산 친구들한테 가서 써보는 경험이 재밌었어요. 평일에는 진저티에서 일하고, 2주에 한 번씩 금요일에는 아산으로 가서 프론티어 유스 활동을 병행했거든요.




영재: 아산에서 배운 걸 진저티에서 써보고 진저티에서 배운 것을 아산에서 써본 경험이 재밌었다고 하셨는데 혹시 구체적인 예시가 있나요? 더 들어보고 싶어요.

승현: 그때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실패에 가까운 경험을 했어요. 일례로 저희 팀이 여성 청소년들이 월경에 대해 궁금하지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식, 영상들이 담긴 QR코드 스티커를 화장실 안쪽에 붙여놓았어요. 막상 결과를 내보았을 때, 실제로 QR코드를 이용해 준비된 웹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이 0명이었던 거예요. 평소 같았으면 발표날에 이걸 어떻게 포장해서 얘기해야 할까 하며 좌절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때는 만약 진저티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우리가 어떻게 얘기를 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덕분에,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왜 문제였을지,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얘기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한테 더 배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결과가 잘됐다, 못됐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법을 진저티에서 배운 거예요. 


팀이 과업 중심, 성과 평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왜 했는지, 어떻게 해왔는지, 지금 상황은 어떤지 끊임없이 회고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등 나름 우리 팀과 많이 이야기 나누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피벗(기존의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경험할 수 있어서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 시너지가 진저티와 아산 모두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승현 님의 아산 프론티어 유스 활동 모습

영재: 승현 님은 아산 프론티어 유스 당시에 기장이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지금도 그때 만난 동기들과 자주 보신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고요. 승현 님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걸 좋아하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승현: 저는 완전 ENTP에요. 무슨 일을 하든 그 이유나 근거가 중요해요. 그렇게 납득이 되면 엄청나게 몰입하고 열심히 움직여요.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사회혁신 파트의 일은 플레이어 하나만 잘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산 프론티어 유스에 모인 친구들을 볼 때, 서로 지향하는 세부적인 가치는 다르지만,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큰 방향성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커뮤니티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커뮤니티는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느슨한 연결이 있는 커뮤니티로. 진저티 내외부 사람들도 그렇잖아요. 진저티플도, 진저티를 거쳐갔던 사람도, 진저티와 파트너로 만난 사람도 서로 깊이는 다르지만 느슨하게 연결된 것처럼요. 이 커뮤니티는 10년, 20년 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모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을 할 때 ‘그 조직이랑 같이 일해볼까?’ 할 수 있잖아요.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제가 나중에 일할 때 조금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요. 진저티에서 했던 TNT 프로젝트 때 아산 선배를 우연히 만나 함께 일할 수 있었고, 이번 ‘어댑티브 리더십’의 펀딩을 진행할 때 동기의 도움도 받았던 것처럼요.


두 번째는 새롭게 도착한 이 동네가 흥미로워서예요. 아산 프론티어 유스에 처음 왔을 때, 사회혁신,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왔었거든요. 이 동네에서 조금 아는 게 CSR의 개념 정도였었죠.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이미 이쪽에 마음이 있던 친구들이라서 이 친구들과 연결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살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너무 즐거웠고요.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욱 멋진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배우는 시간들이 참 재밌었어요. 그래서 이 판이 좀 커지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재: 커뮤니티를 만드는 걸 안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가장 열심을 내셨는데요?

승현: 그렇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교 1학년 때도 과대표 같은 것은 전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나름의 목표가 62명 모두에게 인사해보는 거였어요. 제가 입학할 때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뭔가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당연했어요.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 다가가는 게 자연스럽고, 그게 좋은 거 아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제가 첫째이기도 하고, 나이가 많아서 동기들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영재: 정말 소름 돋는 건, 저도 1학년 때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저희 과는 140명이었는데 ‘그래 나는 이 친구들이랑 못해도 말 한 번 섞어보자. 안 친해도 서로 얼굴을 알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승현 님과 달리 이끌고 가야겠다, 이 판이 커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무리에 속해있는 내가 좋았달까. 많은 친구와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제 모습을 좋아해서, 그리고 새로운 친구 사귀는 게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승현 님도 그런 마음이 있으셨나요?

승현: 그런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아까 말했듯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행동, 책임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실제로 그래서 저는 과 친구들이랑 밥을 먹든지 차를 마시든지 한 번은 결국엔 다 해봤거든요. 아산 프론티어 유스에서도 만약에 나이가 제일 많지 않았다면 기장도 그렇고,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거예요. 진저티 인턴 활동에 더 열심을 쏟았거나, 다른 길을 중간에 알아봤을 것 같아요. 그런 저의 상황이 당시 저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7월 진저티 파티 In 파주

영재: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승현 님. 진저티에서의 경험을 더 깊이 들어보고자 해요. 사실 인터뷰에 오기 전에 승현 님의 항해일지를 슬쩍 보고 왔어요. 첫날 항해일지에 적어주신 말 중에 ‘걸어가는 길이 멀어 보인다. 천천히 하자 천천히.’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이었나요? 승현 님의 첫날은 어땠나요?

승현: 첫날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진저티에서의 첫 장면은 잠겨있던 문과 그 앞에 서있던 고등학생 인턴이었어요. 전 날까지 자기소개 PPT를 고민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는데 문이 잠겨있었고 그 앞에는 먼저 와있었던 고등학생 인턴이 서 있었어요. 그때도 형이었네요. 짧은 어색함 후에 당시에 근무하시던 혜영 님이 오셔서 ‘어 안녕하세요? 마침 오늘 내가 일찍 왔네!’라고 하면서 문을 열어주셨어요.

아산에서 한 달 교육을 받고 2월 첫날 출근을 한 거였는데, 회사 중에 제일 정보가 없는 곳이 진저티였어요. 어떨지 궁금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다른 친구들이 가는 곳과는 성격이 너무 달랐어요. 아름다운커피, 다음세대재단, 아동복지실천회세움 같은 곳은 다루고 있는 문제나 조직의 비전이 명확하고 쉽게 이해되잖아요. 진저티는 하나로 정의되지 않아서 너무 어려웠어요. 그런데 또 하나하나 사업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되니 이상했고요. 


영재: 저도 들어온 지 이제 5달이 되었지만, 주변에서 물어볼 때마다 고민돼요. 아직도 진저티를 무슨 일을 하는 회사라고 하나로 설명해 줄 수가 없어서 매번 다른 답변을 주기도 하고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도 정리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천천히 가야겠다는 말이 얼핏 이해되면서도 더 궁금한데요. 더 깊이 이야기해주세요!

승현: 저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급해요. 제가 계획한 것이 틀어질 때 짜증을 내는 스타일이에요. 처음에 이렇게 진저티에 올 때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저는 원래 일반 회사를 준비했었으니, 다른 회사처럼 양복 입고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홍승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저보다 한 4~5살 많은 대리님이 오셔서 팀원 소개해주면서 인사할 줄 알았는데 그게 전혀 아닌 거예요. 일단 문이 닫혀 있었던 것부터 시작해서 분명히 주소는 맞는데, 진저티가 아니라 인디스쿨이라고 쓰여 있어서 당황했어요. 제 예상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내 생각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군대에서도 그렇고, 어디서도 빨리 적응하고 에이스가 되는 사람이었거든요. 적어도 뭔가, 너는 일을 못 하냐라고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었어요. 제 인턴 생활도 그러리라 예상하고 왔는데, 진저티는 싹싹하게 능글맞게 한다고 나를 인정해 주거나 그런 데가 아닌 걸 느낀 거죠. 그래서 천천히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까지의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이 먹히지 않는 곳이구나, 이건 마음의 준비와 적응이 필요하겠다. 천천히 가자’


영재: 저도 대학생 때까지는 유능한 캐릭터였던 사람으로서, 진저티가 주는 그 느낌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내 방식이 적용되지 않아 좌절되기도 하면서, 필요한 인생 레슨을 받는 듯한 그 느낌을 받았거든요. 인터뷰 버스킹 인트로 때에도 언급했던 무능감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첫 업무가 진저티 역사 공부였던 것 같아요. 승현 님의 첫 업무는 뭐였어요?

승현: 저도 어떤 의미에서는 관찰이 저의 첫 업무였던 것 같아요. 당시 진저티가 SK E&S와 학습문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던 때라, 출근한 지 이틀 만에 현선님, 주은님, 진향님과 SK E&S 본사로 출근했었어요. 저의 역할은 회의 내용을 전사하고 정리하는 업무였죠. 세 분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메시지라도 어느 때는 직설적으로, 다른 때는 부드럽게 전하는 걸 보았어요. 세 분의 유기적인 팀워크도 보았어요. 현선님과 주은님이 회의를 진행하시면, 진향님은 뒤에서 회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다 해주고 계셨어요. 이후에 Space TNT(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도서관 실험) 프로젝트도 따라다니면서 이 회사를 못 다니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랑 다니니까 여기에서 신입사원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죠.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춘 뒤에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때는 회사를 다닌다기보다는 관찰한다는 느낌으로 다녔어요.


영재: 당시 관찰하면서 승현 님 눈에 들어온 진저티의 특징은 뭐였나요? 제가 느낀 특징은 ‘어떠셨어요?’를 정말 계속 물어보는구나’였거든요.

승현: 저도 비슷한 결인데요. 조금 더 이야기해보면 저는 전사 작업을 하면서 글을 쭉 정리하다 보니 진저티가 일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 회사는 포스트잇을 많이 쓰는구나. 사람들 안에 속 이야기를 지독하게 잘 꺼내는구나. 그 이야기로 의미를 만드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던 거 같아요. 회의에 참가해보면 한 조직에서도 어떤 사람은 매우 협조적인 반면 또 어떤 분은 억지로 앉아있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상황에 따라 포스트잇, 레고,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으로 사람 속에 있는 걸 자발적으로 다 꺼내게 만드는 거죠. 그렇게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서 뉴스레터로 발행하고, 보고서로도 만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로 가치를 만드는 회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영재: 지금까지 들으면서 승현 님이 힘든 만큼 또 배운 것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어요. 그래서 진저티에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고요. 승현 님이 진저티에 남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승현: 저에겐 아까 언급했던 TNT 프로젝트가 ‘내가 진저티 다니고 싶어요.’ 하는 마음이 생긴 프로젝트였어요. 축구선수에 비유하자면 처음 했던 E&S와의 업무는 경기장 옆에 볼보이로서 손흥민이 스프린트 해서 골을 넣은 걸 보면서 감탄한 느낌이라면, TNT는 처음으로 풀타임 출장을 해본 느낌이었죠.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배우면서 ‘오 나도. 질문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런 마음이 들게 해 주신 분은 현 공동대표이신 주은님이세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데요. 하루는 청소년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관찰하고 인터뷰해보는 쉐도잉 인터뷰를 했었어요. 저는 그 학생이 피시방이나 책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하는 그런 걸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자기의 가정사, 자기의 깊은 고민을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 입장에서는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이야기만 담아왔다는 생각에 망했다는 생각을 했었죠. 주은님께 망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주은님은 오히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들어온 거라고 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행동적인 정보 수집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공간에 있도록 만드는 것이고, 덕분에 공간에 어떤 사람과 스토리가 담기는 게 중요한지 확신이 생기다고 하시면서요. 제가 청소년을 잘 만나는 것 같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편하게 꺼내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저의 오지라퍼 특성이 일에 긍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내가 나다운 모습으로 한 일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일에도 반영된다는 것을 안 후로 진저티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영재: 그래도 이전에 패션 MD 쪽을 준비했었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진저티에 오기 전까지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해보려고 맞추어 준비했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진저티에서 일하는 건 준비된 것 하나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쉽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물론 진저티를 통해 보다 본질적이고 깊은 인생공부를 하고 있어서 좋지만 가끔은 그 영역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은 어땟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승현 님은 기존의 경로와는 다른 진저티에서 남아 일하겠다고 결심하는 데 있어서 이런 고민은 없으셨나요?

 승현: 마침 ‘내가 진저티에 다니고 싶어요.’하는 마음이 들 때가, 인턴 경험이 끝나는 때였어요. 이런 경험을 어디서 또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제 안에 생겨나면서, 진저티에서 경험한 거에 비해서 기존에 제가 준비하던 일이 재미가 없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일은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아직은 어리니까 지금 한번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저는 앞으로 얻을 저만의 전문성에 있어서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잘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왠지 진저티에 남아서 좋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배우면 이 영역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재: 승현 님의 말을 듣고 보니 저도 일하면서 제가 숫자보다 사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서 적어도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남들보다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문성에 대한 희망도 있는 듯하네요. 조금은 웃긴 질문인데요. 저는 진저티 문화를 처음 겪고 한 달 만에, 자꾸 보기 싫은 저를 직면하니까 힘들어서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본 승현 님은 눈물보다는 웃음과 가까운 사람이었어서 궁금해요. 승현 님도 진저티에서 울었던 적 있나요?

승현: 음 저는 괴로워서 울고 싶다기보다는 진저티에 있다 보면, 사람들에게 고마울 때가 많아요. ‘너는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할 거고, 우리는 그 기회를 만들고 있다. 비용 상관없이 이거 한번 해봐’라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나, 구성원들이 ‘힘들지만 잘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영재: 승현 님은 어느새 승현 님 안의 이야기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사실 저는 아직까지는 저 자신에게만 몰두해있거든요. 

승현: 저도 이 전까지는 너무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이었어요. 사실상 조직의 막내 포지션이어서, 마음이 편했죠. 그런데 지금까지 진저티에서 경험했던 관계들을 돌아보고, 영재님과 예은 님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관계성이 생겼잖아요. 그러다 보니 관계도 업무가 되더라고요. 어떤 날은 주변 사람을 보느라 일을 늦게까지 할 수도 있겠구나, 회사에 다니는 게 이래서 어렵구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어려운 건 어려운 것도 아니었어요. 작년까지는 저의 성장을 보기만 했다면, 이제는 그런 관계성 속에 다른 사람으로 시야가 확장된 거죠. 예를 들어서 사무실에서 영재님이 고민하고 있다면, ‘영재님은 지금 어떤 상황이지? 영재님에게 필요한 건 뭐지?’ 하면서 하나씩 더 보이면서, 조금은 힘들기도 해요. 

가은님과 올해 참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일만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어요. 사람들이 자꾸 보이는데, 안 보였으면 좋겠다 하면서도 이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다 싶어요. 괜히 안 보이는 척하지 말고,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이 나누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하나씩 해보자 다짐하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인터뷰했던 카페에서 승현 님과 함께

영재: 승현 님의 그런 마음 덕분에 제가 진저티에 잘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본 승현 님은 ‘책임’과 ‘배려’의 키워드가 강한 사람이에요. 저는 승현 님 눈에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면서 든 생각을 말해주세요!

승현: 영재님은 ‘욕심쟁이’죠. 다른 사람에게도 잘 보이고 싶고, 나 스스로도 만족하고 싶은데. 어쩔 때는 앞에 서보고 싶고 , 뒤에서 조종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했던 것도 잘하고 싶고, 새로 만나는 것도 잘하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 하나의 예시로 진저티 버스킹이나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만나고 싶으면서도 아티스트로서의 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잖아요. 퍼포먼스적으로 기타를 잘 치는 거도 있지만, 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성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도 느껴져요.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욕심이 나고 있고, 그 욕심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마음대로 안되어서 속상하구나’ 하는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이에요. 가리려 해도 보인다는…ㅎㅎ 매사에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전날 공연을 하고 피곤해 보여도 이해되고. 고민하고 투덜대도 ‘저거 어떻게 잘할지 고민하겠지?’하면서 또 열심히 할 것 같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영재님은 누른다고 다른 쪽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 차라리 열심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본인이 내적 동기가 생겨야 집중하고 발산하는구나. 내적 동기가 움직이는 동력이라 생각하니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영재: 허허 다 읽혔군요… 조금은 민망하네요. 어쩔 수 없는 막내 DNA가 있어서 그런가 봐요. 솔직하게 읽어주시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신 것 같아서 뭉클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이제 진저티 스타일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승현 님, 진저티 인터뷰 버스킹에 참여한 소감이 어떠셨나요?

승현: 좋았는데요. 여태까지는 조직에서 막내의 말을 줄여야 한다는 고지식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자기 검열을 하면서 말을 줄이려 했거든요. 그런데 대놓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시간이어서 좋았어요. 브레이크를 안 걸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는 친구를 만나도 듣고 말하는 비율에 있어서 제가 말하는 비중이 많을까 봐 신경 쓰는 편이에요. 워낙 수다쟁이라서요. 사실 그게 맞잖아요? 듣는 게 그런 의미에서도 재밌긴 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라 재미있었어요. 2년치 회고를 한 느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승현 님은 진저티의 엔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저티의 대부분의 일이 승현 님 없이는 돌아가지 않거든요.

특히 사람이 많아져 무거워진 진저티가 잘 돌아가도록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엔진.


승현 님의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승현 님과 딱 맞는 노래가 생각났어요. 아마 승현 님이 진저티에서 일하는 감정을 대변한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생각하던 진로와 다른 진저티에 안착해서 처음엔 당황했었고, 생각보다 많은 자극과 일들에 지칠 때도 있고, 그럼에도 여정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는 승현 님의 모습을 잘 담아낸 이번 곡은

데이브레이크의 ‘에라 모르겠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mFT3eH70A

햇볕이 뽀송뽀송한 이불만큼 따스하단 말이죠

머릿속엔 할 일들이 태산만큼이나 많단 말이죠

지름길을 알고는 있지만 돌아가고 싶은 날이에요

이런 날엔 이런 날엔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에라 모르겠다 집에 안갈랜다

바람 속에 실려온 이 기분을 맘껏 즐길랜다

에라 모르겠다 다 털어버린다

이런 날엔 이런 날엔 그럴랜다



독자 여러분들도 혹시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은 적이 있나요? 아니면 지금 그런 삶 속에 있나요? 저는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라지만, 가끔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계획적인 것 같기도 해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불확실성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앞만 보고 달리기보단, 주어진 하루를 천천히 누리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내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그냥 맡겨보는 거예요. 오늘의 하루가 내일에 어떤 형태의 선물로 돌아올지 기대하면서요. 저도 진저 티에 오게 된 것도 예상에 없던 일이었고, 지금도 앞으로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독자분들도 받을 선물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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