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자기소개서 별첨

by 단발머리 반가르마

하는 일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새로운 일에는 용기가 얕아진 것만 같다.
꼭 이 일을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는데
밑천 다 봤다 싶으면서도

떠날 수 없는 것은
겁인가? 경제적 풍요인가?

생각해 보면 그다지
아주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언젠가는 겪어야 할 순간일 텐데
자꾸 익숙해진 곳으로 향하려는

망설임의 이유는
겁인가? 경제적 풍요인가?


나는 어릴 적,
책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도
곧잘 글짓기 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방학 내내 미뤄두었던 일기를,
개학 일주일 전부터
하루 종일
엄마와
종이접기도 붙이고
엄마가 쓰라는 대로 적어냈는데도
개학 후엔
반 게시판에 전시가 되었으니
엄마의 글솜씨인지
내 글솜씨인지.


쉬는 날, 같이
억새풀 밭을 걷던
룸메이트에게 물었다.

"너는 요리 안 했으면 뭐 했을 거 같아?"
"난 화가"


아-
예술은 왜 이리도
배고픈 것인가?
예술의 헝그리정신은
헝그리한 지갑에서
쥐어짜진 잉태물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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