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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Apr 29. 2021

망생망상의 시작

백수선언

(1) 백수야.

(2)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


지인이 카톡으로 근황을 물어보면 (1), 실제로 만남까지 이뤄진다면 (2). 4월 한 달간 반복한 대답이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2)를 내 입으로 처음 뱉고 난 후, 무려 보름쯤 지나서야 첫 구성을 어영부영 마무리하고 비로소 '쓰기'를 시작했다. 4월 29일, 오늘까지의 진도는 30페이지. 4월의 마지막인 내일은 기필코 1부를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뱉어놓고. 수습한다.


누구 하나 의외라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의외였다. 서른이 되던 해. 카피라이터로 밥벌이하겠다 선언했던 그땐, 이름 하나를 얻는 대신 (어쩌면 그저 때마침)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을 잃었고, 급여가 깎였고, 연인과 헤어졌으며, 별의별 송사까지 휘말렸다. 말리지 않는 사람 한 명을 찾기가 어려웠던 그 일을, 신장 하나가 떼인 듯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번엔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는 듣지 못했던 응원도 듣는다. 무엇이 변한 걸까? - 각자도생의 트렌드? 아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걸까? - 나의 철없음? 무엇이 이유든지 간에, 나는 이 놀고쓰고 먹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망생의 망상과 우울의 격랑을, 넘어 보리라.

이 삶의 부채를, 이번에야말로 써서 갚아보리라.


그렇게 본격적인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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