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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Sep 23. 2021

오징어게임: 치명적인 오류는

OTT 시대, 컨텐츠의 본질은 유희다.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석 연휴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것은 공중파도 케이블도 아닌 OTT였다. 한 달 전 <D.P.>로 졸이던 숨통을 틔웠던 넷플릭스 코리아가 완전히 기사회생했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그간 각 방송사의 드라마를 구입하며 오리지널 히트작 공백기를 떼워왔지만, 모든 신작 드라마가 평타였던 2/4분기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킹덤: 아신전>은 오히려 충성고객들을 실망시켰다. (물론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다. 국외에서의 성공은 별개의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넷플릭스나 viu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한국 컨텐츠로 한국 외의 지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다.)


연휴 기간 내내 소셜 미디어는 <오징어 게임>으로 뜨거웠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시청 여부를 묻고, 인증샷을 올리고, 허점을 논했으며, 글로벌 시청 순위에 박수쳤고, 스포일러를 흩뿌렸다. 5분 이상 소통 가능한 주제가 고양이 뿐인 우리 가족도 함께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다가 식사 하느라 잠시 멈춘 사이 갑논을박을 펼쳤다. 그만큼 <오징어 게임>에는 떡밥이 많았고, 그 떡밥이 맥거핀인지 복선인지는 '시즌2'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열어놨다.


| 최대 설정 오류는 우승 상금 456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명백한 최대 설정 오류는 우승 상금 456억이다. 456억은 모든 작품 설명과 홍보문구에 사용된 <오징어 게임>의 첫 번째 수식어다. 참가자가 죽을 때마다 두당 1억 씩 투하되는 돼지 저금통은 이 게임의 상징이다. 

그런데 참가자들의 투표 끝에 주최측은 첫 번째 게임의 생존자 201명을 순순히 놓아줬고, 그 중 187명이 돌아왔다. 14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프론트맨은 그들을 계속 모니터링하라 명한다. 따라서 최종 상금은 총 상금 456억에서 14억을 제외한 442억이어야 한다. 


456이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숫자인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회수된 떡밥이 없다. 456억을 맞추기 위해 프론트맨이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사살했을까? 하지만 그것은 곧 캐릭터 붕괴다. 그의 캐릭터는 시즌2를 이끌어갈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에 결국 시청자에게 456억을 납득시키려면 다른 방안이 필요할테다. 


| Play(재생) & Play(놀이): 작품 그 자체로 논쟁하게 만들어라.

그러나 작품에 대한 논쟁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의 놀이이며, 그 놀이에 끼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시청해야 한다. 그냥 재미있더라는 찬사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된다. 노이즈 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논란이 일어날 때에는 작품을 소비하지 않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악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 재미있으면 다다.

어쨌든 재미있으면 다다. 즐길 거리가 많은 시대가 왔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재미를 위해 잠도 포기하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오래전부터 경쟁자로 '잠'과 게임 '포트나이트'를 꼽은 바 있다. 물론 재미는 웃음과 같은 말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이나 <D.P.>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올해 방송된 그 어떤 추석특집보다 재미있다는 평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시청자로서, 콘텐츠 홍보에 몸을 담아본 사람으로서의 생각.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서는 참 고민이 된다. 어떠한 주제와 얼마만큼의 개연성이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이끌어낼 것인가. 무엇보다도 과연 내 작품은 재미있는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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