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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니 Nov 13. 2023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심리학적 이유

쾌락주의의 아이러니

최근 도파민 디톡스 트렌드

created by DallE


요즘 도파민 디톡스가 유행하고 있다. 자기 계발이나 생산성, 웰니스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걸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와 숏폼 콘텐츠의 시대를 겪으면서 몸소 알게 되었다. 이걸 자제할 필요가 있구나! 그런 위기의식을 스스로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쾌락을 절제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심지어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이 많다. 쾌락을 자제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는 왜 고통을 받아들이기까지 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왜 고통을 받아들이기까지 해야 하는 걸까?



두 가지 관점

1. 도파민 시스템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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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책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난 후 도파민 시스템에 관심이 많아졌다.


도파민은 쾌락과 즐거움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지만, 가장 큰 역할은 ‘동기부여’다. 도파민은 운동 기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나의 목표가 생기면 이를 위해 몸을 움직여 노력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파민이 활성화되지 않은 실험 쥐들은 먹이가 바로 앞에 있어도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입에 먹이를 넣어주면 씹어먹으며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도파민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도파민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만히 누워서 엄지손가락만 움직여도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데, 굳이 힘들게 공부하고 운동할 이유가 있을까? 일상의 모든 일들이 점점 재미 없어지고 특히 오래 걸리거나 고통스러운 일들을 점점 더 견디기 어려워진다.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도파민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보상경로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다. 경험에 따라 학습하고 강화되며 계속 변화한다. 결국 쉽게 얻은 도파민에 대한 기억은 계속해서 뇌에 남는다. 단기적인 보상경로가 강화될수록 장기적인 보상에 대한 동기부여는 점점 약해진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며 산다면 도파민 보상경로의 역치도 점점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쾌락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 많은 쾌락이 필요해지고, 고통을 견디는 힘은 점점 약해진다. 쾌락주의가 오히려 쾌락불감증을 만들고, 스스로를 고통에 민감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 도파민 보상경로가 쾌락을 쉽게 얻는 쪽으로 치우친 상태를 바꾸어야 한다. 정말 병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면,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절제가 필요하다. <도파민네이션>에 따르면, 절제로 인해 뇌가 변화하는 데는 임상적으로 최소 4주가 필요하다. 평소에 본인이 기대고 있던 대상을 끊어내고 나면 직후에는 더 큰 불안과 고통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면 이러한 마음이 약해지고,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절제를 시작할 때는 일시적으로 고통이 훨씬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견뎌야 한다. 고통을 반드시 없앨 필요가 없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감정에 쉽게 휩쓸리거나 파묻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파민네이션>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바닥에 가까운 감정도 인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가치가 있다.”


바닥에 가까운 감정도 인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가치가 있다.


고통은 인생에 있어서 필연적이고, 고통을 피해 쾌락으로 도망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고통을 견딜 필요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쾌락이 고통을 불러온다면, 그 반대도 성립한다.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쾌락을 얻을 수도 있다. 운동 후에 찾아오는 러너스하이, 공포 영화를 봤을 때의 카타르시스, 찬물목욕 후의 기분 좋음 등을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도 그런 경험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동기부여 하기 위해서 고통을 견딜 힘이 필요하다. 쾌락으로 도망친 후 그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고통을 삶으로 끌어들이고, 그것을 견뎌낸 후에 얻을 수 있는 쾌락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2. 창의성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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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정서는 창의성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예술적인 창의성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예술가와 정신병리의 연관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일반 사람들보다 예술가 집단에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았다.


정서 상태에 따라 정보처리 특성이 달라지는데, 긍정 정서 상태에서는 만족 전략을, 부정 정서 상태에 있다면 최대화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우울할 때는 본인의 기준이 높아져서 만족을 할 수 없고, 결핍을 느끼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작업하고 분석하며 더 높은 기준에 도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긍정 정서, 부정 정서 모두 창의성과 관련이 있지만, <창의성의 이중 경로 모형>에 따르면 정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창의성에 영향을 준다. 창의적 사고에는 2가지 경로가 있는데, 바로 인지적 유연성과 인지적 지속성이다. 인지적 유연성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연결을 찾아내는 인지능력이며 긍정 정서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인지적 지속성은 하나를 끈기 있게 파고드는 인지능력으로, 부정 정서의 영향을 받는다. 2가지 경로가 혼합되어 창의적 사고, 창의적 성취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 정서는 창의성에 꼭 필요한 요소다.


또한 재밌는 사실은 장애물을 극복할 때, 훨씬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장애물이라는 것은, 작업에 엉뚱한 요소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거나, 낯선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거나, 특정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제약사항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럴 때는 정서적으로 괴롭고 훨씬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부정 정서는 마치 스스로가 틀렸다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불편함 감정을 마주할 때,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실제로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더 나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편안함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쓰게 되고 더 많은 주의력을 쏟게 되는데, 이게 불편하고 힘든 느낌을 주지만 결국에는 더 나은 결과로 이끌어준다.


우리는 불편함 감정을 마주할 때,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최근에는 컴포트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 내용과도 비슷하다. 변화를 만들고 혁신을 꿈꾸기 위해서는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게 우리를 더 새로운 발견과 독창적인 아이디어, 꾸준한 실행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고통을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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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통스럽고, 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이런 이유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고통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불안감이 올라올 때는 당장 없애기 위해 다른 행동에 기대곤 했다. 지치고 힘든 밤 시간에, 특히 불안감이 크게 올라올 때는 침대에 누워서 하염없이 쇼츠만 돌려보기도 했다. 쇼츠가 그렇게 재밌는 것도 아닌데, 다른 일을 할 마음도 의지도 없고, 당장의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아서 그랬다. 누군가는 음식을 마구 먹는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게임이나 쇼핑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찬물샤워도 시도해 보고, 격한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완전히 좋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나를 달래고, 고통을 견딜 방법을 찾는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 좋은 느낌을 준다.




참고자료

-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흐름 출판 (2022.03.21) 

- Tim Harford, How frustration can make us more creative, TEDGlobal>London,  https://www.ted.com/talks/tim_harford_how_frustration_can_make_us_more_creative/transcript (2015.09)

Nijstad, B. A., De Dreu, C. K. W., Rietzschel, E. F., & Baas, M. (2010). The dual pathway to creativity model: Creative ideation as a function of flexibility and persistence.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21(1), 34–77. https://doi.org/10.1080/1046328100376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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