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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니 Jan 24. 2024

아직도 새해 계획을 미루고 있다면

3가지 이유와 3가지 팁



미루기에 잠식당하는 우리


‘아 운동해야 하는데…’ ‘올해는 살 빼야 하는데 언제 하지…’ ‘올해 목표 세워야 하는데 귀찮다…’

혹시 새해가 되고 이런 생각을 하진 않으셨나요? 제가 그랬어요. 하고 싶은 마음은 벌써 저만큼 앞서 나가 있는데, 몸은 마음대로 따라와 주질 않았죠. 한편으로는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고,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자괴감,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해요. 이런 우울한 생각들은 더더욱 제 몸을 짓눌러와요. 그래서 제가 매일 침대에 누워있는 거겠죠?


원하는 바를 다 이루는 새해를 염원하며, 미루기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미루기는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에요. 실제로 미루기는 우리의 업무 효율, 정신 건강, 심지어 사회적 관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루기, 그리고 그로 인해 비롯된 자괴감과 죄책감을 탈탈 털어버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봅시다.



왜 미루기에 한없이 약해질까?

미루기의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미루기란, 해야 하는 활동이나 결정을 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왜 ‘행동’이냐면, 우리는 미루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까요.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책상을 정리한다든가, 과제를 해야 하는데 누워서 모바일 게임을 한다든가, 책을 읽어야 하는데 만화책을 보는 식으로 말이죠.


학생이 지연행동을 보이면 그 학생이 공부에 취미가 없다고 흔히들 진단하지만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 연구결과는 학생의 학업만족도와 지연행동의 관련성이 없음을 지적한다. Dominguez-Lara & Campos-Uscanga, 2017.

흔히 무언가를 미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기 싫은 거라고 생각하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만 하고 정작 운동하는 걸 미루는 사람을 보면, ‘아 운동하기 싫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는 정말 재밌고 하고 싶은 일도 뒤로 미루곤 합니다. 취미로 보드를 탄다든가, 영화를 보는 걸 떠올려봅시다. 정말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이라도 미룰 때가 있어요. 당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울 때, 혹은 일에 치여 신체적으로 지쳤을 때는 어떤 일도 다 미루게 되죠. 학업만족도와 지연행동은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은 너무나 미루고 싶겠지만, 하고 싶은 일 역시도 미룬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는 왜 중요한 일들을 미루게 될까요? 미루기에는 정말 다양한 원인들이 있어요. 과연 우리는 어떤 이유 때문에 일을 미루게 되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1. 시간관리 기술의 부족

책 <정리하는 뇌>에서는 미루기의 원인 중 하나로 ‘계획 곤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계획 곤란은 과제를 완수하는 데 요구되는 충분한 시간을 앞두고 과제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하위 목표들을 완수하는 데 드는 시간을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거나 순진하게 생각해서 생기는 일이다. 혹은 마침내 자리를 잡고 일에 착수했는데, 정작 필요한 물건이나 재료가 갖춰지지 않아서 제시간에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_192p

미루는 행동, 즉 ‘지연행동’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계획성이 부족한 게 문제라는 거예요. 이 일을 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이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 말은 곧, 시간관리 기술의 부족으로 이어져요. 우리는 모두 24시간으로 제한된 하루를 살아가요. 어떤 일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하루의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한된 시간을 분배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우선순위도 명확히 알아야 해요. 시간관리 기술, 즉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면 일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게 되겠죠.



2. 불안 장애와 완벽주의

때로 우리는 너무 완벽을 원해서 미루기도 합니다. 완벽히 갖춰진 상황을 기다리면서 일의 시작을 미루기도 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원해서 일의 마무리를 미루기도 하죠. 2가지 상황 모두 일의 결과가 미뤄지는 건 같습니다. 완벽주의자들이 일을 자주 미루게 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완벽을 원할까요? 그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책 <정리하는 뇌>에도 ‘실망에 대한 내성’이라는 내용이 나와요. 책에서는 캘거리대학의 조직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실망에 대한 내성이 낮다. … 우리는 자신이 달성한 성과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인 자신감 결여든, 이 특정 프로젝트 때문에 탄로 날 자신감 결여든 간에 우리가 일을 뒤로 미루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평판이 위험에 내몰리는 것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자들이 자존심 보호 술책 ego-protective maneuver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_191p

우리는 실망에 대한 내성이 낮기 때문에 이런 두려움이 우리가 일을 뒤로 미루게 만든다는 것이죠.

완벽주의는 우리 스스로의 만족하기 능력과도 관련이 큽니다. 너무나도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들이밀고, 이 기준을 충족하길 원하죠. 하지만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일의 마무리는 자꾸만 미뤄지고, 기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심리적 어려움은 계속해서 커져요.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기준이 높은 것은 좋지만, 하나의 일을 계속 붙잡고 미루는 것이 꼭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진 않으니까요.

이런 완벽주의가 지연행동으로 이어지는 원인에는 정서 조절 문제도 있어요. 만성적으로 미루기 행동을 하고 있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일을 계속 미루게 된다면 말이에요. 예를 들어, 박사 학위를 위한 중요한 시험이라든가 취업을 위한 면접이라든가, 건강 문제로 인한 치료와 같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들이요.


충동성이 낮은 사람에게는 불안감이 긍정적인 자극을 줍니다. 충동성을 높여서 행동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충동성이 원래 높은 사람에게는 불안감이 오히려 반대의 역할을 합니다. 너무 높은 충동성에 휩싸인 사람은 오히려 무기력 해져요. 특히 높은 불안을 다스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이런 나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행동이든 하게 되죠. 일종의 회피 행동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게 될지도요.



3. 만족 지연 능력

‘미루기’하면 흔히 떠오르는 원인이 이 만족 지연 능력이에요. 만족 지연 능력이란, 말 그대로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에요.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고 만족을 지연시키는 겁니다. 만족 지연 능력이 강하다면,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도 잘 끝마칠 수 있겠죠. 반대로 이 능력이 없다면 현재의 고통을 전혀 견딜 수 없을 거예요.

책 <정리하는 뇌>에는 이 내용도 나옵니다. 피어스 스틸의 말을 인용하고 있어요.

“매 순간 어떤 과제를 시행하고, 어떤 활동을 추구할지 결정할 때마다 우리는 가장 보람이 큰 활동이 아니라 제일 쉬운 활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즉, 불쾌하거나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룬다.” _191p

우리가 현재의 활동을 선택하는 기준은, 미래에 느낄 만족감이 아니에요. 특히 충동성이 높고 주의가 산만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현재의 상태와 현재의 생각에 충실해요. 우리는 당장 즐거운 활동을 먼저 추구하고, 힘든 일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됩니다.


즉각적은 쾌락에 대한 욕구가 만족 지연 능력을 이길 때마다 우리는 일을 뒤로 미룬다. 어느 쪽이 이기느냐는 어느 도파민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_191p

우리 뇌에는 즉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도파민 시스템과 미래의 만족을 위해 과제에 집중하게 하는 도파민 시스템이 모두 있어요. 이 중 어느 쪽이 강하냐에 따라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지가 결정됩니다. 반대로, 평소의 행동이 이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자주 사용하는 시스템이 계속 강화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할 일을 자꾸 미룰수록 즉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강해져서 더더욱 미룰 수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책 <정리하는 뇌>에서는 또한 미루기 방정식에 대해서도 설명해 줍니다.

미루기 = (과제 완수 시간 X 주의 산만 X 지연) / (자신감 X 과제의 가치) _191p

자신감이 높고, 수행하려는 과제의 가치가 높다면 일을 미룰 이유가 없겠죠. 반대로, 과제를 완료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의가 산만하다면 일을 미루게 될 겁니다. 여기서 ‘지연’은 과제 완료 후에 오는 긍정적 피드백이 지연되는 시간을 뜻해요. 이 역시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제 완료 후의 즉각적인 긍정적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또한, 동기 부족도 미루기의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그 일에 대한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해요. 동기가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을 미루게 됩니다. 특히나 그 일이 재미없거나 흥미롭지 않다면 더욱 그렇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여기서도 역시, 보상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미루기를 극복해 보자

원인을 알았다면, 이를 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간단한 해결방법도 소개해드릴게요.


1. 2분의 법칙

“2분보다 덜 걸리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 하라”

책 <Getting Things Done>에 나온 내용이에요. 2분 안에 가능한 일은 더 생각하지 말고 생각난 즉시 바로바로 해버리라는 뜻이죠.


이메일 답장하기, 이불 정리하기, 책상 치우기 같은 사소한 일을 지금 당장 해치우세요. 할 일을 쌓아놓고 있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잖아요. 해야 할 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몸과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요. 이 2분의 법칙은 머리를 비우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줍니다. 특히 만족 지연 능력이 약할 때 이를 이겨낼 수 있게 해 줘요. 또한 이 작은 성취들은 더 큰 일에 대한 자신감을 쌓아줄 거예요.



2. 딱 5분만 해보자

2분의 법칙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에요. 우리의 눈앞에는 사소한 일만 있는 게 아니죠. 몇 시간, 며칠, 몇 개월이 걸리는 목표들도 있어요. 하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거잖아요?

완벽한 상황, 완벽한 환경, 완벽한 상태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핑계를 찾지 말고 그냥 지금 당장 할 일을 시작하는 거죠. 정말 딱 5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요. 5분만 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이제 더 이상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생기지 않을 거예요. 점점 더 길게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게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일단 시작해 보고, 스스로 즉각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이 방법 역시 생각과 핑계를 없애고 바로 행동하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시작에 대한 완벽주의나 만족 지연 능력의 문제를 도와줄 수 있어요.



3. 루틴이 필요한 이유

5분만 해보는 걸 루틴으로 만들면 정말 좋아요. 루틴은 미루기를 극복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정한 활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우리의 뇌와 몸은 그 활동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고통 없이, 생각 없이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루틴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는 불안감을 줄여줍니다. 특히 완벽주의와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루틴은 일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10분간 스트레칭하는 걸 루틴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이 루틴에 익숙해지면, 30분간 달리기를 하는 루틴도 도전해 볼 수 있겠죠. 또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음 날 할 일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요. 이것 역시도 매일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는 루틴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어요. 이런 루틴은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새해 첫 글로, 미루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지연행동의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요. 미루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생각을 없애는 것입니다. 미루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거죠. 여기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다음 행동으로 이어나갈 힘을 얻는 거예요.

지연행동의 원인이 복잡한 만큼 해결책도 다양해요. 제가 소개한 방식 외에도 불안감 다스리기, 보상으로 동기부여 하기, 우선순위 관리하기 등의 방법을 적용해 볼 수도 있어요. 이런 방법들은 또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미루기 해결을 위해 제가 사용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적어볼게요. 그럼 모두 뜻하는 바를 더 많이 실천하시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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