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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Dec 09. 2020

#24. 피규어 드로잉 (Figure Drawing)

 풍경화의 인물들은 특정 인물에 집중한 인물화, 초상화(portrait)와 구분하여 보통 피규어(Figure)로 이야기합니다. 인물화, 초상화에서의 인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주변의 배경보다 인물 자체가 중요합니다. 즉 주인공인 거죠. 하지만 풍경화 속에서의 인물은 풍경을 이루는 주요 요소이지만 꼭 주인공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저 엑스트라라고 이야기하기엔 중요합니다.


[노인 리드펜 드로잉 - 2020.11.29]


[캡틴 수채화 - 2020.07.21]


 위의 두 인물화는 풍경화에 들어가기엔 존재감이 매우 큽니다. 누가 봐도 주인공이죠. 만약 풍경화 안에서 이런 인물들을 배치하면 어떨까요? 인사동의 한 거리 풍경을 즐기고 있다가 그 자리에 유명 연예인 나타난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풍경이 아닌 주인공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로 인해 활기를 느낄 것이지만 그들 모두를 상세히 기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주인공처럼 주목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바로 그만큼만 표현하는 것. 없으면 안 될 존재이지만 주인공은 아닌 주인공과 엑스트라 어딘가의 위치에 피규어가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얼굴을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인물 자체도 그룹화와 단순화를 하는 것입니다.


[그룹 피규어 드로잉 - 2020.12.07]


 위의 피규어 그룹을 보면 상세 묘사가 들어가지 않고 단순화되었지만 어렵지 않게 인물들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요. 이 또한 우리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경험적 근거들이 이해에 작용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사람이다 보니 사람의 형태에 대한 인식 수준은 그 어떤 존재를 경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욱 탁월합니다. 예로 밑의 표를 만들어 봤는데요. 거의 추상적인 영역에 해당될 수 있는 기호화된 픽토그램이나 졸라맨과 같은 스틱 피규어가 그냥 점과 도형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사람을 형상화한 것으로 쉽게 인식될 만큼 우리의 사람의 형태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우리가 어떤 형태를 사람으로 인식하는 요소는 스틱 피규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요. 머리, 몸통, 두 팔과 다리의 형태가 이루어져 있으면 우리는 아무리 단순화되어 있을지라도 쉽게 사람으로 느끼게 됩니다.


[인물의 상세 묘사 정도에 따른 구분]


 모든 피규어들이 얼굴의 상세한 표현이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 근경의 인물들은 원근의 표현을 위해서라도 약간의 묘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어 눈, 코, 입을 분명히 볼 수 있는 거리의 누군가인데도 아예 이들에 대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면 이 또한 경험상 매우 어색할 것이(혹은 기겁할 것이) 분명하겠죠. 하지만 이 때도 눈, 코, 입을 모두 상세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과 어두움에 의한 얼굴의 명암 정도를 표현해 주는 정도면 족합니다.


 또한 제가 이전 글에서 인물이 움직이는 오브젝트라고 했죠? 보통 초상화의 경우 인물의 움직임까지 잘 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눈, 코, 입을 통한 표정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굴을 상세히 묘사하지 않고 보통 전신으로 표현하는 피규어 드로잉에서는 표정 자체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제스처에 의한 움직임이 강조가 됩니다. 밑은 야구 투수의 피칭 폼과 김연아 선수의 경기 한 장면을 연속 동작 드로잉으로 그려 봤던 그림들인데요. 이처럼 피규어 드로잉을 통해서는 인물의 움직임을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 풍경을 그릴 때 피규어의 제스처도 이렇게 역동적이어야 하는군요?'라는 질문 해본다면 그 대답은 '그렇지는 않다.'입니다. 제가 예전에 많은 수채화 마스터님들의 그림에서 인물들을 그리실 때 유난히 앞, 뒤 모습이 많아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제삼자가 아닌 풍경에 적극 동참하는 실제로 걷는 행인으로서 마주오는 행인들과(그림에서 앞모습인) 지나치며 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과(그림에서 뒷모습인) 섞여 걷는 생생함을 그림에 더하여 주는 것이었죠.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광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풍경에서 피규어들은 주로 앞과 뒤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몬트리올 거리를 찍었던 사진 몇 점을 함께 살펴볼까요?


 실제로 그 거리에 제가 역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앞, 뒤 모습의 인물이 걷고 있는! 모습을 주로 만나게 될 것이에요. 다만 밑의 경우처럼 광장의 풍경을 그릴 경우는 다양한 방향으로 걷는 인물들을 추가해주시는 것이 우리의 경험상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럼 이를 토대로 실제로 피규어를 그리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피규어 드로잉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기에 제가 그리는 방식은 답이 아닌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고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데모에서는 노스케치 수채화로 작업을 했지만 해당 과정을 연필 스케치 진행하셔도 됩니다. 다만 후에 빛에 의한 하이라이트를 살릴 있도록 너무 강한 라인으로 스케치를 진행하지는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혹은 그림을 완성하신 후 하이라이트 부분을 지우개로 지우실 수도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부분에는 채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연필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에 지우개로 잘 지워집니다.


 먼저 얼굴에 해당되는 면을 만들어줍니다. 주로 세로로 약간 길쭉한 타원을 생각하시면 좋고 세로로 긴 직사각형도 좋습니다.


 저는 동세를 나타낼 수 있는 팔이나 손 부분을 먼저 그리는 편입니다. 이 편이 동세를 연결해주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상체 부분을 그리며 어두움 부분도 좀 더 농도가 짙고 진한 색으로 더해줍니다.


 다리를 연결하되 앞, 뒤로 걸으시는 경우 한쪽 다리는 굽혀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는 편 다리보다 짧게 그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굽혀진 부분 밑에 어두움을 잡아 주시는 것이 굽은 느낌을 내기가 좋은데요. 앞모습의 경우 굽힌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을, 뒷모습의 경우 둔부부터 무릎 뒤 부분까지를 어둡게 해 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림자까지 연결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땅에 확고히 서있는 느낌이 듭니다. 인물이 붕붕 떠다니게 그리시는 것은 그리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머리를 그려주시되 윗부분 하이라이트가 화이트로 남도록 모두 칠하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근경에 있는 인물로 생각하고 얼굴에 간략한 음영을 더한 후 어두운 쪽을 좀 더 어둡게 해 줍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하이라이트를 남겨주는데 앞모습의 경우 머리와 양 어깨 부분을 중심으로 하이라이트를 남겨줍니다. 빛의 방향이 사선일 경우 옆쪽에도 하이라이트를 남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이라이트를 남기는 방법은 배경을 하이라이트를 피해서 칠해주는 것입니다. 수채화에서는 네거티브 페인팅을 통해 빛을 드러내 주는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하이라이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두움 부분을 좀 더 보강하고 마무리합니다. 옆에 뒷모습의 피규어를 이어 그려봅니다.


 머리부터 그리는데 마찬가지로 머리 위의 하이라이트를 남겨줄 것을 생각하며 칠합니다.


 이번에는 팔부터가 아닌 몸통부터 들어가 봅니다. 앞모습과 원활한 구분을 위해서 마이클 솔로브예브 선생님께서 팁으로 가르쳐 주신 부분은 앞모습 때와 달리 어깨의 하이라이트를 연결해주는 것이 것이었습니다. 앞모습은 얼굴로 인해 하이라이트를 이어 버리면 매우 어색해지지만(목이 뎅겅) 뒷모습의 경우 빛의 상황에 따라 실제로 이쪽부터 저쪽 어깨에 이르는 하이라이트가 생깁니다. 앞모습의 경우 얼굴이 옷보다 앞으로 나오지만 뒷모습의 경우 옷깃이 머리와 목 뒤 바깥 부분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단 장발일 경우는 예외가 됩니다. 머리카락이 옷이 시작하는 부분을 덮기 때문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감상하시는 분들이 더 쉽게 앞모습인지 뒷모습인지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팔을 그려주고 하체를 그려주는데 보통 상체보다 하체를 어둡게 작업을 해줍니다. 그 편이 피규어의 무게가 아래로 향해 안정감 있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쪽에 무게가 실린 것처럼 그린다면 피규어가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일 수 있습니다.


 반바지를 입은 경우도 개성이 있기 때문에 맨살의 다리를 확실히 표현해줍니다.


 그림자는 필수!입니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워시 아웃(붓으로 닦아내기)을 진행해 빛이 받는 느낌을 표현해줄 수 있습니다.


 배경을 넣어 마찬가지로 하이라이트를 드러내 줍니다.


 이렇게 완성입니다.



 앞모습과 뒷모습의 주요 표현들을 더 단순화하여 표현해봤는데요. 앞모습의 경우 꼭 머리색을 넣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앞모습의 경우 머리와 양어깨의 하이라이트를 주요하게 남겨 주시돼 목 부분은 몸과 연결해주시고, 뒷모습의 경우는 머리와 어깨의 하이라이트를 표현하되 어깨의 하이라이트는 연결해준다!(장발 제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행인의 경우 팔보다도 다리의 움직임 및 다리와 연결된 그림자가 참 중요합니다. 다리 하나는 짧게! 앞모습의 경우 굽힌 다리의 무릎 아랫부분을 어둡게, 뒷모습의 경우 엉덩이부터 무릎 뒷면까지를 어둡게! 이 부분을 잘 기억해주세요.


 살짝 몸을 틀거나 손을 잡는 형태의 피규어도 그려 봤습니다. 피규어들이 겹친 경우 하이라이트 관계를 겹친 부분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데요. 배경이 정말 말 그대로 '배경'이 아니라 인물도, 자동차도, 나무도 어떤 오브젝트도 하이라이트를 드러내기 위한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풍경에서는 번잡한 거리를 그리는 경우가 아닌 한 소수의 피규어만 배치해도 그림에 활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광장의 경우는 다양한 방향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했죠? 굳이 광장이 아니더라도 광장같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넓은 곳인데 앞, 뒤 모습의 피규어만 있다면 우리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과 달라 어색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쿠바 거리의 활기 - 2020.06.20]


 위의 그림처럼 피규어 자체에만 집중하여 그려도 상당히 재밌는 그림을 그리실 수 있습니다. 피규어를 그리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피규어 드로잉 라이브 영상 링크도 공유드립니다.

https://youtu.be/ZJ2JsHnsu6Y


 풍경을 그리시며 피규어 넣기를 부담스러워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어쩌면 피규어를 인물화처럼 상세히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단순화된 피규어를 그리는 것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정관념... 정말 그림을 그릴 때의 고정관념은 깨고 깨고 아예 바스러뜨려야 존재입니다. 대게의 고정관념이 부정적일 아니라 손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너무나 힘들게 만듭니다. 작은 고정관념 하나를 깨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바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부분을 정말 알고 있습니다. '내가 무슨 그림을?'이라는 단 세 단어로 이루어진 고정관념 하나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음에도 평생 그림에 손도 안 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글이, 제가 하는 그림 라이브가 이러한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없애드릴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그림 그리실 수 있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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