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의 경우 바다나 숲 등 자연에 집중하는 경우와 삶의 냄새가 가득한 도시나 타운 등 삶의 공간에 집중하는 두 가지 주제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요. 그 중간 형태로서 숲 속의 산장이나 성, 바다의 등대나 보트하우스 등 둘을 믹스한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거리 풍경 수채화 - 2020.04.18]
[바닷가의 산책 - 2020.06.28]
[숲 속의 집 - 2020.03.03]
이러한 풍경화에서 함께 그려주면 그림의 활기와 재미가 확 살아나게 하는 오브젝트들이 있는데요. 바로 '움직임이 있는 오브젝트들'과 '화면의 구성에 참여하지만 수동적인 오브젝트들'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움직임이 있는 오브젝트들에 해당되는 경우는 사람, 동물 등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들과 생명은 없지만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 자동차, 바이크 등의 교통수단이 있겠습니다. 자연의 경우 흐르는 물도 움직임이 있는 오브젝트에 속할 수 있습니다.
화면의 구성에 참여하지만 수동적인 오브젝트들은 화면을 분할하며 수직 수평적인 변화 또한 만들어 내는데요. 전깃줄, 전봇대, 가로등과 같은 오브젝트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연의 경우는 나무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룹화와 단순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음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이고 신뢰할만한 근거를 통해 그룹화와 단순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었죠? 그 대표적인 예가 빛과 어두움에 의한 그룹화이고요. 어떤 표현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경험에 의한 근거에 기반한다면 충분히 원하는 의도를 표현하면서도 감상자들이 이에 대해 어색하게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척하면 척! 그리는 이와 감상자들 간의 호흡이 맞고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어떤 풍경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무슨 느낌이 들까요? 특히 도시의 거리 풍경인데 행인들도 교통수단들도 아무것도 없다? 그럼 필경 주목은 될 수 있어도 이는 '어? 이상하다. 왜 있어야 할 존재들이 없지?'와 같은 어색함에 의한 질문들이 생길 것입니다. 쓸쓸함, 고독 등을 주제로 할 경우는 성공적이겠지만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닌 경우 움직이는 오브젝트들을 넣지 않으면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는 장소를 그리더라도 금세 유령 도시로 탈바꿈합니다. 특히 거리를 와이드 한 뷰로 많은 것을 담아 그리면 그릴 수록 움직이는 오브젝트들의 부재는 심각한 썰렁함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자연 주제의 경우에도 해당 장소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람이 없는 자연풍경을 원한다면 그런 풍경과 어울리는 동물들 혹은 움직임이 강한 흐르는 물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활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위의 거리 풍경 수채화를 포토샵을 활용하여 사람들과 자동차들, 하늘의 새들을 모두 지워 봤습니다.
다시 한번 이들 모두를 넣은 그림과 비교를 해보시면 고요하고 썰렁하던 거리에 온갖 활기찬 소리들이 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거예요.
또한 화면의 분할을 통해 큰 면적을 나누고 구성상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전깃줄, 파워라인, 가로등과 같은 구조물들은 근거가 분명하면서도 그리는 이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오브젝트들이 됩니다.
[오후의 거리 수채화 - 2020.11.06]
[석양의 거리 수채화 - 2020.10.08]
위의 그림에서 하늘의 넓은 화면이 허전하다고 경험적 근거가 없는 그냥 아무 라인을 넣어 원하는 대로 화면을 분할했다고 한다면 감상하시는 분들이 공감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추상이나 반추상의 스타일로 그리시는 경우라면 공감을 위한 근거들보다 그리시는 분의 의도가 더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담길 수 있습니다. 다만 감상하시는 분들은 즉각적인 공감보다는 그림의 인상과 표현의 여러 요소들, 그림의 제목 등에 의하여 그리신 분의 의도를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공간 1]
[어떤 공간 2]
위의 그림들의 '어떤 공간 1,2'라는 본 제목 대신에 '일상 1,2'로 이름 붙여본다면 어떨까요? 제목을 통해 그림을 해석하고 의미 부여하는 과정이 달라질 수 있겠죠?
추상이나 반추상이 아닌 경우에는 풍경화에 움직임이 있는 오브젝트들과 화면 구성에 참여하는 수동적인 오브젝트들을 적절히 사용하여 그림에 활기와 재미를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의 공감을 얻으면서도 그리는 분의 의도를 잘 담을 수 있습니다. 이들을 적절히 잘 활용하여 생동감과 소통이 있는 그림을 그리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오브젝트들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figures) 및 자동차를 그리는 부분에 대하여 이어지는 글들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