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에 활기와 재미를 더하는 오브젝트 중 인물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오브젝트가 움직임이 큰 교통수단인데요. 교통수단은 그림에 포함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 중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한 오브젝트이자 시대상을 반영하는 오브젝트이기도 합니다. 역사에 따라 교통수단은 말과 같은 동물에서 마차, 전차, 자동차 등 종류의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변화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퇴근길 수채화 - 2020.09.19]
또한 지역별로 특화된 교통수단들이 있는데요. 어떤 지역의 풍경을 그릴 때 이런 지역특색이 있는 교통수단들을 그림에 포함하여 준다면 그 지역만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습니다.
[툭툭과 함께! 펜 앤 워시 - 2019.08.23]
[리스본의 트램 - 2020.04.14]
교통수단은 종류에 따라서 시대상을 크게 반영하되 각 종류의 형태와 모델에 따른 변화들에 의해 세부적인 시간대의 힌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교통수단 중 피규어처럼 풍경화에서 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바로 자동차인데요. 크기가 너무 커서 그림 안에 넣기가 부담스럽지도 않고 약간의 직선적인 공간 구성을 할 수 있어, 곡선이 가득한 피규어와 함께 사용하면 리듬의 재미도 더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의 도시의 거리 풍경을 그릴 경우는 자동차는 피규어와 함께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오브젝트입니다.
또한 자동차는 우리에게 매우 밀접하고 친숙하기에 우리는 피규어 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형태를 인식하는 수준이 매우 높은데요. 아래와 같은 아주 간단한 도형들의 조합도 쉽게 자동차로 인식합니다. 실제로 유아들의 장난감 중 자동차들의 모습은 밑의 경우처럼 매우 단순한데 그러함에도 유아들은 부~웅 하며 자동차로 인식하고 잘 가지고 놀죠.
일반적인 자동차의 기본 구조는 크게 위에서 아래로 3등분으로 나눠서 위로부터 상층부의 창문, 중층부의 몸체, 하단부의 바퀴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면과 뒷면이 동일한 형태이고 옆면은 창문 영역 앞쪽이 뒤쪽보다 좀 더 길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승합차나 버스 등은 위의 구조보다 더 간단합니다. 그냥 직사각형 상층부에 바퀴, 혹은 앞부분은 살짝 각이진 직사각형 상층부에 바퀴인 형태이죠.
자동차를 그릴 때 주요한 점은 자동차가 피규어와 같은 공간 안에서 호흡하는(피규어와 같이 땅에 있으며 비슷한 위치 상에서 움직임) 오브젝트이기 때문에 크기, 특히 높이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번에 거리 풍경을 그릴 때의 높이 비교 자료 중 자동차와 피규어 간의 관계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수한 차량들을 제외하고 버스와 트럭이 초대형 자동차로 그 외에는 대형, 중형, 소형의 크기 군으로 나뉘며 사이즈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각 크기 그룹별로 유사한대요. 실제 자동차들의 재원들을 살펴보며 평균값을 잡아 본 자료입니다. 피규어들의 평균 눈높이가 1.5인데 일반 자동차들의 높이와 유사하죠?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동차의 폭은 정육면체에서 폭이 좀 더 넓거나 높이가 좀 더 높거나 차이가 있지만 버스를 제외하고는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앞모습이나 뒷모습을 그릴 때 정사각형을 틀로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일반 자동차들의 높이가 피규어 평균 눈높이와 같다면 차동차의 지붕 부분을 보기가 힘들 거 같지만 실제로는 보통 인도의 높이가 10cm 정도 되기에 우리는 쉽게 자동차 지붕을 볼 수 있습니다.
풍경화를 위한 자동차는 주인공이 아니라 피규어처럼 주인공과 엑스트라 사이의 주요한 오브젝트가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피규어처럼 상세한 묘사를 줄인 단순화가 필수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기에 풍경화 안의 자동차를 모델마저 파악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리실 경우 인물의 초상화 같은 '자동차상화'가 될 수 있습니다. 밑의 두 그림과 같은 자동차들은 풍경화에 넣기에 적합하지는 않겠습니다.
[범블비 카마로 수채화 - 아들의 리퀘스트 - 2020.02.23]
[롤스로이스 클래식카 펜 앤 워시 - 2019.09.22]
위에서 언급한 블랙의 자동차 기본 형태를 펜 드로잉으로 옮겨 봤습니다. 단순화를 위해서는 기본 구조 안에서 특징들만 잡아주시는 것이 좋은데요. 이 또한 피규어를 그리실 때의 접근과 동일합니다. 피규어의 경우에도 앞모습과 뒷모습을 쉽게 구분할 수 있게 그릴 수 있는 구별점이 있었던 것처럼 자동차의 경우 이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입니다. 보통 헤드라이트는 우리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죠. 그리고 헤드라이트를 항상 켜고 다녀야 하는 나라들도 있어 그림에서도 이를 표현하면 빛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잘 보시면 앞, 뒤 모습은 기본 틀이 같죠? 피규어도 사실 실루엣만 보자면 앞, 뒤의 모습은 자동차처럼 같습니다. 그 안에서 얼굴을 표현하고 하이라이트를 다르게 표현하고, 다리의 꺾기는 각도를 다르게 하는 것에 의해 앞, 뒤 구분할 수 있는 거죠. 같은 형태임에도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만 다르게 표현을 하여도 우리의 경험적 근거로 인해 자동차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혼동하지 않고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이건 제가 주로 그렇게 사용하는 방법이라 꼭 따르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바로 그 방법은 헤드라이트는 원형, 타원 등 곡선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테일라이트는 사각형 형태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원형과, 사각형, 혹은 곡선형은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 모두 사용되는 디자인이라 둘 모두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원형의 테일라이트를 그림에서 사용하는 경우 순간적으로 '어? 왜 헤드라이트가 빨간색이지?' 하는 약간의 머뭇거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의 경우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그림에 원형의 테일라이트를 가진 뒷모습의 자동차만 있다면 오해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지만 좌측처럼 앞모습의 자동차도 있다면 시각적인 인식에 혼동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인식은 최대한 친절하게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은데 순간이라도 감상하시는 분들께 '이건 뭐지?' 하는 의아함을 낳는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박스 형태로 생각하면 좋은데요. 우리가 거리에서 자동차를 접하게 될 때는 완전히 정면, 후면보다는 살짝 옆모습이 보이는 형태의 자동차들을 만나기가 쉽습니다.
그림 그리는 이가 행인으로서 거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그림의 생동감을 주기에 좋기에 인도 쪽에서 눈높이 투시가 결정될 것인데요. 그렇다면 모든 투시 라인은 이곳의 눈높이로 모이게 되겠죠? 이를 간략히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이렇게 그리는 이의 눈높이 투시에 맞춰 1점 투시로 마치 건물의 투시를 잡아주듯이 박스를 잡아주되 사이즈는 훨씬 작고 보통 눈높이 약간 아래나 거의 근처에 박스의 윗면이 자리하게 됩니다. 자동차 앞모습의 기본 형태와 옆모습의 기본 형태를 조합하여 박스의 투시에 맞게 그려 주시면 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자동차를 그릴 때 주의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웬만하면 옆모습의 자동차를 그리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사거리를 횡단하는 자동차의 경우는 조심하게 되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의 진행방향에서 오거나 가는 자동차들은 우리의 눈높이 투시에 맞춰 투시적으로도 잘 적용이 되는데 우리가 보기에 옆모습으로 보이는 우리 앞의 거리를 횡단하는 자동차의 경우 투시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지 않고 평면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그림 안에 존재할 경우 사진으로 찰나의 순간을 찍은 것과 같은 어색함이 남습니다. 휙~하고 지나가는 빠른 움직임은 특별히 의도한 것이 아닌 이상 그림에 담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그릴 경우 그러한 차량은 그리기가 매우 힘들기에 그림에 잘 담기가 힘들고 그림을 감상할 경우도 찰나보다는 산책을 하듯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빨리 움직이는 자동차라 할지라도 우리가 가는 방향에서 오거나 가는 자동차의 경우 거리상의 여유가 있어 그 움직임이 찰나가 되지 않습니다. 내 앞을 가로지르는 자동차는 몇 초안에 지나가지만 나와 같은 방향으로 오고 가는 차들은 길게는 몇 분 동안 움직일 수 있습니다. 꼭 옆모습을 그려주고 싶은 경우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확보된 자동차들, 혹은 교통신호를 받고 대기 중인 차량들은 그림에 포함해도 좋을 것입니다.
[오후의 거리 펜 앤 워시 - 좌회전하는 차량이 포함됨 - 2020.08.10]
그럼 자동차의 기본 형태를 수채화로 옮기는 경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피규어 때와는 달리 자동차 형태를 먼저 샤프로 스케치 후 들어가 보겠습니다.
헤드라이트가 켜진 표현을 해주는 것이 빛의 효과도 줄 수 있어 좋다고 했었죠? 빛을 그리기 위해서 주의할 점은 광원보다 크게 외곽으로 주 광원의 컬러를 감싸듯이 칠해주되 안팎으로 물로 부드럽게 블렌딩을 해줘야 합니다. 수채화에서 가장 밝은 빛은 흰 종이 그대로라는 점을 유의하시면 됩니다.
광원의 하이라이트를 화이트 그대로 남기지 않고 광원의 컬러 그대로 칠해주면 라이터 불을 그리려 했으나 해룡이 탄생하는 존재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강력히 비추합니다.
[불빛을 가장한 해룡 - 2018.06.09]
위의 그림을 그리고 수채화로 빛을 표현하는 것에 좌절했다가 점점 더 광원을 건드리지 않고 화이트를 남긴 후 주위에 광원 컬러를 더해 빛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벽난로 수채화 - 2020.02.25]
오른쪽 헤드라이트의 광원도 동일하게 광원보다 더 밖에 광원의 색으로 칠해준 후 물로 블렌딩 해줍니다. 원형 헤드라이트의 스케치보다 더 밖으로 질 해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칠이 마르기 전에 자동차 앞면의 꺾이는 부분을 살짝 어둡게 칠해줍니다.
자동차 하단부를 약간의 두께를 줘서 어둡게 칠하되
이를 바퀴와 그림자까지 그룹화해줍니다. 빛이 가장 닿지 않는 부분이라 가장 어두운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피규어보다 자동차는 더 무겁죠? 그만큼 확실히 땅에 묵직하게 붙어 있어야 합니다. 하단부의 무게감과 그림자 연결은 필수!입니다.
창 부분과 그 안을 그룹화하여 간단히 묘사하되 지붕과 본넷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꼭 필요하진 않지만 근경의 차의 경우 윈도우 브러시를 표현해줘도 좋습니다.
피규어 때 하이라이트를 남기지 않고 배경으로 하이라이트를 드러내 준 것과 동일하게 작업을 해줍니다. 피규어의 머리와 어깨의 하이라이트가 중요했던 것처럼 자동차의 경우도 앞모습은 지붕과 본넷 윗부분에 하이라이트를 잘 살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뒷모습의 경우 지붕과 트렁크 윗부분에 하이라이트를 살려 주셔야 합니다.
근경의 자동차로 생각했기에 좌석의 일부와 사이드 미러, 라디에이터 그릴도 표현해봅니다. 원경에 있는 자동차의 경우 모두 표현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이제 뒷모습의 자동차를 그려보는데요. 테일라이트를 헤드라이트와 동일하게 빛나는 것처럼 표현해봅니다. 주차된 차량의 경우 위에 기본 형태의 펜 드로잉처럼 그냥 레드로 칠하셔도 됩니다.
하단부를 두께를 줘서 무겁게, 어둡게, 자신 있게!
그림자까지 연결합니다.
창 표현 시 상단부를 살짝 어둡게 눌러주면 지붕의 하이라이트와 대비도 커지면서 내부 공간 천정의 어둡기도 표현할 수 있어 1석 2조입니다.
테일라이트를 밝혔다는 것은 브레이크 등을 밟았다는 뜻이죠? 그래서 트렁크 위의 브레이크 등도 표현해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배경으로 하이라이트를 드러냅니다. 바로 윗 이미지를 보시면 지붕의 하이라이트가 전혀 안 드러나다가 배경을 칠해주는 순간 확 드러나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수채화에서 이렇게 배경의 네거티브 페인팅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드러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빛 표현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죠.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기본 스타일을 활용하여 컬러와 형태를 약간 다르게 하면 다양한 자동차를 표현하실 수 있습니다. 마치 피규어와 비슷하죠? 그래서 그림에서 피규어와 자동차는 단짝이 됩니다.
[오후의 거리 수채화 - 2020.09.25]
[비 오는 골목 수채화 - 2020.10.04]
자동차도 기본 형태와 표현 방법을 이해하고 투시에 너무 벗어나지만 않게 그리시면 펜 앤 워시로도, 수채화로도 어렵지 않게 그리실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되는 경우는 필경 상세히 표현하여야 할 것 같은 고정관념에 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피규어와 함께 자동차도 그림에 포함하여 활기와 재미, 에너지와 움직임이 넘치는 그림을 그려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