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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자레이디 Oct 13. 2022

쓰레기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나오시마'

꼭 가 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 나오시마(直島) 이야기

일본 열도는 규슈, 시코쿠, 혼슈, 홋카이도 총 네 개의 큰 섬으로 이뤄진 나라입니다. 나오시마(直島)는 시코쿠의 가가와 현(香川県) 세토내해에 떠있는 인구 4,0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영국의 관광 잡지 'Traveler'에서 꼭 가 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로 선정한 바 있는 곳이랍니다.


영국에서 출판된 레이먼드 벤슨의 007 소설 'THE MAN WITH THE RED TATTOO'에도 이 섬이 등장하지요.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현대 건축물의 절묘한 배치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공간미를 연출합니다.


푸른 바다와 시원한 숲이 가득한 섬이라 갤러리 투어뿐만 아니라 해수욕과 트레킹까지 즐길 수 있는 일거양득의 여행이 될 수 있는 섬입니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빌려서 '일본의 지중해'라 부르는 나오시마 섬을 찬찬히 둘러보며 자연경관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낭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오시마(直島)는 어떤 섬인가?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나오시마는 일본 행정구역상 다카마쓰 시와 오카야마 시 중간 지점에 카가와 현에 속하는 섬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오카야마의 타미노 시에 가깝습니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이우환 미술관, 안도 미술관, 지중 미술관 등 예술계의 거장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가 참여해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모여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섬에 설치되어 있어 섬 전체가 미술관 같은 섬이랍니다.


혼무라 지구 빈집 프로젝트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대형 미술관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빈집을 이용한 '빈집 프로젝트' 등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거리를 산책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설치 미술도 있습니다.



예술의 섬 이면의 이야기

과거 폐기물로 인해 쓰레기 섬 이미지가 강했던 나오시마

본래 나오시마는 오늘날 세계에서 주목하는 예술의 섬이 아니었습니다. 미시 비씨 제련소가 섬 북부에 자리 잡아 유독가스로 나무를 시들게 하고 젊은이들이 대거 떠나 폐기물에 시름을 앓던 '잿빛 섬'에 불과했습니다. 인접한 섬인 테시마에 불법 투하된 산업 폐기물의 무해 화 처리 장소가 되면서 점점 잿빛 이미지가 강한 섬이 됐습니다.



무엇이 병들어가던 나오시마를 바꾼 것일까?

나오시마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

공익 활동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 (주)베네세 홀딩스의 적극적인 투자, 지역문화개발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지역주민의 관심 속에서 버려진 섬이었던 나오시마는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의 섬'으로 인식을 바꾸는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1997년에 시작한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는 나오시마 동사무소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폐가가 된 집을 살리고자 (주)베네세 홀딩스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버려진 낡은 일본 집을 현대 미술로 재해석시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며 '있는 것에서 없는 것을 창출한다.'는 기업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프로젝트였습니다.



있는 것에서 없는 것을 창출한다.
- (주)베네사 홀딩스

현대 미술로 재해석한 나오시마의 낡은 집

버려진 낡은 일본 집을 현대 미술로 재해석시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며 '있는 것에서 없는 것을 창출한다.'는 기업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프로젝트였습니다.


골목마다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나오시마

갤러리로 가는 길목을 둘러보면 섬을 자연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2대에 걸친 예술 신념이 치밀하게 연출되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게다가, 3년에 한 번 열리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를 감상할 수 있으니 여행 시기를 조정해 기적을 만들어낸 나오시마를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한 반성과 노력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한 나오시마의 아트 오브제

1989년에 시작한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섬 전체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 프로젝트인 ‘에코 아일랜드 나오시마 플랜’으로 산업 폐기물 중간처리 시설을 만들고 공정에서 나오는 비산재 처리 금속 등을 자원으로 재생하는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나오시마는 한 번 훼손된 자연을 개발이란 목적으로 또다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하여 섬을 작품 일부로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습니다. 더불어 섬에 사는 주민도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함으로 섬을 살리는 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가 될 수 있게 했습니다.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둬 매년 섬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츠츠지소 파오(つつじ荘 パオ)

그런데도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마을버스와 자전거, 그리고 택시 한 대가 전부랍니다. 숙박 시설 베네세 하우스를 제외하곤 주민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뿐입니다. 마을버스로 접근이 가능한 츠츠지소의 파오(つつじ荘 パオ)는 몽골식 텐트로 진정한 나오시마 바다를 느끼고 싶은 색다른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인 숙박시설입니다. 좀 더 개발하면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자연을 잃었던 경험을 잊지 않고자 증축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예술의 섬이 시사하는 바

아침 6시의 고요한 나오시마

사막화와 대기오염 탓에 미세 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된 요즘, 수십 년에 걸쳐 추진 중인 나오시마의 환경 복구 사업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을 복구한 일본의 예술 섬을 떠올리며 우리도 숲을 되살리려는 인식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아름다운 계절과 맑은 공기를 우리의 후손에게도 남겨주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국민의 협조가 잃어버린 '숨 쉴 권리'를 되찾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오시마 가는 길!

나오시마 지도

나오시마는 국내외 여행객에게도 꽤 알려진 여행지로 최근에는 대한항공 직항 편으로 오카야마 공항까지 올 수 있는 편한 길이 생겼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전철에 탑승해 우노 역에 가서, 개찰구가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 우노 항에서 나오시마행 페리를 타면 됩니다. 소요 시간은 20분으로, 요금은 편도 300엔입니다. 카가와 현에서 갈 경우, 타카마츠 항에서 페리를 타도 갈 수 있는데 소요 시간은 60분, 요금은 편도 570엔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나오시마에서 페리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테시마 섬 역시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와 예술가의 공동 작업이 돋보이는 테시마 미술관을 비롯하여 섬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테시마 섬에서 페리로 30분 이내에 있는 이누지마 섬은 나오시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답니다. 놓쳐서는 안 될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개최되면 섬에 거주하는 어머니들이 풍부한 테시마 섬의 식자재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판매합니다. 현대 예술의 성지에서 예술 작품 감상과 함께 거리를 둘러보고 맛있는 식사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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