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사람들이 흔히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난 그 말도 사실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인 건지 오답인 건지 의문이지만.
내 생각엔 말야.
누구도 나로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
장기하 씨도 노래했지. '니가 나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내가 너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그냥 니 갈길 가.'
나와 같을 수가 없는 거야. 그 누구도.
나와 같은 느낌, 생각, 감각은 나로 살았어야 가질 수 있는 거니까.
똑같은 환경, 똑같은 상황에 있다 해도 느끼는 감정은 80억 인구가 미묘하게 전부 다를걸.
일란성쌍둥이도 DNA가 100% 일치하진 않아. DNA가 일치한다 해도 감정은 다른 영역이고.
그렇게 각기 다른 80억 삶들이 80억 삶의 방식을 선택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정답이라는 개념자체가 웃음만 나오는 거지.
그러니까 '오로지 부와 명예만을 얻기 위해 이렇게 살아라' 하는 삶의 꼼수 말고. (정당한 대가라면 인정.)
당신이 당신답게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삶에는 정답이 없다.'라고 하는 거고.
응. '그냥 니 갈 길 가.'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내 경험은 오롯이 내 것이니까 그것이 내 삶의 필살기가 되어줄 수 있겠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는 서로 다른 감정선과 개인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해 보여.
100% 이해는 불가능 하단 뜻이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책을 보면 개미들은 더듬이를 맞대어서 '절대적 교신'이란걸 해.
자신이 경험한 시각적 이미지, 감정, 기억 등을 상대방의 뇌에 직접 전송하듯 공유한데. 인간의 언어보다 훨씬 정확하고 왜곡 없는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고 하네.
또,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라는 영화를 보면 빙하기의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들이 서로의 어깨에 차례차례 손을 얹을 때마다 외계인 각자의 얼굴에 이미지가 화면처럼 그대로 나타나면서 상대가 가진 기억,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더라고. 이 장면은 정말 놀라웠어. 이런 소통방식도 있을 수 있겠구나...(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문자와 언어의 한계를 극명하게 느끼게 되었지.
인간이 이 정도 능력을 갖지 않는 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거야.
그러니, 누가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진짜 이해해서가 아니고 그냥 어림짐작 하는 것뿐이야.
나라면 이런 기분일 거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뭐 이런 비슷한 추론을 하는 거겠지.
그래서 세상은 고독한 건가?
고독은 내 감정을 가장 비슷하게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엄청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유일까?
솔 메이트네, 단짝 친구네, 나의 분신이네... 하면서.
우리 동네 부동산 사무실 창문에 이런 글귀가 크게 써져 있는 걸 봤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시인의「방문객」에 나오는 구절이었어.
한 사람의 일생, 그리고 그 한 사람은 우주만큼 복잡한 단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실로 어마어마한 실체이지.
고독한 나와 당신, 그리고 80억 우리 모두가.
그런 작은 우주들이 만나서 파동을 보내고 해독하고 공감하면서 살아가.
이러한 매일의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세상을 가득 채우고 보이지 않는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어. 아름답지 않아? 신비롭기도 하고. 우리는 그냥 흐름을 타는것 뿐이야. (Surfing하듯이.)
가끔 말야. 시간을 내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길 추천해.
그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파동과 색색의 에너지들을 볼 수는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재밌어. 어쩌다 둘 사이의 파장이 얽혀버린 커플도 보이고 말이야. (음...그냥 니 갈길 가.)
이렇게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가느라 애쓰는 나와 그대에게 좋은 에너지가 더 많이 쌓이길 바라.
진심으로.
내가 매일 듣는 라디오 '출발 FM과 함께'의 이재후 아나운서 마지막 멘트가 떠오르네.
'오늘도 응원합니다.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