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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함을 존중하는 우아한 방식, 저작권 보호

다 다른 각자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by 조이아

우리는 저마다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생김새와 목소리가. 지문이 달라서 주민등록을 할 때는 지문을 이용할 것이며 홍채 혹은 글씨체를 통해 당사자 여부를 감정한다. ‘사람은 다 다르다’는 명제는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쌍둥이도 다르고 부모에게서 난 자식도 물론 다르다. 같은 교복을 입고 지내는 중학생들도 ‘난 달라’를 어필한다. 체육복 바짓단을 접어 입거나 까만 가방 일색이어도 모양 다른 키링을 매단다. 국어교사로서 글쓰기 수행평가를 채점할 때면 언제나 각자의 다름, 그 고유함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라는 과제였다. 이백칠십 명의 글을 읽는다. 저걸 언제 다 읽나 싶지만 개성이 묻어난 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같은 제목의 글들이 눈에 띈다. ‘아무튼, 축구‘는 각 반에 네 개 이상은 발견된다. 하지만 내용이 같을 리가 없다. 축구팀 바르셀로나에 대한 찬양의 글이 있는가 하면, 아스날 팬으로서 언젠가는 직관하겠다는 꿈을 펼치기도 하고, 나의 축구 생활 성장사가 기록된 글도 있다. 각기 다른 삶을 바탕으로 쓴 글은 아무리 소재가 같아도 다른 것이다. 요조 작가의 <아무튼, 떡볶이>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과 학창 시절의 추억, 떡볶이집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겼다. 중3 학생이 쓴 <아무튼, 떡볶이>에는 떡볶이 집을 하는 엄마 얘기가 펼쳐지며 엄마의 떡볶이를 좋아하면서도 한 번씩 다른 떡볶이를 먹고 와 느끼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이런 걸 보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참인 셈.

인터넷에서 복사하여 붙여 넣기 같은 베끼기가 통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십 년 전에는 독후감을 베껴오는 아이들이 일 년에 한 명 정도는 나왔다. 평소 이 아이답지 않은 문장들이 쓰인 독후감을 받고 네이버에 해당 책을 검색하면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나오는 블로그에서 같은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요새 아이들은 그렇게 그대로 베끼지는 않는다. 남의 것을 복사해 쓸 환경을 안 만들어주거니와(수업 시간에 진행하기 때문에) 해마다 받는 저작권 교육 덕분에 타인의 글을 도용하는 일이 드물다. 표절이 무엇인지 어떤 행위인지 아이들은 배우며 자란다. 저작권이란 창작물에 대한 지적 자산을 인정하는 권리임은 교과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때 글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모두가 창작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같은 대상을 찍는다 해도 창작자의 물리적 위치, 시선, 관점에 따라 다른 생산물이 나올 테다. 그렇다면 전 국민에게 저작권 교육이 필요한 건 아닐까. AI가 그림도 그려주고 글도 써주는 이때에는 저작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겠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것은 타인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내 것인 양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며, 창작물 또한 개인의 지적인 재산이라는 인식일 것이다.


<경험의 멸종>에는 '경험 표절'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경험을 소비하는, 다시 말해 진짜 경험을 '화면'으로 짧은 시간에 '엿보는' 행위를 말한다. 화면을 엄지로 올리는 일로써 경험의 순간에 함께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몸을 가진 사람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본 경험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여전히 내재해 있다. 그래서 놀이동산이나 미술관 등에서 포토존 앞에서 줄을 서서라도 우리 얼굴이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남기는 것 아니겠나. 이는 곧 다른 사람의 것보다는 나만의 경험을 갖고 싶다는 것이고, 남들과 다른 나의 고유함을 원한다는 것. 그러니까 남의 창작물을 그대로 베끼는 일은 우리의 본성과 어긋난다는 뜻이다.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개성 있는 개인들이 모인 그 다름 덕분에 세상은 아름답다. 각자의 고유함을 존중하는 우아한 방식, 그것은 다름 아닌 저작권 보호가 아닐까.


좌 2022, 예술의 전당, 게티이미지 사진전/ 우 <경험의 멸종>


*참고: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례 옮김,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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