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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Dec 07. 2019

분필 조각

필요는 소재 개발의 어머니

분필 조각 수업은 한 때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수업이다. 분필 조각이 등장하게 된 것은 사실 미술과의 실험실습비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지금은 미술수업에 대한 관리자들의 인식이 그나마 조금 좋아진 편이라 교사의 의지만 있다면 학기초 예산안에 미술 실습비를 반영하고 사용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의 분필 조각은 2004년에 촬영한 사진인데, 이때만 해도 미술과에서 학교 예산을 사용하려면 관리자들과 힘든 싸움(?)을 해야 했다. 학생들은 미술 재료를 각자 알아서 준비해와야 했고, 교사는 그나마 학생들의 부담이 적은 수업을 찾아 헤매야 했다.

지금 많은 학교에서는 물백묵을 사용하고 있어서 사진 속 분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학교가 가루 풀풀 날리는 분필을 사용했고, 분필은 출석부 꽂이 옆에 늘 산만큼 쌓여있었다. 그리고 한두 통쯤 가져간다고 해도 티도 안 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눈치 보지 않고 무료로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업 재료(?)였다.(또 다른 무료로 쓸 수 있는 수업 재료로는 A4용지가 있었다! ㅠㅠ) 그러고 보면 분필 조각은 미술 실습비를 쓸 수 없던 시절, 미술교사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발명한 수업이었던 셈.

분필 조각, 집중력과 섬세함 장착은 필수

분필 조각을 할 때면 특별한 주의사항을 필요로 한다. 먼저, 수업 시간에는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실은 온통 흰 가루로 뒤덮이게 된다. 또, 수업 시간에 나온 분필가루는 수업이 끝날 때 꼭 검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분필가루를 죄다 바닥에 버리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나온 분필 가루는 수업 끝날 때 꼭 검사해야 한다. 수업 시작할 때 A4 이면지를 한 장씩 나눠주고 이면지에 소중하게 모은 다음 수업 끝날 때 검사하면서 바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가루가 하나도 없으면? 당연히 감점이쥐~.  

분필을 깎다가 부러지면 다시 주지 않는다. 부러지면 부러진 조각으로 다시 깎고, 또 부러지면 마침내는 단추나 알약, 야구공, 압정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흥미로운 재료. 지금은 물백묵을 많이 쓰니, 아이들에게는 분필이 그때처럼 재미있는 재료가 아닐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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