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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r 11. 2020

공동주택 만들기 1

2004년 인천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 공동 수업

*'공동주택 만들기'수업은 2004년, 인천신나는미술교과연구회 소속 8개 중, 고등학교의 미술교사가 참여한 공동 수업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번의 만남 끝에 공동 수업 지도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각 학교에서의 수업은 교사의 개성, 개별 학교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글은 제가 진행한 수업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공동주택에 산다. 
인천 삼산동 주택단지 개발 모습. 지금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부동산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수 십 년 동안 부동산과 관련한 뉴스들은 하나같이 변할 줄을 모르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가는 주택값에 비해 일자리나 임금 수준은 어찌 그리 올라가는 속도가 더딘지. 집이 집이 아니게 된 대한민국에서 집을 집으로, 공동체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리는 어쩌면 이상향에 가까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인천 신나는 미술교과 연구회에서 '공동주택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던 2004년에도 대한민국은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시끌시끌했다. 십오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같은 부동산 투기라는 사회 문제가 등장하고, 게다가 보통의 서민 월급으로는 꿈도 못 꿀 만큼 대단한 가격의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는 걸 보면, 이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문제인가도 싶다. 어쩌다 집이 집이 아닌 돈이 되어버린 것인지.... 


'공동주택 만들기'는 대한민국 인구의 70% 이상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삶의 다양성을 들여다보고 공동체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이다. 당시 공동 수업을 제안하면서 작성했던 글을 다시 펼쳐보면 2004년 당시와 2020년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흡사하여 지금의 현실로 이 글을 옮겨와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70년대의 성장 위주의 국가 정책 속에서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경제 발전의 터전과 노동력을 제공했으나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급격한 해체와 전통적인 가치관의 상실을 불러왔다. 또 인구의 도시 집중은 교통문제, 주택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삶의 문제를 야기했다. 


  우리나라의 도시 주거환경은 아파트와 빌라로 대변되는 공동주택으로 얘기할 수 있다. 공동주택은 높은 인구밀도와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의 주택 해결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여러 가구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 간의 대화는 단절되어 있고, 주택은 삶의 질을 담보하기보다는 하나의 투자 수단, 즉 경제적인 개념으로 이해되기 일쑤였다.  반면 역설적이게도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 수가 살아가면서 사생활은 불가피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이웃의 소음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하고 호기심에서 이웃집을 엿보기하는 등 사생활 침해의 불유쾌한 경험도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주택은 이미 원하든 원치 않든 학생들과 가족의 삶의 조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삶의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자 지역문화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공동주택 만들기'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정리했던 당시의 파일 중에서) 


9개 학교에서 동시에 진행한 공동 수업

'공동주택 만들기' 수업은 당시 9개 학교의 미술교사가 수업에 함께 참여했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 몫의 주택을 만들고, 그 하나하나의 주택을 엮어서 공동주택 단지를 만들었으며, 공동주택 단지를 엮어서 작은 도시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 학교의 도시는 다시 인천 민족미술인협회 주관의 황해미술제 <공터전>에도 참여하여, 학교 안의 미술 수업이 학교 밖 문화 행사와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4년 황해미술제 <공터전> 참여 모습.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본관에서 황해미술제 본 전시가,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한 스페이스 빔 전시장에서 '공동주택'을 전시했다

다음은 당시 작성했던 수업 계획서의 일부분이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다소 거창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꿈은 원대하게, 현실은 바지런하게.


1) 공동주택 함께 만들기를 통한 공동체의식 함양의 수업모형     

  공동주택은 도시화의 명암을 함께 가지고 있는 주거형태이다. 본 수업은 그러한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도시 일상을 기록, 조형 활동을 통해 표현하고, 한 학생의 조형적 활동이 다른 학생의 조형적 활동과 조립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수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수업의 도입부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주거환경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해본다.


  수업의 전개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바라보는 이웃의 삶, 꿈, 일하는 모습을 한 가구로 표현하고, 완성된 개인작품을 마치 아파트를 건축하듯이 조립해 새로운 가상의 공동주택을 세워본다. 단위학교 별로 모아진 집체적 조형물은 다른 학교의 공동주택과 만남으로써 작지만 거대한 신도시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도시는 거꾸로 학생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애정을 일깨우는 계기가 됨은 물론 도시문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나름대로 제시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내용체계 재구조화의 수업모형 모색

   현재 미술교과의 내용분류는 미적 체험, 표현, 감상의 세 가지 영역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표현영역은 전통적인 표현영역인 회화, 조소 디자인, 공예, 서예 등으로 되어있어 현재의 미술수업은 각 영역이 단절된 채 소재 중심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본 수업은 교과의 내용체계를 통합하여 하나의 수업에서 미적 체험과 표현, 감상의 각 영역을 통합하고자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미적 체험을, 자신이 정한 주제에 따라 다양한 표현 영역을 경험하고, 완성된 공동주택을 함께 조립하면서 감상과 사회화를 통한 새로운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3) 개성과 창의성 신장의 조형학습

   학생들의 창의성은 내적인 욕구로 인한 자발성을 가질 때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다. 본 수업은 매체와 내용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기존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의 조형 학습 능력과 상상력과 창의력 확대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 학생들의 ‘내적 자발성’과 ‘외적 협력성’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4) 지역사회의 문화와 연계한 감상수업의 모색

  본 수업은 공동주택 내부와 외부의 해체와 새로운 상상력의 조립이라는 조형적 표현활동을 통해 개인의 표현 결과물이 채집되고 조립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침으로서 협동성을 극대화시키는 수업이다. 최종으로는 전시(학교,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함으로 개인의 작업-협동 작업-비평적 감상활동을 연계시키는 연구라 하겠다.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문화의 생산과 수용을 일방적 전달에서 쌍방 상호 작용으로 바꾸어 놓았다.  학생들 또한 생산(작업)하고 소비(감상)할 줄도 안다. 본 수업연구는 학교단위에서의 소극적 감상활동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표현 욕구를 확장, 지역사회의 관람객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적극적인 전시까지로 수업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전 학생이 각자가 완성한 작품을 통해 문화의 생산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다음 글에서는 공동주택 만들기 수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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