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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Jan 18. 2021

이영화 이그림4.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netflice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와 그로스의 풍자화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소개

https://www.netflix.com/title/80989924?s=a&trkid=13747225&t=more

전체 시리즈는 총 10개로, 관심이 있는 편을 골라 봐도 괜찮다. 하지만 기왕이면 순서대로 정주행 하기를 권한다.

1. 전격전 / 2. 영국 본토 항공전 / 3. 진주만 / 4. 미드웨이 해전 / 5.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 6. 디데이:노르망디 상륙작전 / 7. 벌지 전투 / 8. 드레스덴 공격 / 9.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 10. 히로시마


세 가지 전쟁

내가 생각하기에, 전쟁에는 세 가지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전쟁의 시작을 결정하고 병력과 전술, 무기 운용에 대한 전체적인 전쟁의 큰 그림을 기획하는 국가와 정부 책임자, 정보기관이 만드는 전쟁,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처럼 평범한 민간인들이 만나는 전쟁, 마지막으로 그 사이에서 전쟁이란 처절한 칼바람을 최전선에서 온 몸으로 만나는 군인들의 전쟁이 그것이다.


평범한 개인에게 전쟁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던져진' 장소다. 그 장소에서 개인은 삶의 기초부터 생명까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한 개인이 전쟁이란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태풍 앞의 나무처럼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전쟁의 시작을 결정하고 전쟁을 지속하고 전쟁을 끝낼 책임이 있는 국가와 정책 책임자들에게 전쟁은 거대한 지도와도 같다. 그들은 정보기관의 정보와 전쟁의 흐름을 읽고 빠른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지도에 길을 만들어 간다. 마지막으로, 그 지도에 만들어진 길로 뛰어들어가야 하는 군인들에게 전쟁은 다른 두 전쟁보다 더 비인간적인 상황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전사이면서 적들의 진격을 막기 위한 장기말이 되기도 한다. 전쟁은 추상적인 00 작전, 00 해전 등으로는 절대 표현될 길 없는 깊은 수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누가 전쟁을 결정하는가. 누가 전쟁의 정책을 결정하는가. 누가 전쟁의 최전선에 군인들을 앞세우는가. 누가 민간인 가득한 도시에 폭탄을 던지는가. 그 누군가의 정책과 결정이 그 누군가의 생명과 운명을 결정하는데, 어떤 경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게 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가장 적합한 것이다. 역사에는 만일이 없다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현재의 눈으로 보고, 전쟁의 순간순간 왜 그런 결정을 내렸고 어떤 우연과 실수가 연합국과 추축국의 운명을 갈랐는지를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국지전이 아닌 전 세계가 휘말린 전쟁이었던 만큼 인명피해도 컸고 도시의 파괴 또한 컸다. 그 거대한 전쟁을 고작 10개의 장면으로 다 설명하기는 힘든 일이지만, 전쟁의 민낯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전쟁의 분석과 함께 책임의 문제도 제기한다. 전쟁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학살, 초토화된 도시, 전후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와 민족.... 인류의 그 누구도 이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지만
'4,000만~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인 동시에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었다.(Daum 백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 10개의 독립된 다큐멘터리 10편의 시리즈물이다. 독일의 전쟁 발발부터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전쟁이 종식되는 기간을 총 10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쳐

특히 흑백으로 촬영한 영상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컬러 영상으로 복구하여 제작에 사용했기 때문에 보통의 기록영화보다 생생하다. 포탄이 떨어지고 함선이 침몰하는 상황에서 어떤 이들이 영상 자료를 기록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 영상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연합국의 영상자료는 물론 독일, 일본의 영상자료까지 포함되어 있다. 전쟁의 장소뿐 아니라 연합국과 추축국 모두의 국가 지도자들의 정책 결정과 정보기관의 정보전과 군사 전략, 국가 권력의 여론 조작 등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보여주는 영상 자료와 전쟁 생존자의 증언, 전문가의 해석 등 풍부한 자료를 덧붙여 제2차 세계대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독일, 일본과 연합국의 대응, 정보기관의 물밑 전쟁을 번갈아 보여주며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전쟁 영화보다 리얼하고 집중감이 있다. 그래서 일단 보기 시작하면 한 편만 보고 멈추기는 힘들다. 역사는 재미없다,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생생한 역사적 현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다만, 잊지 말자. 이 다큐멘터리는 게임이나 영화가 아니라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장면마다 희생된 막대한 인명을 꼭 생각하자.


적당한 거리

영화든 소설이든 지극히 객관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다큐멘터리든, 어느 경우든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은 존재한다. 그래서 아무리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라 할 지라도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좋다. 이 영화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한 전쟁이었음에도 부구하고 그 과정을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영화이거나 게임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미국의 시각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영화는 당시 열강들의 식민지 지배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 유럽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미국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미국이 국민들의 반대로 참전을 미루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당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강력한 군사대국을 이루고 세계 초강대국이 되었다.)

다음으로, 일본의 침략전쟁과 우리나라,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독일과 소련이 폴란드의 동쪽과 서쪽의 영토를 침략하기 위해 서로의 전쟁을 묵인하기로 한 독소 조약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미국과 일본 대사가 맺었던 가쓰라-테프트 밀약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진주만을 다루는 3편을 보면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1930년대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고, 그로 인해 식민지 경영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1910년에 한국을 강제 합방하여 식민지로 만들고 1931년에 만주사변을 일으켜 아시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후였다. 아시아를 넘어 침략전쟁을 일으킬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1905년, 당시 미국 공사였던 테프트와 일본 공사 가쓰라는 비밀리에 만나 필리핀의 지배권과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상호 인정하는 밀약을 맺는다.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데 합의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야합한 밀약이다. (당시는 세계열강이 식민지 지배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이는 신생국가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밀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침략정책을 묵인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같은 해 일본은 마음 놓고 우리나라에게 을사조약을 강요하였다.

그리고 이는 이 다큐멘터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만 기술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리즈에서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 과정은 나오지 않는다. 진주만 공격을 시작으로 일본이 세계 침략전쟁을 시작했다고 나오고 있어 유럽 침략전쟁을 시작한 독일의 전격전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독일이 유럽을 집어삼키고 있을 그 시기에 일본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치르고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한 침략을 구체화하였다. 유럽과 미국 중심의 제2차 세계대전이라면 일본의 세계대전 참전은, 그 이전 아시아의 상황과 상관없이, 진주만 공격으로부터 다루는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우리나라 역사에 여러 가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세계열강은 식민지 지배를 멈추었고 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연합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전후 처리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남과 북으로 분단하여 신탁통치를 실시했고, 현재 남북 분단의 원인이 되었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과 추축국 간의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니 만큼 '만약'을 염두에 두고 보면 어떨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나라에게는 미래가 없다지 않는가? '만약'은 아쉬움이나 보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로부터 배우고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닐지.


이 그림, 게오르기 그로스의 <사회의 기둥들>

그로스는 독일 출신의 화가이다. 그는 1893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와 케리커쳐와 극적인 화면 구성의 특징을 갖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사회는 경제적 위기를 겪었고, 사회 전체에는 이와 관련한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나치는 사회의 불만을 이용하여 집권에 성공하였고, 재벌, 성직자, 군부 등 이권에 관련 있는 이익집단들의 부패가 뒤를 이었다. 그로스는 민족주의가 독일 사회를 휩쓸고 있어 다른 목소리가 용납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다.

게오르기 그로스 <사회의 기둥들>(Phillars of Society. 1926. 캔버스에 유채)

전쟁은 한낱 국가 지도자의 참전 결정으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표면상의 전쟁의 명분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쟁의 이면에는 이로 인한 이득을 얻을 여러 집단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떤 이는 전쟁으로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얻게 되지만 어떤 이들은 군수산업의 부흥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이를 기화로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즉, 전쟁의 이면에는 단순한 국가의 이익만이 아니라 추악한 야합이 존재할 수 있다. 그로스의 <사회의 기둥들>(Phillars of Society. 1926. 캔버스에 유채)은 정의로운 사회의 기둥들이 아니라 야합의 사회의 기둥들을 풍자하고 있다.    


그림에는 피 묻은 칼을 든 나치, 빨갛게 물든 탐욕스러운 성직자, 언론, 넥타이에 나치 문장의 액세서리를 단 정치가 등이 작품에 등장한다. 창문 너머에는 불타고 있는 세상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의 권력에 취해 있다. 그로데스크 한 캐리커쳐로 그리는 지옥도, 그것이 그로스의 정치 풍자화들이다. 히틀러가 집권하게 되자 위기에 처한 그로스는 미국 망명의 길을 택했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다. 그러나 그는 전후 1947년 고향인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전후 제2차 세계전쟁의 주범 독일과 일본의 태도는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독일은 전쟁 종식으로부터 5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전쟁 피해의 무한 책임을 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소시효 없는 나치의 전범 재판은 지금까지 열리고 있다. 반면 일본은 책임 회피는 물론 전쟁과 전범 미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로스와 같은 예술인들의 존재는 독일 사회와 일본 사회의 지식인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서로 비교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아마도 그로스와 같은 예술인과 지식인의 존재 유무가 독일과 일본의 전후 스텐스를 결정하지 않았을까?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비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소국으로 설움을 겪었던 우리에게만 교훈이 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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