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 기록을 시작하며
학교의 2월은 태풍이 몰아치는 계절이다. 생활기록부와 각종 공문서를 마무리하느라 교무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교사들의 인사이동이 있는 때도 이때이다. 일 년 동안 맡을 업무와 학년, 담임반을 배정받아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3월부터 나는 새로운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다. 현재 학교에 전입 온 지 만 2년 만의 일이다.
올해의 목표는 수업을 기록해보는 것이다. 나는 어쩌다가 이런 장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우연히 읽은 인터넷 기사 하나가 동기가 되었다. 고졸 출신으로, 포스코의 첫 고졸 명장 출신 상무보가 된 손병락 님의 인터뷰 기사였다.
“기술자는 현 상황을 정확히 기록하고 남기고 또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동의 기억이 돼 기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죠.”
기록이 중요한 것이 비단 산업 현장의 경험 만일까. 나는 교사들 하나하나의 경험도 기록되고 서로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교사가 자신이 수업하고 있는 교실 문을 넘어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교실을 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교실을 연다는 것은 그만한 신뢰가 쌓이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교사는 교실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의 상처 또한 오롯이 혼자만 안고 가야 한다. 그만큼 교사는 교실 안에서 외로운 존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교직생활을 돌아보고, 남은 기간을 보다 보람 있게 지내고 싶어서이다. 만일 내 수업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면 나는 내 수업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여태껏 몰랐던 다른 어떤 것이 보이게 되지 않을까? 그것은 나를 교사로서 좀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3월이 코 앞에 다가왔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간 해 왔던 수업을 정리하면서 새 학교에 맞는 내용으로 재구성해보고 있다. 아마도 실제 교실에 들어가게 되면 또다시 달라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수업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교사에 따라, 물리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는 변주를 이루는 것이 수업이라고.
처음 마음이 일 년 후에도 여전하기를 스스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