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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Apr 02. 2018

첫 수업, 물감의 혼합 1

빨강, 노랑, 파랑색으로 여러 가지 색 만들기

빛과 색

  물체의 색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빛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무색투명하다고 생각하는 빛 속에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라의 일곱 가지 색이 숨어있다. 이 무색투명한 빛이 물체에 닿으면 어떤 물체는 파란색 파장을 반사하고 또, 어떤 물체는 다른 색의 파장은 모두 흡수하면서 빨간색의 파장만을 반사한다. 앞의 물체의 색을 우리는 파란색이라고 부르고, 뒤의 물체의 색을 우리는 빨간색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물체의 색은 물체가 빛의 어떤 부분을 반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물체에 닿는 모든 빛을 반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물체의 색을 우리는 흰색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물체의 색은 검은색이라고 부른다. 어렸을 때, 검은색과 흰색, 회색은 색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다.


   '검은, 흰이라면서 색이 아니라는 건 또 뭐야?'

 

  검은색, 흰색은 빛을 모두 흡수해서 빛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거나 빛을 모두 반사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색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빛이 전혀 없는 캄캄한 방은 검정색의 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회색은 무엇일까? 회색은 색을 구분하기에는 빛의 양이 부족한 상태이다. 우리 눈에는 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있는데, 빛이 어느 정도 충분해야만 색을 느끼기 때문에 빛이 있기는 한데 양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물체의 색이 회색이다.   

  

물감의 삼원색

 저 아름다운 벚꽃의 분홍색 향연을 표현하려면 무슨 색과 무슨 색을 섞어야 할까.  

저 새로 돋아나는 새싹의 여리디 여린 연둣빛은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

노오란 개나리의 저 미칠 것 같은 환희로움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것일까. 


  자연의 빛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의 향연을 도화지에 옮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물감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때, 물감의 혼합에 대해 잘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색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 색을 물감의 삼원색이라고 배웠다.  이 세 가지 색은 다른 어떤 색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다. 노란색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떤 색을 섞어야 노란색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천재가 아니라 만재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색을 잘 활용하면 세상의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색을 물감의 삼원색이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 색을 모두 섞으면 검은색이 나온다. 정말? 나는 진짜일까 싶어서 섞어봤다. 하지만 실패했다. 실패한 이유야 천 가지쯤 되겠지. 세 가지 색의 비율을 정말, 진짜, 잘 맞춰야 했을 것이고, 물의 양도 적절해야했을 것이다. 나는 물감의 삼원색을 섞어 검정색을 만들수는 없지만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 나는 물감의 삼원색으로 검정에 가까운, 혹은 검은색의 느낌이 나는 색은 만들 수 있다. 바로 그거다. 느낌이 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물감을 아무리 잘 섞고, 명도, 채도, 색상을 아무리 잘 맞춘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손으로 그려진 그림 속 물체의 색이 자연의 색과 똑같을 수는 없다. 설사 그것이 사진일 지라도. 우리는 다만, 자연의 색, 자연의 물체와 같은 느낌을 표현할 뿐이다.(물론 이 또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객관을 흉내 낸 주관의 느낌이겠지만.)


첫 수업, 물감의 혼합

  첫 수업의 주제는 미술교사마다 다르겠지만, 내 수업의 첫 시간은 늘 물감의 혼합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물감의 혼합에 이어 이를 활용한 채색 수업을 진행한다. 

  물감의 혼합 수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내 수업의 흐름은 이렇다. 특정 수업을 진행하려면 그와 관련된 기능을 꼭 익혀야 하는데, 기능을 익히는 수업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활용한 수업이 뒤따른다.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워야 산악자전거를 타든 하이킹을 가든 할 수 있듯이 미술 또한 기초 공부가 선행되어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법이다.


  "튜브에 들어있는 물감을 그냥 싸서 쓰면 안 되나요?"


  물론 안될 건 없다. 그러나 자연의 오만가지 색이 어찌 물감 회사에서 만든 12색, 24색만으로 표현될 수 있겠는가. 만일 물감의 혼합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물감 세트에 들어있는 색 그 안에 갇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사용하는 색상이 12색이면 아이들은 딱 그 범위 안에서 색을 사용한다. 24색의 물감 세트를 사면 그보다 좀 더 다양한 색을 사용하겠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다양한 색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의 표현도 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1차시-2차시 기초수업

 

 준비물 : 빨강, 노랑, 파랑, 흰색, 검정, 팔레트, 물통, 붓, 도화지 2장

  과정 : 1. 도화지를 16칸으로 접는다.

            2. 노랑과 빨강을 섞어 나오는 색을 순서대로 칠한다. 

               노랑, 귤색, 주황, 다홍, 빨강 등 여러 색을 만들 수 있다. 

            

        3. 빨강과 파랑을 섞어서 나오는 색을 도화지에 순서대로 칠한다. 

            자주, 붉은보라, 보라, 남색 등을 볼 수 있다.

    

        4. 노랑과 파랑을 섞어 나오는 색을 도화지에 순서대로 칠한다. 

            노랑연두, 연두, 초록색, 녹색, 청록색, 등을 볼 수 있다.

왼쪽은 파랑-빨강, 노랑-빨강색을 섞어서 나온 색, 오른쪽은 노랑-파랑을 섞어서 나온 색을 칠한 것이다. 오른쪽 학생은 노랑과 파랑을 섞어서 나오는색을 16가지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붓 사용하는 법, 물의 양 조절하는 법을 함께 익힐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은 물감 사용에 능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색연필과 사인펜만을 사용하다 중학교에 진학한다.
 아이들은 물감 사용하기를 귀찮아한다. 뒷정리가 귀찮은 것도 귀찮지만 물감을 사용하는 일이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을 이유가 있는가? 하지만, 도구 사용 방법만 익혀도 물감은 꽤 재미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 


        5. 만일 진도가 빠른 학생들이 있으면 흰색이나 검은색을 섞어보게 한다. 

  흰색, 검정을 섞는 과정은 꼭 모든 학생들이 다 참여할 필요는 없다. 이것까지 진행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자칫 수업이 지루해질 수 있다. 아이들은 옆의 아이들이 하는 과정을 눈여겨보게 마련이고, 채색화 수업에서 이때 자신이 본 것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는 이 과정에서 교사가 흰색, 검은색을 넣어 사용하는 법을 교육하면 된다. 요컨대, 스스로 필요할 때 투입하면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아래쪽 두 줄은 위에서 만든 색상에 흰색을 넣어 자유롭게 만들어 본 색상을 칠했다. 

  세 가지 물감을 활용해서 채색을 끝내면 아래와 같은 도화지가 완성된다. (이 색들을 둥글게 배치하면 색상환이 된다. 다만, 나는 색상환을 만드는 자체가 활동의 목적이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색상환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이들의 활동이 아이들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 된다면 얼마나 지겨운 활동이 되겠는가. 물론 색의 혼합 자체도 썩 즐거운 작업은 아니지만, 세 가지 색의 물감만으로 이처럼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낀다.)     

빨강, 노랑, 파랑의 세 가지 색으로 만든 다양한 색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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