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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Jan 24. 2022

주의 10_7. 연구의 한계

7. 연구의 한계

다중지능 이론을 설파한 가드너는 자녀와 뮤지컬을 보고 온 후 세 자녀가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신이 몰입하는 대상은 그 부분에 대한 당신의 지력을 높여주고, 이는 다시 주목도를 높인다.’* 24)라고 이야기했다. 또, 듀이는 <경험으로의 예술>에서 주의로부터 의미 있는 경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예술적 경험이 주의로부터 시작됨을 지적하였다. 그는 ‘예술은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의 어떤 측면을 강조하는 선택적 측면이 있으며, 이는 표현행위에서 정서가 차지하는 역할 때문이라고 하였다. 지배적이고 핵심이 되는 정서가 있을 때 이 정서에 들어맞지 않는 것은 배제’하는데, ‘이런 정서의 작용이 예술작품의 보편성을 가능하게 한다.’라고도 하였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에서 ‘주의로부터 몰입이라는 삶의 행복을 향한 심리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는 ‘주의는 적절한 기억을 인출하기 위해서, 주변에서 발생한 일들을 평가하기 위해서, 그리고 후속조치를 위해서 우리는 주의를 필요로 한다’*25)고 하였다.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신경체계가 우리의 경험에 반응하여 구축되며,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뇌도 변화시킨다.’라고 하였다. 많은 학자들이 주의가 인간 행동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특히 학습과 관련되어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였다. 


주의 개념으로 미술과 학습을 분석해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주의가 의식의 중요한 속성이기는 하지만 의식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주의는 학습 과정의 한 단면을 설명해줄 뿐 미술과 학습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또 이 분석이 단지 결과에 대한 해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의의 메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주의는 단순한 동기유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주의는 우리의 감각에서부터 고차원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인지 작용 중 하나다.


 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교사들의 ‘새로운 수업’은 학습자의 인지와 행동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가진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학습에 의해 많은 것들을 관습화한다. 새로운 수업은 관습화 된 일상의 고리를 끊고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학습자들을 안내하여 내면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수준의 학습은 학습자에게 안전감을 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학습에 참여하게 하겠지만 학습이 완료된 후 학습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성장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수업’은 반드시 새로운 주제나 매체 수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학자들이 교사의 수업에서 다르게 보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수업 방법을 바꾸고 여러 수업 기법을 사용하여 같은 주제의 수업이라도 학습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학습자 또한 높은 단계의 성취에 이르고자 하는 도전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수업이 학습으로서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 먼저, 교사는 학생의 수준을 확인하고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의 전후 맥락을 고려하여 ‘새로운 수업’의 위치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새롭고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 수업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 수업을 통해 교육하고 싶은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묘한 자화상> 수업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수업의 가치는 각각의 수업이 지닌 고유한 특성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업의 가치는 교사의 교육과정에서의 위치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수업도 교육과정 전후 맥락에 따라 학습자를 높은 성취로 안내하는 수업이 될 수도, 단순히 재미있는 시간으로 소비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고려하는 것은 수업에 대한 교사의 안목을 높여 교사의 성장을 이끌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수업’이 유의미한 학습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목적으로 수업을 차용하는 단계를 넘어 학습자의 현재 학습 상태를 진단하여 학습자가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유의미한 성취에 이를 수 있게 수업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수업은 다른 교사의 수업을 나눔 받은 수업이 아니라 교사 자신의 숨결이 살아있는 특별한 수업으로 변신할 것이다. 


‘새로운 수업 탐색’은 학습자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중요하다. 교사는 자신의 주의를 끄는 주제의 수업에서 더 열정적으로 수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어떤 대상에 주의할 것을 요구하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그에 대한 주의가 시작된다고 한다. 수업은 교사가 학생에게 어디에 주의할 것인가를 안내하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교사의 주의는 수업을 통해 학생의 주의로 전환되는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수업 나눔’은 ‘새로운 수업 탐색’의 다른 측면이다. 누군가가 새로운 수업을 탐색한다면 그것은 이미 수업 나눔을 한 교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처음 누군가 공유했던 수업을 자신의 수업으로 재구성하고, 이 수업을 다시 나눔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수업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교사는 수업의 일부 요소를 차용하여 다른 주제 수업에 활용하기도 하고, 어떤 교사는 수업 목표에 변화를 주어 다른 영역의 수업으로 만들기도 한다. 원래 수업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 경우도 교사의 강조에 따라 처음의 수업과 달라지기도 한다. 하나의 수업에서 출발했음에도 다른 수업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교사마다 ‘다른 곳’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교사는 수업 도구나 주제에, 어떤 교사는 교사의 교육관에, 또 어떤 교사는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다. 교사마다 교육관이 다르고 예술관이 다르다. 관심을 갖거나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고 수업에 이를 구현하는 방식, 즉 수업에 대한 상상력도 다 다르다. 그래서 같은 수업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운다. 교사의 주의에서 시작한 ‘새로운 수업’은 처음에는 미세한 차이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코끼리의 등을 부러뜨리는 지푸라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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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위니프레드 갤러거, 몰입, 생각의 재발견, 2010, 오늘의 책, p.107

*25 칙센트미하이,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한울림, 2005,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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