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지선이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지선이는 전라북도 장수군 산골 마을 작은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 친구 지선이와 수다를 떨 때는 밤 열 시를 넘기면 안 된다. 까똑 까똑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도 밤 열 시가 되면 '잘 자, 안녕, '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는 밤 12시에 집으로 돌아가지만 내 친구 지선이는 밤 열시면 잠자러 간다.
내 친구 지선이는 '열자다쓰'를 한다. 무슨 이야기냐면 밤 열 시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고(열자) 아침 다섯 시에는 일어나 글쓰기를 한다.(다쓰) 그래서 열자다쓰다. 그런 내 친구 열자다쓰 지선이가 이번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바로 첫 단독 동시집 '동시 꼬투리' 출간을 알려온 것이다. 산골마을에서 유치원 선생님을 하면서 동화책도 출간하고 여러 문우들과 동시집도 내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드디어 첫 개인 동시집을 내게 된 것이다.
동시꼬투리에는 내 친구 지선이가 어린이들과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콩 까는 할머니 옆에서 동시숙제를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린 '동시 꼬투리'에서는 잘 써지지 않는 동시 숙제를 앞에 놓고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 읽으면서 웃음이 삐질 삐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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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꼬투리는 톡톡
입을 여는데
동시 꼬투리는
입을 꽉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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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 동시의 가장 큰 힘은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에 대한 믿음인 것 같다. 동시 '귀꺼풀'에서는 엄마 잔소리, 선생님 꾸중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렸지만 '그렇게 자란다'에서는 '찬물 샤워를 받은 콩나물과 엄마의 잔소리 샤워를 받은 어린이'를 대비하고, 샤워 덕분에 콩나물이 자라듯 어린이들도 엄마의 잔소리 샤워 덕분에 쑥쑥 자란다고 노래한다.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든든한 지지와 이에 대한 어린이의 무한한 신뢰를 동시는 보여준다.
또 문틈 뒤, 책상 아래 어느 순간 살포시 숨어든 먼지를 노래한 동시 '먼지', 키우던 강아지 흰둥이가 하늘나라 가던 날 내린 흰 눈과 흰둥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어린이의 눈물을 대비한 '흰둥이' 등 지선이의 시선은 일상의 아주 작은 곳,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소금과 설탕, 매일 질문하는 어린이처럼 매일 '왜왜왜 왜' 노래하며 대답을 기다리는 매미, 무릎에 남아 있는 '흉터' 등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사물을 바라보듯 지선이도 어린이의 시선을 따라 일상의 모든 것을 쫒는다. 동시집 '동시 꼬투리'에는 이런 따뜻한 동시 60여 편이 실려 있다.
내 친구 '열자다쓰' 정지선. 동시 꼬투리가 톡톡 펑펑 터져서 두 번째, 세 번째 동시집도 막막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