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대로 느낀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by 김경희

업을 하다보면 '선생님, 미술은 정말 어려워요.' 라든가 '선생님, 저는 미술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사실, 예술교과는 재능이 교과 성취에 진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음치인 제가 가창 평가에서 A를 맡는게 어려운 것처럼 선천적으로 표현 능력을 타고난 아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재현 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일단 자신이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재능에 방점을 찍어버리면 수업이란게 의미가 없어져 버리죠. 미술 수업의 가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즐겁다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떨 때 어려움을 느낄까요?

먼저, 선생님이 수업 주제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이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보이거나 알고는 있지만 표현이 되지 않는다는 점, 대체로 두 가지 점에서일 것 같아요.


첫 번째 문제는 수업 주제에 대한 교사의 상이 아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경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이 보통 사용하는 방법은 아마 '시범 보이기'일 거예요. 아이들은 교사의 시범을 보면서 비로소 교사가 어떤 것을 이야기했는지, 무엇을 봐야 했는지 깨닫게 되죠.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 강력한 지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의 제 생각은 시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전에 아이들의 발견을 도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빛과 그림자를 발견하기 위해 교실의 조명을 끄고, 랜턴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장치만 잘 갖춰 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학습이 자연발생적으로 막 일어날까요? 그렇다면 학교가 왜 있겠어요? 예술가가 왜 예술가이겠어요? (물론 혼자서도 잘 배우는 아이들도 있겠지만요.) 장치를 잘 마련해 놓았으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이 교사의 역할이예요. 교사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아이들은 학습의 장면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어디를 보아야 할 지 깨달을 수 있어요. 그래서 똑 같은 주제와 소재의 수업을 해도 교사에 따라 전혀 다른 수업이 되기도 하죠.


두 번째, 볼 수 있다고 해서 모두 다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때 필요한 것이 재료와 도구에 익숙해지는 과정일 거예요.


저는 손 그리기 수업에서 목탄과 콘테를 사용한 적이 있어요. 이 재료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 까요? 아마 연필과 색연필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료는 아이들에게 낯선 재료, 처음 접하는 재료일 가능성이 높아요. 처음 보는 재료를 자기 마음대로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본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위와 같은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저 역시 미리 콘테로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연습을 해요. 물감을 사용하는 수업 전에는 반드시 물감의 삼원색으로 혼색 연습을 하고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보면서 물조절 방법을 익혀요. 한국화 수업 전에는 필력을 기르기 위한 선 연습과 삼묵법을 익히고요. 삼묵법, 그라데이션, 농담표현.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다 같은 거예요. 하나만 잘 하면 나머지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죠. 이곳 저곳 써먹을 곳도 많지요. 중학교 수준의 수업에서는 그라데이션 만들기만 잘해도 표현의 많은 부분이 해결되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범하기 쉬운 오류는 재료와 도구를 잘 쓰는 것을 학습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거죠. 수채화 기법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 조소 기법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 등, 어찌 보면 표현의 본질은 아닐 수도 있는 데에 꽂힐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과정을 똑 떼어서 하기 보다는 교육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면 좋을 것 같아요.

펜 담채화화 수업 과정(펜 선 연습-학교 주변 사진 찍고 그리기-채색하기)


이 학년은 물감사용법을 학습한 적 없는 학년이예요. 그래서 인지 펜으로 그릴 때까지는 그림 분위기가 끝내줬는데 채색 과정에서 좋은 느낌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단 한 번의 학습으로 재료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하는건 욕심일수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재료를 잘 다룰수 있게된다면 더 좋겠지요. 아이들이 하나의 재료라도 자신감 있게 다루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학습의 모든 면이 그렇듯이 하나의 성취는 다른 성취를 위한 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교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사용한 방법이나 표현 결과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면 다른 표현 활동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적어질 테니까요. 한 주제를 다양한 재료로 다루거나 같은 재료지만 여러 주제를 다루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정리하자면, 보는 것, 표현하는 것 사이에 장치와 재료, 도구가 있어요. 그리고, 표현, 재료와 도구는 별개의 것이 아니죠. 재료와 도구를 통해서 표현을 하기 때문이예요. 미술교과에서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창의성도 결국은 재료와 도구를 통해서 드러나는 거 아닐까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가, 재료를 얼마나 창의성 있게 해석하고 사용하는가, 재료와 도구가 어떻게 주제를 표현하는가. 이 모든 것은 생각의 확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거고요.


재료와 도구 사용 방법에 매몰되지 않고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학습 과정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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