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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디자인

-코스페이시스 에듀 활용 디지털 매체 활용 수업

by 김경희

다시 코스페이시스 에듀


참 별난 일이다. 나도 내가 디지털 매체 수업에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건 나의 교사 인생에서 일종의 사고라고 해야 할까?

https://youtube.com/shorts/8CAHqM7NCF0?si=itlSy2WO_e-tVYRD

작년에 처음으로 디지털 매체 수업을 한 후 올해도 디지털 수업을 계획하긴 했지만 코스페이시스란 낯선 외국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학기 초 연구부에서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일반계 고등학교를 위한 목적사업비가 왔는데, 필요한 부서는 예산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당연히 놓칠 리가!


얼른 문자를 보내 연구부에는 프로그램 라이선스 구입 비용을, 교육과정부에는 사용할 키트 예산을 신청했다. 작년에 코스페이시스로 수업을 하면서 정식 라이선스가 아니라서 사실 아쉬운 점이 좀 있었다. 코스페이시스는 프로버전과 베이직 버전이 있는데, 프로버전을 사용해야 그 안의 모든 오브젝트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예산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굳이 그 고생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 얼른 신청한 것. 라이선스는 1년 단위 계약이었고, 반 학기 수업만 하고 말기에는 지불한 비용이 너무 아까워서 집중이수 2학기 수업에서도 그 프로그램을 쓰게 된 것이다.


체험판 프로그램을 쓰던, 정싱 버전을 쓰던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 안의 내용을 잘 채울 수 없다면 디지털 매체이든 아날로그 매체이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나는 디지털 매체와 아날로그 매체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날로그 매체가 차가운 디지털 매체에 사람의 온기를 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상상의 영역을 더하면 어떨까? 이 두 가지가 올해 디지털 매체 수업 목표가 되었다.


별별 디자인

1학기 수업 주제는 '가상공간에 디지털 미술관 만들기'였고, 2학기 수업 주제는 '별별 디자인'이다. 수업은 '나를 상징하는 색 만들기'로 시작한다. 이 수업의 목표는 물감의 삼원색과 흰색, 검은색의 다섯 가지를 막막 섞어서 자신을 상징하는 색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일종의 물감의 혼합과 색의 상징을 뒤섞어놓은 수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자신을 상징하는 색을 만들고 나면 그 색으로 추상화를 그린다. 딱히 주제가 있다기보다 물감놀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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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완성하면 그림 이곳저곳을 카메라 프레임으로 확대해 보면서 나의 개성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을 3장 촬영하여 패들엣에 올린다. (이 이미지들은 나중에 가상공간에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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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별이 있다면?

이제 코스페이시스 에듀로 '별별 디자인'을 하게 된다. '이 넓은 우주에 나만을 위한, 나만의 별이 있다면? '이 수업 주제다. 별 모양은 굳이 별모양이 아니어도 된다. 지구는 별이지만 둥글고, 화성도 별이지만 링이 있다. 또, 중세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별은 우주에 있을 수도, 내 안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별, 나의 상상력으로 가득 찬 별을 디자인한다.


꿈이 너무 컸나 보다. 미술에 별 관심 없는 평범한 인문계 남학생답게 고민 하나 없이 오분 만에 뚝딱 그려낸 평범한 스케치들.. 심지어 진짜 별모양도 있더라! 별 하나, 동그라미 하나 달랑 그려놓고 다 했다고 주장하는데, 참 어렵다. 남학생들. ㅠㅠ 이 수업, 이대로 괜찮을까?


프로그램사용법을 간단하게 배우고,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먼저 별의 구조를 만든다. 그 위에 별의 풍경(나무, 물, 생명체 등)을 더한다. 특히 강조한 것은 색. 별의 전체적인 색상을 나를 상징하는 색과 어울리는 색이 되도록 강조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듯 수업은 교사의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뭔가를 더하고 더 깊게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코딩을 넣어 움직임을 더하여 완성한다.


가상공간에 뭔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평면인 모니터에서 완전한 입체를 상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상한 디자인을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정해진 오브젝트로 구현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공간에 대한 상상력, 오브젝트를 어떻게 사용하여 구상을 실현시킬 것인 지의 프로그램에 대한 상상력. 무엇보다 처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학습자 스스로의 강력한 동기가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수업의 한계와 성과에 대해 저절로 상상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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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DMKyyTyLvE?si=L1vLh0szeR8FLngf

자신의 생각을 더 깊게 발전시키지 못하는 아이들은 처음 그렸던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한 시간 만에 뚝딱 완성시키곤 삼천포로 빠진다. 일테면 인스타라든지 유튜브나 페북 같은 곳으로 말이다.(디지털 교과서가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반대다. 잘 적응하는 절제력을 가진 소수와 일상 모든 시간을 디지털 매체의 마라맛 매력에 푹 빠질 대다수 학생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 교육을 그야말로 망치는 지름길이 될까 심히 걱정스럽다. ) 반면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을 구현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찾고 묻고, 활용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상상을 가상공간에 구현한다. 그 놀라운 집중력이란! 이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 수업 주제가 흥미로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이끌고 수업 마무리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도대체 어떤 주제 수업을 해야 아이들을 유튜브나 인스타가 아닌 학습의 장에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첫 시간에 했던 나를 상징하는 색 이미지는 별 디자인을 완성한 후 별 어딘가에 넣게 하였다. 마무리는 별의 소리를 넣는 것. 우주에는 온갖 소리가 있다고 한다. 나의 별은 어떤 소리로 가득 차 있을까? 완성하면 증강현실(AR)로 구현한 동영상을 메일로 제출한다.

(코스페이시스 자체 녹화 프로그램에서는 소리가 녹음이 안되어서 개별 작품에는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링크한 동영상에서 소리까지 함께 감상해 보세요.)

https://youtu.be/GBaLaFe6D3s

코스페이시스 머지큐브를 활용하여 만든 나만의 별 디자인하기 수업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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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디자인 완성작 화면 캠처

수업을 마치고

증강현실(가상공간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이 글 말미에 학생 작품 동영상을 첨부하겠지만, 실제로 증강현실을 체험했을 때 디지털 매체가 주는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디지털 매체는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다. 프로그램 사용방법을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수업 상상력이 덧붙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 '시작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매체 수업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직접 수업을 해보면서 미술수업으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youtube.com/shorts/wG4k57GRGKw?si=qsJHFk8cOH3LCm0P

https://youtube.com/shorts/x58XjbwTWik?si=XdZWZ1Js1kgDKZrI

https://youtube.com/shorts/LJhqYi87pV8?si=t4dUR_EqWjCL9j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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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페이시스 에듀 #머지큐브 #미술수업 #미술교육 #나만의 별 만들기 #가상공간 #증강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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