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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May 17. 2022

- 어린이집 적응은 어려워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기필코 보내려는 자와 어떻게든 안 가려는 자의 전쟁!


바로 등원 전쟁이다!


"엄마 안 갈래~~ 집에서 놀 거야~ 가기 싫어~ 으앙"

"가면 선생님, 친구들하고 재밌을 거야. 엄마는 공부하러 가야 돼서 집에 없어. 놀아 줄 수가 없어.


어린이집 적응은 도돌이표 같았다. 금요일 즈음 괜찮아졌다가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




꽃피는 춘삼월을 기다렸다. 첫째가 어린이집 입소하는 달이었기에. 5개월의 가정보육을 하면서 숨 트일 구멍이 필요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상상만으로도 해갈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린이집 등원 3일 차 만에 아이는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아이의 확진을 기점으로 온 가족이 차례대로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 후유증은 생각보다 길었다. 쉽게 피곤해지고 잠이 쏟아지고 무기력했다. 아이도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어린이집을 한 달 넘게 중단했다.


더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5월이 되어 뒤늦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처음 4일은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아이는 헤어질 때 씩씩하게 헤어졌다. 심지어 내가 '엄마 좀 있다 데리러...'라고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 아이는 적응력 하나는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내심  뿌듯했다. 14개월 때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도 아이는 적응기간에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번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 거부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 다른 엄마들 우리 아이원 적응 나름 잘한 케이스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수월하게 지나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고 올 거야.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엄마~~ 안 갈래. 어린이집 가기 싫어."


낮잠까지 자고 오는 것을 시도해보려고 하자 아이는 심하게 떼를 부렸다.  방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옷 입기를 거부했다.  것들을 알아버린 28개월 아이를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난도였다.


어린이집에 가면 놀이터도 가고, 클레이 놀이도 하고, 맛있는 것도 준다 설득해도 아이는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봐도 설득력 없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이미 다 집에 있다. 무엇보다 엄마가 집에 있다. 그것도 최고의 경쟁자인 동생과 함께.


아이와 실랑이 끝에 폭발한 나는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집에는 동생이 너를 계속 쫓아다닐 거고, 동생이 네 장난감을 만져도 때리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냐 반협박성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아이가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을 했을 때 난 이미 예상했다는 듯 준비된 답변들을 폭격기처럼 내놓았다. 동생과 싸우고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면 어린이집에 가서 놀아야 한다고. 감정적인 말들을 아이에게 늘어놓으며 아싶었다. 아이가 동생 때문에 자신이 어린이집에 가야 된다고 느낄 거라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아이는 동생 때문에 자신이 어린이집에 가야 되는 거라 생각되었는지 동생에 대해 더 예민하게 굴었다. 조금만 동생이 다가와도 소리 지르고 화가 주체가 안될 땐 동생을 가차 없이 때렸다. 동생의 존재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것도 아이에겐 납득되지 않았다.


어린이집 입구에서 아이는 원이 떠나가라 통곡했다. 억지로 선생님께 아이를 인계해주고 나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아이의 반복되는 울음을 보는 건 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 이것도 사회생활이지.' 라며 되뇌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원 때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적응기를 들을 때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을 졸였다. 아이가 오늘은 잘 놀았을지, 선생님을 힘들게 하진 않았는지를 걱정하며 선생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3주 정도 연속성을 가지고 출석하면 아이도 차츰 적응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안도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잘 설명해주리라 다짐해본다. 엄마는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놀아줄 수가 없다고. 어린이집에서 놀 동안  엄마도 할 일들을 다 끝내 놓고 너를 기다릴 것이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재미있게 놀자고 말이다.


아이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그 과정이 비록 평탄치 않더라도. 아침마다 아이와의 실랑이를 앞으로 몇 번 더 겪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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