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은 쌍둥이보다 더 힘들다고 하더니.... 우리 집 애들은 특히 더 별난 것 같다."
손주들이라면 껌뻑 죽는 엄마였다. 남들은 물론이고 내가 아이들에 대해서 힘들어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쓰면 나무라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도 지치기 시작했다.
예민한 기질인 첫째는 동생의 존재를 더욱 힘들어했다. 동생이 조금만 곁에 다가와도 소리를 지르고 도망갔다.
첫째는 '동생 무서워, 저리 가, 엄마 동생 빼줘요.'를 하루에도 수십 번 외쳤다.' 한 번은 동생이 쫓아오는데 방문을 쾅 닫아버려 문에 손이 끼어 버린 일도 있었다. 그것뿐인가. 동생이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면 자신의 것이라며 모조리 뺏었다.동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아이는 방어적인 행동에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변했다. 손톱을 세워 동생 얼굴을 꼬집고 머리를 때리고 몸으로 동생을 밀거나 누르고 발로 차기도 했다. 동생에 대한 미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28개월 첫째의 동생을 향한 질투 그리고 늘어가는 떼와 울음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심해졌다. 동생은 집에 있는데 자신만 어린이집을 간다는 생각이 아이를 더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등원할 때마다 통곡하고 떼쓰는 건 기본이며 하원후 나에게 더 매달리고 보상받고 싶어 했다. 동생이 울기라도 하면 눈꼴셔하고 자신도 함께 울음으로 맞불작전을 놓았다.
잘 놀고있다가 화장실 가는 엄마를 발견, 울면서 쫓아오는 둘째
9개월 차 둘째는 이곳저곳을 기어 다니고 붙들고 서고 소파, TV 테이블 등 가구에 올라타며 집안을 탐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언니를 좋아해서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데 언니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 다닌다.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은 언니의 적극적인 표현에 밀려 9개월 동안이나 엄마를 늘 양보해줘야 했다. '9개월이면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순딩이었던 둘째는 점차 변해갔다. 놀면서도 계속해서 엄마나 할머니의 존재를 확인했고, 잘 놀다가도 1m 안에 사람이 없으면 울면서 쫓아왔다. 다시 말해 화장실도 못 가게... 꼼작 못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껌딱지가 돼 버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난 몸이 한 개인데 아이들은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받고 싶어 했다.
첫째를 혼내고 울고 있는 둘째를 달래주고 또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할 첫째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종국에는 동생은 예뻐해 줘야 될 대상이라고 주입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힘들었다. 둘째가 커 갈수록 이런 상황은 더 심화될 것 같았다. 아직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말로 이해하고 설득시키는 일은 불가했다.
촉감놀이 중인 아이들, 사진만 보면 우애좋은 자매인줄...
이해가 안 되면 경험으로 함께 하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려주자!
함께 노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생각했다. 당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함께 노는 것을 통해함께하는 게 얼마나 재미난 일인지 더 나아가 서로 경쟁해서 사랑을 나눠 받는 게 아니라 온전한 사랑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 작전이 조금은 통했던 걸까. 아이들은 적어도 노는 그 순간만큼은 즐거워했다. 첫째는 노는 중간중간 동생에게 스킨십을 서슴없이 했다. 언니에게 늘 얻어맞기만 하던 둘째는 언니의 무한 애정표현에 웃음 발사하며 정말 좋아했다.
표정 밝은 둘째... 그에 반해 첫째는
물론 매번 그런 나의 전략이 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부족한 엄마는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