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새벽 한 두시 즈음 깨어 전화를 걸어달라 요구했다. 아이는 반즈음 감긴 눈으로 두 손에 휴대폰을 꼭 움켜쥐고 연신 "아빠, 아빠~~"를 외치다 잠에 들었다.좀 잠잠 해졌다 싶었던 아이의 야경증(수면상태에서 깜짝 놀라 깨거나 소리를 지르며 밤에 우는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매우 스트레스받아한다는 반증이었다. 아이에게 아빠의 부재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벌써 남편과 장거리 가족으로 산지 8개월 남짓이었다.(연년생 아이를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 친정에 내려왔다.)
첫째에게는 갑작스럽게 생긴 동생의 존재와 아빠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 또 잠시 중단했던 어린이집을 다시 가야만 한다는 것도...아이는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어머님 오늘은 하라가 등원 후 금방 울음을 그쳤어요. 침을 뱉는 행동은 여전하지만... 이건 조금 더 지켜보려고요."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발걸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오늘은 아이가 얼마나 울었을지.고집을 피우며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진 않았을지. 침을 뱉는 행동은 또 얼마나 했을지 하는 염려가 한데 뒤섞여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는 한 달 넘게 어린이집을 다녔지만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어디 가냐'는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시간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소모적인 전쟁이었다.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목놓아 울었다. 우는 아이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사탕발림하고, 협박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어떤 설득도 달램도 더 이상 아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결국엔 거짓말로 아이를 집 밖으로 유인해 내곤 했다. 젤리를 사주겠다며 마트 가자꼬시고, 놀이터 가자 꼬셨다. 아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오기만 해도 이미 반이상은 성공이었다. 마트에 들러 젤리를 손에 쥐어주고는 울고 불고 목덜미를 끌어안고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내고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통곡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오면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아이를 괴롭게 하는 것일까.
아이는 우는 것으로 나를 설득할 수없게 되자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침을 푸푸 뱉고 손으로 문지르고 닦는 걸 반복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하루 종일 침을 뱉고 있다고 했다. 하지 말라고 제지하면 아이는 일부러 더 했다. 불안하거나 불만이 있거나 혹은 심심할 때도 아이는 침을 뱉었다.
마스크 너머로 입과 볼 주변이 붉어진 모습을 마주할 때면아이와 이렇게 등원 전쟁을치르는 것이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의문이 들어 회의감에 휩싸이곤 했다. 연년생어린아이들을 가정 보육하는 것이 버거워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니 그것 또한 못할 노릇이었다.
아이의 스트레스가 쌓여갈수록 아이의 떼와 울음은 늘어갔다. 아이의 떼를 받아줄 만한 여력이 나와 친정엄마에겐 없었다. 아이의 스트레스적인 반응에 화를 내거나 그런 애를 통제하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