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 '다쳐!', '큰일 나~' 대신
"주차장 위험해?", "공사장 위험해?", "차길 위험해?", "비 오면 위험해?"
아이가 묻는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들었으면 가는 곳마다 두리번거리며 위험한지 아닌지를 체크한다.
맞다. 이제 막 걸어 다니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위험한 것 천지다. 차는 물론이고, 오토바이와 자전거... 허리 아래 무엇이 있는지 살피지 않는 어른들도 위험요소다. 차와 사람을 차치하고 불쑥 등장하는 둔턱이며 미끄러운 바닥이나 계단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글로 나열만 하는데도 몸이 움츠러들고 긴장된다. 듣는 아이는 오죽할까.
위험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매번 위험하다고, 심지어는 다치거나 넘어지는 비극적인 상황까지 상상해가며 겁주고 싶지 않다. 어떻게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
양육자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적어본다.
아이에게 무엇이 위험한 지를 알릴 수 있었으면 : 공유, 이해
우리가 안전하게 같이 다닐 수 있게 아이가 협조해 주었으면 : 안전, 협조
아이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아서 내가 좀 편안했으면 : 편안함, 여유, 안도, 효율성
아이가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게 도왔으면 : 기여, 돌봄
이런 소중한 욕구들을 전하기 위해 한다는 말이 고작 '큰일 나!', '넘어져!'였다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 말들은 많은 양육자가 쓰고, 자랄 때 수없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뛰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 가', '그러다 넘어져도 모른다', '차에 치이면 어쩌려고 그래!' 같은 말도 기억난다.
어린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땠을까? '네, 어머니!' 하면서 천천히 걸었을까? (그럴 리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 채 장난처럼 여기고 내 멋대로 뛰어다녔을까? 협박(?)에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작은 아이도 그려진다. 어떤 쪽이든 부모님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내가 들었던 말들을 그대로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이가 주변 상황이 위험한지 잘 파악하고, 서로 협조해서 안전하게 함께 이동하길 원한다.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리고 편안하다. 안심이 되고 여유가 생긴다. 아이에 대한 감사와 믿음도 채워진다. 감격스럽기도 하다.
이 느낌 그대로, 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부탁을 떠올린다.
OO야. 주차장은 차가 있는 곳이라 OO 혼자 다니면 안 돼. 엄마랑 같이 가면 괜찮아. 안전한 곳으로 어서 이동할 수 있게 OO가 도와줄 수 있어? 엄마 손 꼭 잡고 천천히 같이 걷자.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알아서 이해하기 쉽게 줄인다.
주차장은 위험해
손 잡으면 안전해
차가 멈추니 아이들이 '주차장은 위험해? 묻는다. 내가 '손 잡으면 안전해!' 대답한다. 4-3조로 리듬감도 있으니 멜로디라도 붙여볼까 보다.
안전벨트를 풀어줘도 뛰쳐나가지 않고 손을 내민다. 다 알면서 가끔 장난으로 손을 빼는 시늉을 하지만 이내 다시 꼭 잡는다. 아이들을 보면, 역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