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발끝만 쫓다가 잠시 고개 들어 지난 3년 돌아보기
돌까지 '생존', 다시 말해 '아이들을 건강하게 살릴 수 있을까'가 저의 유일한 관심사였어요. 그저 둘이 잘 먹고, 잘 자고, 발달에 지장을 미칠만한 사건만 없으면 충분하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만큼 작고 정말 유약했으니까요.
돌이 넘어가자 슬슬 야물어갑니다.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커가는지 비로소 보였어요. 세돌이 된 지금은 놀이와 배우기가 주요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걸음마/탈 것 아이템]
녀석들은 걸음마가 늦었어요. 돌이 지나도 걷지 않아서 솔직히 걱정했지요.(요즘 뛰어다니는 걸 보면 그 걱정이 참 무색합니다만) 그래도 뒤집고, 기고... 느즈막 하되 자기만의 속도로 할 건 다 하는 것 같아서 낮엔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쫓아다니며 돌보느라 걱정할 겨를도 없었어요.
하지만 어쩌다 새벽에 깨어있으면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그럴 땐 쌍둥이나라 카페와 유튜브를 폭풍 검색했어요. 두 아이 모두 골반에 소견이 있어서(작은 엄마를 만나서 뱃속이 많이 좁았으니까요) 소아정형외과 진료를 받았고, 한 아이는 뇌혈관 소견 때문에 뇌 초음파 검사를 받았으니 전혀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지요. 둥이 낳은 양육자 분들이라면 이런 걱정, 이해하실 거예요.
그래서 탈 것 관련된 육아템을 보수적으로 사용했어요. 억지로 걸음마 연습시키지 않고, 바운서도 8개월 즈음에야 조심조심 태우고, 논란이 많은 보행기는 고민하다 돌 즈음에야 태웠어요. 발과 다리와 허리에 힘이 충분히 생긴 것 같아서요.
14개월쯤부터 집에서도 짚고 일어서서 혼자 걸으려 하길래 브이텍 걸음마 보조기는 당근으로, 국민대문은 나눔으로 마련해서 잘 썼고요. 날이 선선해지면서 밖으로 나가 틈틈이 걸음마 연습을 했습니다. 코로나가 슬슬 심해질 때라 사람 없는 공터나 절을 찾아다닌 기억이 나네요.
한참 걸으려고 할 때가 마침 한겨울이라 이렇게 꽁꽁 싸매고 나갔지요. 그즈음부터였어요. 유아차를 안 타고, 걸음마 보조기 삼아 밀며 걸어 다닌 게.
세돌을 맞은 지금은, 역시나 층간소음을 염려하며 쉼 없이 사뿐사뿐을 외치는 양육자가 되었답니다. 그래도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그 시절의 염려가 이해돼요.
탈 것을 비롯해 발달과 관련해서는 미리 알아보고 장만하되, 아이들이 관심을 안 보이면 잘 쟁여뒀다 2~3주에 한 번씩 다시 꺼내놓아 보시길 권해요. 너무 무관심해도 발달을 돕지 못하는 거고, 너무 앞서가도 오히려 독이 되니까요. 걸음마도 마찬가지. 늦더라도 조바심은 내지 않되 혹시 무심하게 문제를 넘기지 않게 예민하게 살피기는 해야 합니다. 물론 섣부른 걱정과 염려가 아이들에게 티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요.
[장난감]
기본 양육비가 워낙 많이 들다 보니 장난감은 거의 못 들이고 얻거나 빌렸어요. 몇 개 경험해보니 건전지를 넣어서 버튼 누르고 소리 나는 제품들은 가급적 피하게 됐어요. 열린 장난감이라는 교육적 의미를 떠나 음질이 좋지 않은 미디 전자음향을 양육자들이 듣기 힘들어서요.
원목으로 된 장난감 등을 주로 배치했고, 일 년에 한두 번 아마존에서 직구로 저렴하게 장만했어요. 큰맘 먹고 직접 만들어준 장난감들도 있는데, 흥미가 오래가진 않았지만 '하지 마', '안 돼'를 외치는 포인트를 놀이로 바꾸어 준 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놀이에 대한 책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달콜부부의 책처럼 실전 놀이가 다양하게 나온 책(https://youtu.be/pquvGU5Njas)도 유용했지만 놀이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시기에 무엇을 발달시켜줘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서를 보고 주변에서 시기와 방법에 맞는 것들을 제안해줬어요. 아이들이 다 좋아한 건 아니고 그래도 둘이니 둘 중에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그러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방향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돕는(자조활동) 몬테소리와 같은 방향이더라고요. 나중에 육아 정보 때 말씀드리겠지만 베싸TV(https://www.youtube.com/channel/UC2JiKN5Il0dNmaMgsdW1I6A/featured)가 같은 결로 도움이 많이 되었고요.
놀이에 대해 흔히 하는 실수가 '뭐가 좋대', '어떤 인플루언서가 이거 추천했대' 같은 말에 혹해서 일단 사고 보는 겁니다. 이러면 뭔가 바로 실천하는 것 같아 효능감이 들지만 막상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아 장난감을 모셔놓는 경우가 많아요. 네, 제 얘깁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론, 대여해서 아이들 반응 보고 좋아하면 저렴하게 장만해서 성장에 맞춰 방법을 바꿔가며 잘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샀다 = 했다'로 착각하지 말자고요.
[책/대화법]
책 육아는 흔히 초점책으로 시작하시죠? 아이들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읽어주는 분들도 많고요. 저는 돌 정도까지 생존 육아만 하다가 슬슬 놀아줘야 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책에 대해 찾아봤어요.
이 세상도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출판사와 각 출판사별 라인업, 인성-자연관찰-창작 등으로 이루어진 장르의 세계에 놀라던 와중에 '뺑구닷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책 육아=뺑구닷컴'이 되었어요. 거기에 여러 그림책 관련 단행본을 틈틈이 보면서 도서관에서 빌리고, 가끔 지르고 있습니다.
뺑구닷컴에 글 올라오는 양육자분들처럼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책으로 재밌는 시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좋은 책이 많아서 참 감사하고요.
더불어 아이들과의 대화에 저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 틈을 타, 잠깐 책 홍보) 아들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고 하니 주변에서 '성대결절은 기본'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들 양육이 신체적으로만 힘들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임을 염려하신 거겠지요.
전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걸 잘 알아채고, 말로 잘 표현하는 법만 알려줘도 양육자가 할 일의 절반은 한다고 생각해요. 관계를 맺고, 갈등을 해결해가는 가장 근본적인 능력이니까요.
걸음마와 마찬가지로 말도 늦었지만, 뱃속에서부터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며 계속 대화를 나눴어요. 두 돌도 훨씬 지난 후부터 실제 대화가 가능했어도 그전에 무언의(?) 대화를 나눈 게 분명 아이들과 저희들 사이에 쌓였다는 걸 실감해요.
https://youtu.be/Xr21MFX4WqI?t=328
900일경부터 아이들과 감정카드를 활용한 놀이도 종종 하고요. 등하원 하면서도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 나눴더니 요즘은 자기들끼리 대화도 가능해졌어요. (가끔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답니다.)
[야외활동]
코로나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지요.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비롯한 공원, 산과 들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저희는 키즈카페를 비롯한 유아-어린이 공간에 비교적 늦게 갔어요. 코로나로 운영이 되지 않아 반강제로 그렇게 된 면도 있지만, 아이들도 시끄럽거나 답답하면 이내 나가자고 조르곤 해서요.
작은 곳은 지금도 싫어하고 (입구에서부터 절레절레) 플레이 랩, 체육활동 위주의 대형 키즈카페는 30개월 이후에 문 열자마자 가면 조금 즐기는 정도입니다.
두 돌까지 여차하면 나갔어요. 솔직히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양육자들이 답답해서 쏘다닌 것 같아요. 사람이 많지 않은 안전한 곳이면 슬쩍 풀어놓았습니다. 사진을 보니 릉이나 절이 많네요. (종교는 가톨릭입니다만 ㅎㅎㅎ)
17-18개월 즈음 집 근처 놀이터에 처음으로 가보았습니다. 그전까지 놀이터는 다 놀이터였는데, 그제야 영유아 놀이터와 좀 더 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구분되더라고요. 뜯어보니 특성도 제각각 다르고요.
30개월부터 본격 1일 1놀이터 생활이 시작됩니다. 홍제동의 떼굴떼굴 놀이터(여기 한 번 다녀오면 다른 놀이터 모래는 눈에 안 들어옵니다.), 상암동의 난지 놀이터는 고정 픽이고요. 얼마 전엔 엄청난 규모의 놀이터가 있다길래 1시간 반 거리인 용인 수지까지 다녀왔어요.
이제 절반 정도 정리했네요. 애초에 기대했던 대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덕분에 사진도 정리하고 잊고 있던 여러 아이템도 구석구석에서 끄집어내고 있어요. 나머지는 공동 양육자와 각자 생각해보고 맞춰볼 예정이라 저도 설레고 궁금합니다.
1편 자기와 먹기 (침대 세팅, 수면교육, 이유식)
2편 입기와 씻기 (옷, 기저귀 떼기)
3편 놀기와 배우기 (걸음마, 책 육아, 몸놀이, 대화법 등)
4편 꿀템 (가성비, 활용기간 등)
에필로그 : 잘했군 잘했어 vs. 아쉽군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