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으로 만들어 본 시기별, 주제별 양육 책 가이드라인
다섯 편에 걸쳐 세 돌을 돌아봤는데요. 그간 제가 책 리뷰를 올렸던 걸 기억하신 한 분이 '(육아) 책은 무엇을 읽었는지' 정리해달라셔서 지난 3년의 책 기록을 추려봤습니다. 도서관 대출 자료와 주로 책을 사는 YES24/교보문고 주문내역을 엑셀에 그러모으고 Power BI라는 걸로 시각화해보니 아래와 같네요. (*참고 : 빈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중복제거는 하지 않았어요. 마침 Power BI 회사 연수를 듣게 되어 실습 삼아 데이터를 돌려봤어요!)
3년 간 1310권의 책을 봤는데, 그중에 아이들 (그림) 책이 812권으로 62% 정도 되고, 어른이 어른의 목적을 위해 읽은 책이 413권으로 31.5%, 그리고 양육과 관련된 책이 85권으로 6.5%였어요.
천삼백 권을 다 '읽었다'라고 보긴 힘들어요. 호기심에 빌렸다가 손도 안 대고 반납한 책도 있고, 몇 장 읽다가 별로라 덮은 책도 있고요. 반복해서 빌린 경우도 많았어요.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양육자는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 그림책은 8번까지 빌려 봤더라고요. 통상 반납기간 연장해서 3주 정도를 봤으니 거의 반년은 우리 집에 있었던 셈이네요.
어른 책 소설류는 돌 전까지 열심히 도전(!)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대출/구매내역이 없는 걸 보니 포기했다고 봐야겠지요. 스토리가 있는 책은 펴 들 때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니! 언제쯤 소설책 한 권을 느긋하게 읽을 수 있을까요?
이 중에서 오늘은 육아에 대한 책을 추천해드릴까 해요. 제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저자 : 육아 경험이 있는 분야별 전문가. 개인적인 육아 에피소드는 가급적 책으로는 안 봤어요. (유명인은 더더욱) 일화는 이론이 아니니까요.
가독성 : 총기와 집중력이 바닥인 이 시기에 한정된 시간에 읽으려면 가독성, 중요하죠. 그래서 외서는 잘된 번역이 아니면 눈에 안 들어왔던 것 같아요.
출간 일시 : 육아도 흐름이 있고 유행이 있어 보였어요.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은 '참고' 내지는 '왜 이렇게 이 책이 오래 주목받나'에 집중해서 봤어요. 그 외엔 가급적 최신에 출간된 가장 합리적인 책을 보려고 애썼어요.
이렇게 골라본 육아책 85권을 크게 10개 갈래로 추렸는데요.
부모 / 놀이 / 문해력&책 / 영어 / 인지발달 / 대화 / 학습-유아식-생활환경-예술교육
부모
시기를 막론하고 육아가 힘들 때마다 부모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한 책을 봤어요. 국민 육아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를 봐도 문제이자 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아이라기보다 부모잖아요. 외서는 내용이 좋지만 번역과 사례 면에서 아쉬워서 꽤 많이 뺐어요.
[무조건 보세요. 이 책 하나면 일단 어느 정도 올커버]
깨어있는 부모 : 내 안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 셰팔리 차바리
---> 이 책을 보고 너무 훌륭해서 바로 다섯 권을 사서 동료 양육자들에게 돌렸어요. 생애 전반에 걸쳐 어떤 부모가 될지, 그렇게 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최고의 책입니다.
[한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사례와 탄탄한 원리]
푸름 아빠 거울 육아 : 엄마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는 어린이 / 최희수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 푸름 아빠 거울 육아 실천 편 / 김유라 외 공저
--->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양육자들이 푸름 아빠 거울 육아를 배우고 실천해 왔나 봐요. 첫 책은 그 원리, 두 번째 책은 그렇게 아이를 키운 양육자들의 경험담을 실전 편으로 엮은 책이에요. 한국 실정과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로드맵이 되어줍니다.
[외서의 한계가 있지만 주제나 내용 면에서 기초가 잘 잡힌 책]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 스틱스러드, 윌리엄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 화이트필드, 찰스
['메타인지'라는 육아에서 중요한 기능에 대한 기초를 다져줄 책]
임포스터 / 손, 리사
['화'나 '육아스타일 차이' 등의 구체적인 육아고민을 해결해 줄 책들]
나는 오늘도 너에게 화를 냈다 / 최민준
좌뇌 우뇌 밸런스 육아 : 좌뇌형 승무원 엄마와 우뇌형 작곡가 아빠의 전뇌 육아 프로젝트 / 차영경
[출산 전에, 돌-세돌-7살 즈음 주기적으로 읽어야 할 기본서]
엄마의 첫 공부 / 홍순범
---> 의사인 작가가 진료실에서 반복해서 했던, 그래서 모든 부모들에게 한 번쯤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았어요. '애착-훈육-자립'이라는 굵직한 양육의 핵심을 뽑아서 알려줍니다. 큰 그림을 잊을 즈음 한 번씩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에필로그가 무척 공감되었어요.
[세 돌 즈음인 양육자들의 필독서]
세 살, 이제 막 시작하는 육아 : 삶의 기초를 만드는 부모의 말과 행동 / 서천석
---> 흔히 '만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애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요. 의사인 작가는 그래서 놓치기 쉬운, 세 살 즈음과 그 이후의 육아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제겐 세 돌 즈음에 읽게 되어 너무 큰 도움이 되고 감사했던 책이어요.
놀이
읽은 시기를 보니 돌 즈음 몇 권 개괄서를 보고, 두 돌 즈음부터는 적극적으로 '놀이'에 대해 파기 시작했더군요. 지금은 사실 놀이가 일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이 놀이 책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여러 놀이 책 중에 아래 세 권 추천합니다.
[놀이가 왜 중요한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책]
잘 노는 어린이의 잠재력 : 두뇌, 인간관계, 인성을 성장시키는 놀이육아의 비밀 / 유은희
[국내/해외 놀이책 중에 제일 도움 되었어요]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 (연령별) / 장유경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세요 / 앤서니 T.이베네뎃 외
[전문가들의 감통 놀이 노하우가 듬뿍, 사진자료가 충실해서 더 좋아요]
감각 통합 놀이 : 3~7세 우리 아이 발달을 자극하는 감각놀이 172 / 석경아 등 공저
[동료 양육자들이 현실적이고 쉬운 놀이 노하우를 전수해줍니다]
오늘은 집에서 문화센터처럼 놀아요 : 준비물은 최소한, 놀이력은 최대한 키워주는 집콕 놀이 100 / 달콜부부 (한혜령, 신준식)
문해력/책
저희 아이들은 말이 꽤 늦은 편이었어서(지금은 말이 너무 많아 이 문장을 쓰는데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네요) 틈틈이 말문에 대한 책을 봤었고요. 세돌 전후로 하도 다들 문해력 문해력 해서 관련 책을 찾아본 후엔 문해력과 놀이를 잘 엮어주는 데 힘쓰고 있어요.
책 육아에 대한 책은 대부분 '책을 많이 읽어주면 좋다'는 내용이라 그런지 특별히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 없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 열두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나를 키운 그림책 수업/문지애> 같은 책은 에세이로 재밌게 읽었어요.
아래 두 권이 스타터로, 향후 꾸준히 활용할 책으로 마음에 들어서 추천합니다.
[책 육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유용해요]
(우리 어린이 생각 근육을 키워주는) 그림책 소통 육아 : 느린 어린이 말문을 틔워주고픈 엄마를 위한 / 배정아
[전문가들이 작정하고 만든 실용적이고 오래 두고 볼만한 책]
문해력 유치원 : 우리 아이 문해력 발달의 모든 것 / 최나야, 정수지, 최지수, 김효은, 박상아
영어
돌 전후로 엄마표 영어책을 두루 팠는데요. 데이터를 보니 바짝 몰아보고 점점 뒷전이 된 것 같네요. 1세대 엄마표 영어 노하우가 책으로 전수되었다면 요즘은 블로그나 여러 커뮤니티와 교육기관이 좋은 정보를 많이 전해주는 것 같아요. 저도 엄마표 영어에 대한 호기심에 우선 책을 찾아봤고,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으로 옮겨갔어요.
육아에 일종의 유행이 있다면, 엄마표 영어에서 문해력으로 살짝 넘어간 느낌도 들어요. 여전히 엄마표 영어에 대해 많은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중언어교육을 하지만요. 저는 혹시 '내가 영어를 더 잘했더라면 더 행복하고 편안했을 텐데'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영어공부에 대한 강요로 이어지지 않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실제로 어떤 작가는 '엄마표 영어는 영어가 능력을 판가름했던 IMF 시대를 겪은 엄마들의 그림자'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수용하는 선에서 노출은 많이 해주고 있지만 '해리포터 혼자 읽기'나 '24000시간 흘려듣기' 같은 목표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추천은 못 드리겠고, 그냥 제가 읽은 책 리스트 중에 도움이 된 책 제목만 옮깁니다.
- 우리 어린이 첫 영어, 저는 코칭합니다 : 12세 이전 영어 머리 키워주는 엄마표 코칭 영어 / 이혜선
- 톡 투 마이 베이비 = Talk to my baby : 0~4세 어린이의 언어 감각을 길러 주는 엄마의 영어 말 걸기 / 박현영
- 언어와 수리 능력 발달을 위한) 숫자도 익히는 몬테소리 영어 놀이 / 마자 피타믹
- (매일 써먹는, 1일 1 문장) 엄마표 생활영어 : 100개의 패턴으로 말문이 트이는 기적의 영어책 / 고윤경
- 영어 그림책 매일 듣기의 기적 : 엄마표 영어의 성공과 실패는 듣기 환경이 결정한다! / 은영(령돌맘)
- (영어 앞에서 당당한 아이를 만드는 새벽달의)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 새벽달
인지발달
인지발달에 대한 책은 챙겨 보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사람이 태어나서 어떻게 발달해 가는지 전공자가 아니라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요. 인지발달은 놀이, 훈육, 영어, 책 육아 같은 구체적인 이슈들의 주춧돌이지요. 그래서 인지발달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하면 오히려 디테일한 문제들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들도 잘 이해하게 되고요.
[앞으로의 3년 청사진을 어느 정도 그리게 도와준 책]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 어린이의 정서와 인지 발달을 키우는 결정적 시기 / 이임숙
[번역서의 한계는 있지만 한 번쯤 읽어두면 도움 되는 책]
아직도 내 어린이를 모른다 : 툭하면 상처 주는 부모에게 ‘어린이의 뇌’가 하고 싶은 말 / 대니얼 J. 시겔
(마법의 시간) 첫 6년 / 셀마 H. 프레이버그 지음
[우리 아이가 예민하든 그렇지 않든 최치현 교수님 책은 일단 한번 봐 두셔요]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 : 서울대 정신과 의사의 섬세한 기질 맞춤 육아 / 최치현
우리 아이 왜 그럴까? :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는 어린이를 이해하기 위한 발달 이론 수업 / 최치현
저는 한 아이가 예민해서 이 책을 읽었지만 아이들은 계속 변하더군요. 무던하다고 느꼈던 녀석이 어느 샌가 무척 예민해져서 의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는 순하다고 자부하는 양육자 분들도 만약(?)을 대비해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제게는 최치현 교수님이 워낙 매력적이고 믿을만한 작가라 신간이 나오면 꾸준히 챙겨보고 있어요.
[아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제대로 된 훈육 가이드]
아이의 떼 거부 고집을 다루다 / 정유진
대화
제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데요, 이론은 비폭력대화(NVC)로 든든하게 무장하고 책에서는 구체적인 팁과 좋은 대화 사례를 찾아보곤 했어요. 대화법은 육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것 같아요. 우리 몸의 척추처럼요. 애착-훈육-자립, 모든 단계에서 유용하고 반드시 신경 써서 해야 하니까요.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도 오은영 박사님은 늘 이 대화법을 강조하고 고쳐보라고 권합니다.
문제는 대화법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7년째 공부하고 출간까지 했지만 매일 연습하고 또 연습해요. 말은 그저 드러나는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의 마음과 무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화를 바꾸는 원동력은 '부모' 챕터의 책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입에 붙이고 싶은 양질의 대화 사례가 담긴 실용적인 책을 모아볼게요.
[실용적인 대화 놀이 팁이 가득]
어휘력 10배 올리는 하루 10분 대화 놀이 / 김지호
[대화법 책이자 글 자체가 위로가 되는 육아 성장 에세이]
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 세상의 모든 엄마의 첫 말 걸음을 함께하다 / 이선형
[연령대 별 가이드가 큰 도움이 되어요]
엄마의 어휘력 / 표유진
[이런 책들도 읽어보세요]
(화내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진심을 전하는) 엄마의 말하기 연습 / 박재연
마음이 단단한 어린이로 키우는 엄마의 말 / 아비가일 게위르츠
어린이가 원하는 것을 모른 채 부모는 하고 싶은 말만 한다 / 오연경
엄마의 감정이 말이 되지 않게 : 초등 어린이 마음 다치지 않는 엄마의 말들 / 김선호
그 외 주제 : 학습/유아식/생활환경/예술교육
공부, 유아식, 가구와 정리 등의 생활환경, 미술-음악 등의 예술교육은 그때그때 궁금하거나 고민이 생길 때마다 찾아봤어요. 고민은 많이 했는데 책은 몇 권 안 빌린 걸 보니 이런 주제들은 인터넷 검색이 유용했던 것 같아요.
[세상 유명한 잠수네 아이들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교육 로드맵 / 이신애
[자기 주도적 공부가 도대체 뭐야?]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 유정임
[이제 막 시작된 고민, 경제교육]
아이를 위한 돈의 감각 / Kobliner, Beth
[솔직하고 명료한 한국형 음악교육의 가이드맵,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 어린이 첫 음악 수업 : 현직 교사들이 알려주는 부모가 알아야 할 음악 교육의 모든 것 / 이준권, 정지훈
*위 책들을 시기별로 분류하고 딱 세 권씩만 추려서 만든 로드맵은 부록 글을 참고해주세요.
꽤 긴 글이었죠. 여러분은 언제 어떤 책에 도움을 받았는지. 특별히 추천해주실 책은 없는지 궁금해요. 댓글로 나눠주시면 제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제 탐독 주제는 놀이 아이디어와 아이마다 다른 기질이어요.) 양육자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가며 즐겁게 하는 육아 이야기로 자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