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받은 질문에 대한 답
1. 공동체주택은 소유권도 묶이고, 제약이 많지?
'공동체주택' 혹은 '주택협동조합'이란 단어를 들으면 '공동소유', '생활공동체'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시나봐요. 심지어는 집단농장을 언급하는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조합'도, '공동체'의 범위도 그것을 이루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느냐,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매우 자의적이랍니다. 어떤 공동체주택은 주택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아주 끈끈하게 살아가지만 어떤 공동체주택은 매우 느슨하고 자유로워요. 가령 침실과 화장실만 각자의 집에 있고 거실과 부엌은 공유하는 곳도 있고요. 공동육아를 위해 상당한 크기의 공간을 공유하는 곳(성미산 공동체, 은혜 공동체)도 있고, 인도의 오로빌이나 일본의 야마기시 같은 공동체는 소유로부터 자유롭기도 합니다.
제가 입주한 공동체주택은, '하니홀'이라는 커뮤니티 공간만 지분 형태로 공동소유하고 각자의 집은 개인이 소유합니다. 조합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었지요. 저희에 앞서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10개 가까운 마을이 탄생했기 때문에 그곳들의 경험을 두루 반영했어요. 거실이며 부엌도 당연히(?) 각자의 집 안에 완성된 형태로 있고요. 얼핏보면 다세대주택과 다름없어 보이지요.
제주도 눈뫼가름 협동조합주택은 유사하지만 각자의 집이 단독주택이에요. 개인소유인 스물 여덟 가구와 한 채의 커뮤니티동으로 마을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https://blog.naver.com/hcoop/221412022277
규약 역시 조합원들이 정하기 나름이에요. 저희는 ‘매매할 때 하니홀(공용공간)에 대한 지분을 같이 인수’하고, 18가구 중에 ‘절반 이상(10가구)이 반대하면 입주를 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협동조합 정관에 넣었어요. 실제 살아가며 이 규정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시세차익만을 노린다거나 이 커뮤니티의 운영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이 이웃으로 들어올 수 없게, 최소한의 장치로 조합원들이 정한 내용이에요.
2. 다세대주택이나 타운하우스와는 뭐가 달라?
토지매입 혹은 그 이후 단계(설계, 건축)를 이웃들과 진행하고요. 입주 후에 공유공간과 마을운영을 함께 합니다. 건설사가 분양한 집에 입주하면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생활규약을 정한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려움이 많잖아요. 서로 인사 나누기에도 용기가 필요한 정도니까요.
공동체주택은 조합원들이 필요에 의해 서로 돕고, 알고 살겠다는 합의가 우선 이루어집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집을 지으며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어요. 나홀로 주택을 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함께 감당한다고 보면 되요. 실제로 전원주택을 지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도 공동체 안에서 살고자 협동조합에 들어오기도합니다. 집은 어찌어찌 짓는다해도 삶 자체를 한가구 스스로 다 해결하려면 어려움이 따르니까요. 외롭고 막막하고 무서울 수도 있고요.
집을 짓는 과정도 달라요.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어 시공사나 건축가와 동등한 입장에서 짓습니다. 문고리부터 창문, 문짝 하나하나의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물론 각자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요. 기존 분양시장(뭐가 얼마인지, 뭘로 어떻게 짓는지 전혀 알 수없이 완성된 형태를 '상상'하며 뭉칫돈을 미리 지불하는 선분양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죠.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같이 짓다보니 혼자 지을 때는 일어나지 않을 일도 생깁니다. 다른 집 사정 때문에 전체 일정이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게 마치 삶 같습니다.
개별설계도 누군가에겐 기쁨이지만 누군가에겐 스트레스에요. 분양받은 집을 사서 들어가면 고민 안 해도 될 것들을 결정해야하니까요. 그 역시 공동체주택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3. 투자 관점에서 잘한 결정 같아?
투자라... 냉정하게 생각하면 '투자'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투자는 그만큼 종자돈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언젠가부터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고 '레버리지'니 '갭' 등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라고, 누군가는 권합니다.
저역시 대출 잔뜩 받아 하우스푸어로도 살아보고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뭔가 해보려고도 했어요. 그러자 당장 내 거주공간이 척박해지고, 하루하루의 삶이 팍팍해지더군요. 그걸 견뎌야 여유가 생기고 부자가 된다는데 언제까지 견뎌야하는지도 모르겠고요. 그저 은행과 증권사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 같았어요. ‘주거비용'에 큰 돈이 묶이면 묶일수록 일상이 한없이 빈곤해졌어요.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무리해서 희생하고 싶진 않았어요.
한때는 분양대박의 꿈을 꾸며 대학생 시절부터 부은 통장으로 청약도 넣어보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분양가 자체가 능력 밖이더군요. 이번에 집을 지으며 분양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것은 엄두가 안 났어요. 비용도 비용이고 복잡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 와중에 협동조합주택은 좋은 대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집을 짓는 비용이 서울의 20평대 후반 아파트 전세금 정도였기 때문에 더더욱 주저할 이유가 없었어요.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이라 혹시 마음놓고 오래오래 살다보면 '투자' 측면에서도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투자와는 다른 선택을 했어요.
4. 집을 지어보니 어떤 점이 제일 만족스러워?
새 아파트에 입주한 경험이 없어서, 그것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새&내집 마련'에 '이걸 우리가 직접 설계해서 지었다'는 자부심 더하기 '정말 내 삶과 맞는 공간'이라는 만족감을 더하면 될 것 같아요. 기성복과 맞춤옷을 떠올리시면 적당하겠네요. 설계하며 상상했던 여러 일상이 공간에 녹아들어서 몸에 착 붙는 느낌, 아마 직접 설계해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아닐까 싶어요.
5. 협동조합주택,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겠어?
지금까지 읽으며 느끼셨다시피 협동조합주택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어요.
1) 하드웨어 :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 삶에 맞추어 짓는다
2) 소프트웨어 : 이웃들과 (서로 합의된 정도의)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집을 투자관점으로 보시거나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신다면 1번은 장점일 수 없겠지요. 입지가 내 맘에 들라는 법도 없고, 건축가나 시공사와의 만남도 독자적인 건축에 비해 제약이 커요.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예산 내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거고요.
함께 사는데 관심이 없으시다면 2번이 장점일 수 없지요. 저역시 '공동체'나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합니다. 다만 혼자 살며 감당해야하는 어려움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싶었어요. 안전에의 욕구, 독박육아의 어려움, 아직 당면한 문제는 아니지만 노후생활 등 말이에요. 물론 이 모든 이슈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거나 비용을 들여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제겐 역부족이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번과 2번에서 수반되는 여러 갈등과 의견차이를 합의할 수 있느냐에요. 저는 다행히 집을 짓는 과정도, 함께 살며 추구하는 '공동체의 정도'도 제가 원하는 선에서 잘 조율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저희 조합원들은 서로 안전하게 도와가며 살고 싶지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자주 모이는 건 원하지 않거든요. 마음이 맞는 이웃들끼리 자율적으로 교류하며, 공동의 문제는 같이 해결합니다. 때로는 경제적 이익(ex : 단체할인, 공구)을 도모하고요.
남녀노소, 결혼여부, 빈부를 불문하고 안락한 공간에 살면서 이웃들과의 관계도 풍요롭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다들 좀 더 안심하며 건강하게 살테고, 평안한 일상을 밑거름삼아 창의적이고 성숙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겠지요. 저역시 그런 미래를 꿈꾸며 결정했어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척 만족한답니다.
자주 받는 질문들에 답해봤는데 어떠셨어요? 이외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