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같이 살 준비, 이웃 알아가기

공동체주택 예비이웃 인터뷰 프로젝트 - (1) 자문자답

by 이진희

같이 살 집은 지어지고 있는데, 같이 살 준비는 얼마나 했나요? 이렇게 모르는 사이끼리 이웃이 되려하다니...... 우리, 지나치게 용감한 거 아닌가요?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공동체주택의 구성원들은 같은 종교를 가졌거나 오랜 시간 같이 활동하며 서로를 이미 잘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이 맞는 걸 확인하고 가까이 혹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짓는 식이죠. 화학적 융합이 이루어진 공동체가, 주택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이랄까요.


반면 저희는 오랜 지인들이 같이 땅을 산 후에 열두셋 가구를 공개적으로 모집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발기인들을 빼고는 생전 처음 보는 사이입니다.

물론 추가 모집가구를 잘 고르기 위해 이사장님이 일일이 만나서 성향이나 인구통계학적 균형을 살폈습니다. 말하자면 면접을 본 셈이죠. 하지만 사람이 어디 한두번의 만남이나 숫자로는 알 수 있는 존재인가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 집집마다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저희 뿐 아니라 이웃 중 한 가구(일명 홍자매)가 인터뷰어가 되주시기로 했습니다.

단 한 분씩이라도 전체가구를 다 만나볼 예정이에요. 입주해서 '서로 누구세요?'하는 일은 없어야 할테니까요.


예비이웃 인터뷰 프로젝트, 우선 저희 와사비 스튜디오의 셀프 인터뷰입니다.



인트로 (함께 하기까지의 여정)
Q : 하우징쿱을 어떻게 알고 들어오게 되셨나요?

A : 재작년 봄, 전세가 끝나갈 즈음이었어요. 집을 사자니 하우스푸어가 될 게 뻔하고 청약도 잘 안 되더라고요. 전세를 들어가자니 역시나 대출을 엄청 받지 않는 이상 만족할만한 집을 얻기가 힘들었어요. 계속 옮겨다니는 것도 이제 지쳤고요. 그 와중에 서로 식구가 되면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저희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었어요. 둘다 프랜차이즈나 난개발된 곳을 안 좋아하고, 여유있으면서 자연과 가까운 곳을 원했어요. 서울의 집값, 건설업계의 문제나 아파트생활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이 일치했어요.

마침 주변에 생각이 비슷하고 생활범위도 비슷한 직장동료와 지인들이 있어서 같이 집을 지어 살자고 땅도 보고 집도 보러다녔죠. 그런데 그 중 한 분이 '그거 쉬운 일이 아닐텐데 (더구나 넌 건축이나 법규에 대해 잘 모르잖아) 모여서 그런 걸 하는 데가 있다고 들었으니 거길 한 번 찾아가보면 어때?'라며 주택협동조합을 알려주셨어요.


Q : 결정하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 왜 없었겠어요. 일단 부모님이 그거 '기획부동산'아니냐며 사기 아닌지 잘 알아보라고 말리셨어요. 아마 자이, 래미안 같은 이름있는 아파트 들어간다고 했으면 이런 걱정 안 하셨겠죠. 그래서 공동체주택 박람회 다녀온 사진이나 이야기도 많이 들려드리고 이전 프로젝트를 찾아다니며 집과 사람들을 살폈어요. 멀쩡한 분들이 평탄하게 살고 계셨어요. 적어도 사기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

저희 경우엔 이 집이 생애 마지막 집은 아닐 것 같아서 지은 집의 미래가치에 대한 고민도 되었어요. '집짓기'가 평생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긴 했지만 '벌써 해도 되는 건가?' 이런 쓸데 없는 걱정도 했었고요.

하지만 모임에 나와서 다른 조합원 분들을 보고 한결 안심이 되었어요. 저희가 마지막으로 합류한 가구라서 이미 열일곱 집이나 발을 담그고 계셨거든요. '망해도 같이 망하고 잘되도 같이 잘 되겠구나.' 이런 안일한 마음이... 저희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 같아요.


Q : 주택협동조합에 무엇을 기대하세요?
A : 저희는 솔직히 공동체생활에 대한 로망 같은 건 없어요. 오히려 사이가 가까워지길 강요받거나 의사결정이 집단중심으로 돌아가서 감당하기 어려우면 어쩌나하는 조심스러움이 있어요.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편이라서요. 갈등이 생기기 전에 미리 조심하고, 생기면 잘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로 아는 사이라서 안심할 수만 있으면 충분해요.

솔직히 경제적인 기대감이 더 커요. 집을 짓는 과정에서의 신뢰 그리고...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예산절감?


Q : 지금까지의 거주경험을 짤막하게 들려주신다면요?

A : 전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내내 아파트에 살았어요. 아버지께서 한때 건축회사에 다니셨거든요. 독립하면서 빚내서 작은 아파트를 샀어요. 좀더 넓은 곳이 필요해서 더 큰 빚을 내서 20평대 아파트를 샀는데 그 당시가 하우스푸어의 정점이었어요. 정말 보고 싶은 공연이 있는데 생활비가 빠듯해서 못 보는 일도 있었죠. '아~ 이건 아니야'라며 부동산 자산의 비율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싶은 거주환경에 대해서도요.

땅을 밟고 살되 너무 외진 곳은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이 닿는 동네의 단독주택에 3년 정도 전세로 살면서 테스트 했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물론 신경쓸 게 많지만 엄청 이쁘고 깔끔하게 잘 해야지~ 욕심내지 않으니까 또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어요.

그 후로는 원룸생활을 했는데 저희가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어서 짐이 많아요. 집에서 요리해 먹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서 너무 답답합니다. 얼른 집이 지어져서 원룸이나 빌라 졸업하고 싶어요.



우리 집 사람들 이야기
(이 파트는 입주자들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라 브런치엔 블라인드~)


Q : 우리 집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를 꼽는다면?

Q : 오늘 같이 못했지만 같이 살게 될 다른 가족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반려동물 포함)

Q : 내 인생에 제일 큰 위기가 있었다면?

Q : 내가 제일 신나고 재밌어하는 활동은?

Q : 아래 나라 중에 이민을 간다면 어느 나라로 가고 싶은가? (이유는?)

독일 / 이탈리아 / 캐나다 / 태국 / 호주 / 일본 / 미국 / 싱가포르

Q : 이 중에 하나는 꼭 해야한다면?

손 설겆이 / 요리 / 청소 / 수리 / 각종 행정처리 / 여러사람 연락해서 모이게 하기

Q :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Q : 나는 이걸 잘한다

Q : 나는 이걸 못한다

Q : 나는 이걸 싫어한다

Q : 5년 후에 “나 이거 잘 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부분)

Q : 내가 낭비할 수 있는 재능 한 가지가 있다면? (공동체에 이걸 기여하고 싶은 부분)

Q : 토요일 아침에 보통 뭐 하세요? (생활패턴)



'같이 살기'에 대한 고민

Q : 같이 사는 걸 생각하면 어떤 걱정이 드세요?

A : 의견차이를 어떻게 해결할까하는 문제요. 나이나 권위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올해 비폭력대화센터의 중재과정도 이수할 생각이에요. 저부터 평화롭게 대화에 임하고 싶어서요.

이웃 사이의 적정거리도 궁금해요. 가깝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저희만의 공간이나 권리도 존중받고 싶거든요. 제안과 거절이 자유롭고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이 들어서는 동네에 대한 걱정도 몇가지 있는데 공동체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존 마을분들과 어떻게 잘 어우러져 살 것인지, 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 무섭진 않을지, 제반시설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어갈지 같은 문제들이요.


Q : 같이 사는 걸 상상하면 어떤 게 기대되세요?

A : 많이 기대하면 많이 실망할까봐 큰 기대는 안 해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같이 대처하고 여유가 된다면 융통성있게 도우는 정도면 좋겠어요.

적어도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것보다 한결 안심될 것 같아요. 가까이에 있으니 음식이든 생필품이든 서로 남거나 부족한 걸 나눌 수 있겠죠? 급한 일이 있을 때, 집을 봐 주거나 번개 같은 걸 해서 같이 놀러다닐 수도 있겠고요. 저희 집엔 테라스가 있으니 별이 보고 싶거나 밤에 한 잔 하고 싶을 때는 연락주세요. 요가강습이나 비폭력대화 연습모임도 같이 하고 싶어요.


Q : 하니홀(18가구의 공용공간, 약 30평)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A : 집은 각자 소유하고 점유하지만 공용공간은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관리해야하잖아요. 각자 생업에 바쁘기도 하고 공동체에 기여할 여지도 달라서 초반엔 보수적으로 접근했으면 해요.

우선 관리할 여지가 많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활용방법을 한정짓는 고정시설(테이블, 책장, 조리기구 등)도 가급적 자제하고요.

열린 공간으로 두고, 사용할 사람이 그때 그때 목적에 맞게 맘껏 쓸 수 있게 개방적이고 부담없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같이 살다보면 누가 얼마나 자주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도서관? 카페? 체육관? 대여공간? 파티룸? 댄스홀! 하니홀이 어떻게 쓰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날이 풀리고 집이 본격적으로 지어질 때 즈음우리도 서로를 적당한 거리와 깊이로 알아갔으면 합니다.


한 주에 한 집씩 차근차근 이웃들을 만나볼게요!

이전 07화[세미나] 경계 없는 마을 공동체 <스즈카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