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는 금단의 열매를 먹다
경계 없는 마을 공동체 <스즈카 커뮤니티> 이야기를 들었다. 발제자는 스즈카 마을을 세운 오노 마사시 씨와 국내에서 공동체 운동을 하고 계신 네 분이었다.
사이엔즈 방식은 ‘0으로 돌아온다’는 ‘as one(에즈원) 스타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에즈원’은 ‘하나의 세계, 경계나 울타리가 없는 모든 것이 서로 보합하고 조화하는 존재’를 말한다. 좀더 쉽게 이해하기로는 ‘원점(제로)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였다.
우리는 종종 ‘가르침’, ‘정답’, ‘상식으로는’, ‘보통은’, ‘일반에서는’, ‘전례는’, ‘다 그런 거야’, ‘그런 거는 무리야’, ‘될 리가 없지’ 같은 말과 생각 앞에 가로막힌다.
에즈원 스타일은 그런 말과 생각을 잠깐 옆으로 치워 놓고, ‘본래는?, ‘정말은?’,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에 집중한다.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내려놓고 멈추는 연습이 그 시작이다.
얼핏 종교 경구나 관념적인 주장처럼 들리지만 스즈카 커뮤니티는 가정과 회사,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이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요코하마, 하마마츠, 고베의 와라이 쉐어하우스에서는 ‘모두가 가지고 모여 생활’하고 있었고, 심지어 규칙을 정하거나 당번제를 운영하지도 않았다.
회사는 상하나 명령이 없이, 어려움과 스스럼 없이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는 직장을 지향한다. 후쿠오카의 자연식 식당이나 야마구치 장애자 돌봄 시설이 에즈원 정신에 의거해서 운영되고 있다. 스즈카의 도시락 공장과 팜 농장, 어린이 집도 그렇다.
이 커뮤니티와 연구소는 2001년 의욕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걸 꿈만 꾸지 말고 실현해보자’라는 결심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시행착도도 수없이 많았다. 여러가지 갈등과 문제가 생겼고, 그 때 마다 ‘아이고, 어떻게 하지?’ 곤란해하며 대화와 소통으로 난관을 이겨내고 있었다.
2부에서는 유상용(사이엔즈스쿨 코리아 사무국장), 백흥미(성미산학교 전 교사, 스즈카 커뮤니티 유학생), 기노채(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전 이사장), 박민수(은혜공동체 대표)가 대담을 이어갔다.
스즈카 커뮤니티를 둘러싼 경험(유상용, 백흥미)과 각자가 커뮤니티를 꾸리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고민(박민수, 기노채)을 솔직하게 두루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동체라니, 다소 이상적으로 보인다. 사람은 이익을 취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욕구 충족이 우선이라 믿는 내게는 참으로 요원하다. 대담에서 스즈카 커뮤니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막연하게 소개했다면 별 감흥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대담자들은 솔직하고 묵직한 고민을 꺼내놓았다. ‘우리가 이리 공동체에 비관적인 개인적 이유와 역사적 배경’, ‘인간본성에 대한 의심과 냉정함’을 비롯해 공동체에 대한 성찰과 현실적 고민이 이어졌다.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언어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였다. 지난 해부터 공부하는 비폭력대화(NVC)가 다시금 소중하게 느껴졌다.
‘정말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좋은 사람과는 물리적으로도 가까이 있고 싶어서 그게 공동체나 공유주택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한 대담자의 통찰도 매우 마음에 남았다.
‘누구의 마음에도 있는 정말의 바람’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결코 남이 거저 해주지 않는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 주어진 체제나 조직 안에서 허덕이며 꿈만 꾸다 죽을 것인가, 뭐라도 해볼 것인가!
기노채 전 이사장은 ‘내가 스즈카를 알게 된 건 불행의 시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냥 돈 많이 벌고 업자로서 충실히 살면 그만일 것을.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역시 ‘공동체라는 금단의 열매’를 조금씩 나누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