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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효 Aug 08. 2021

모닝을 보고 웃은 적이 있나요?

"역까지 태워줄까?"


진영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를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얘기 중이던 중 비가 쏟아지자 엄마가 얘기했다. 아니 차를 언제 샀데? 찜통 같은 날씨에 삼계탕 집을 찾을 때도, 카페를 찾아 돌아다닐 때도 차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삼계탕 집에서 나온 인삼주를 드시지 않으시더니...


차 가져오는 길에 비 맞으시니 택시타고 가겠다고 한사코 거절해도 코 앞에 주차했다고 엄마는 역까지 태워주겠다는 고집을 꺽지 않으셨다. 때마침 남동생도 우산이 있었기에 둘이 차를 가져오더라.


완전초보. 라고 큼직하게 적힌 새빨간 모닝은 엄마의 성격만큼이나 야무지게 반짝거렸다. 광택이 나는 외관과 정리된 내부는 10년 넘은 중고차란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면허는 딴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에 놀란 눈치를 보이자 신이 나셨는지 "얼마에 샀는지 아나" 라고 물으셨다. 300? 너무 쉽게 정답을 맞춘 눈치없는 아들을 용서해 엄마. 나 그래도 중고차 사는 회사 다녔었어...


핸들을 두 손으로 잡으시고 운전하시며 출퇴근은 기본이고 숙모, 이모, 외할머니와 기장까지 드라이브도 다녀왔다고 여유롭게 얘기하시는 모습이 초보 티는 벗으신 듯. 물론 내 양손은 조수석 핸들을 꼭 쥐고 있더라. 


"아들은 연수부터 새로 받아야 되는데 운전 잘하네" "그제? 이게 뭐라고 못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 엄마의 푸념 섞인 웃음와 나의 오묘한 미소가 겹치며 우리는 진영역에 가기 전 봉하마을로 향했고, 짧은 산책을 하고 서울행 KTX를 탔다. 다음에 내려와선 운전 연수 후 바다까지 모셔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엄마에게 바닷가 드라이브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엄마, 바다보러 가자. 밥이랑 커피는 내가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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