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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효 Oct 11. 2018

난 적응해야 했거든 이 시차

줌토피아(Zoomtopia) 출장 1일차의 기록

잠이 오지 않는다. 장거리 비행 이후 첫날은 시차를 이겨내기 어렵다. 요즘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어 불면증이 다시 온 것 같았지만 지금은 시차 때문에 불면증인지 아닌지 조차 분간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일은 커피의 힘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2번의 10월 9일을 보낸 지금 Zoomtopia를 위해 미국에 와있다. Zoomtopia의 세션을 소개하고, 기록하는 것이 출장의 목표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세션소개에 앞서 미국 출장의 하루하루를 기록해보려 한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올 기회가 생기겠는가.




10월 9일

AM 8:30

출장 전날이라 푹 자려고 애썼다. 정말이다. 하지만 2시가 넘어 잠든 것 같다.

도무지 지금 일어날 수 없어 더 자기로 결정했다. 9시에 가야하는 아침 운동은 포기했다.


AM 10:30

겨우 일어났다. 지난 주말에도 10시 쯤 겨우 일어났던 것 같다. 출근이 아니었다면 어제도 마찬가지였겠지

짐을 챙겨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AM 11:00

2호선과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집 앞에 공항 리무진 정류장이 있지만 도무지 버스를 탈 엄두가 안난다. 차를 타면 어지럽다. 차 특유의 냄새와 흔들림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적응되지 않는다.


PM 01:00

인천공한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교통카드에 찍히는 3,500원이라는 추가 금액이 경악스러웠다. 그래도 걱정했던 인천공항의 이미지와 달리 사람이 적고 쾌적했다. 함께 가는 동료들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미국 여행 전 마지막 한식이었다.


PM 04:00

출국장으로 들어와 시간을 보낸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다.) 왼쪽 편 가장 끝자리에 앉아 9시간 30분의 비행을 보내야한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리디북스를 켰다. '타이탄의 도구들'.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제주도 여행 후 리디 셀렉트를 계속 구독하고 있다. 신간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 많아 만족스럽다.


PM 05:00

첫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장거리 비행 때 소화가 걱정되어 글루텐 프리 기내식을 미리 주문했다. 안심 스테이크와 갈은 감자, 브로콜리, 콜리플라워가 메인 메뉴였다. 과일과 샐러드도 나와 꽤 그럴싸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함께 나온 떡은 좀 벙찌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다 잠들었다.


PM 08:30

잠에서 깼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마저 봤다. 고질라와 건담이라니 참 덕스러웠다. 드론이 온 도시를 감시하고 다니는 장면은 좀 경악스러웠다.


PM 11:00

장거리 비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고, 영화도 한 두편 보고나면 시간이 가지 않는다. 설상가상, 다리는 붓고 저리기 시작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모두 자는 시간이니 부산스럽게 돌아가닐 수도 없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까만 풍경 뿐. 태평양 위를 건너고 있겠지. 유럽 대륙은 대륙 위를 구경하는 맛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내년엔 유럽을 가야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시 책을 편다. 두 번째 책은 기자의 글쓰기.

익히 들어온 좋은 글의 원칙이 담겨있는 책이다. 왜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승무원 분께서 따뜻한 물수건을 나눠주신다. 얼굴에 올려놓으니 잠깐이지만 노곤함이 느껴진다. 아재같다. 그래도 좋다. 곧이어 나온 오늘의 두번째 기내식. 중간중간 씹히는 양파 향이 매력적인 오믈렛이었다. 글루텐 프리 식단을 꾸려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밥을 먹고 다시 책읽기. 지금까지 쓴 글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안 좋은 예시로 꼽은 부분들이 모두 내 글에 있다. 팩폭 오지게 당했다. 내 글에도 AS가 필요하다.


AM 00:13

해가 뜬다. 구름은 고요히 가라앉았고, 색은 핑크 뮬리를 닮은 분홍이다. 다시 10월 9일을 시작하자. 살다보면 인생을 두번 살 수 있으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럼 나는 10월 9일을 두번 살게 되는 건데 과연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대한항공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승무원을 만나뵈었다. 창가 쪽 자리라 화장실 가기가 불편해 잠시 그 분의 가방이 놓여있는 빈자리를 빼앗아 앉았다. 자신의 가방 때문에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보시고 죄송하다고 하셨다. 자리를 옮긴 내가 더 죄송한데 말이다. 그리고 책을 마무리. 단숨에 읽었다. 좋은 원칙들을 품고 다닐 수 있도록 적어 코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M 01:06

해는 떴는데 졸음이 찾아온다. 장거리 비행의 마지막 고비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본다. 혈액순환이 되는 기분이다. 다시 책을 펴본다. 이번 비행은 리디 셀렉트 덕에 버텼다고 해도 될 정도다. 스마트폰으로 읽는 콘텐츠에 익숙해졌는지 페이지가 크고 내용이 많은 책보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리디북스 앱이 더 편해졌다. 듣기 기능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세번째로 폈던 책은 별로라 읽다 멈췄다.)


AM 01:51

땅이다! 드디어 땅이 보인다.


AM 02:21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있는 키오스크로 입국심사를 처리할 수 있었다. 여권을 등록하고, 간단한 설문을 마친 후 입국심사 장에서 짧은 대면심사를 가졌다.


AM 02:59

짐을 찾아 우버를 타고 숙소로 이동. 앱으로 호출해 공항을 빠져나가는 고객을 위한 장소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던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우버 기사는 TMT였다...


AM 04:00(*산 호세는 AM 11시)

숙소에 도착. 다행히 얼리체크인이 되어 숙소에서 쉴 수 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돌아와 기절했다.


이제부터는 현지시각 


PM 07:00

저녁을 사러 동료들과 홀마트를 다녀왔다. 시차 좀비가 되어 다녀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마트 같은 곳이었다. 걸어갔지만 우버를 타고 돌아왔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쳤기 때문이다. 잠시 앉아서 일을 하다 잠들었다.


10월 10일

AM 04:00

당연히(?) 이 시간에 깨어났다. 망할 시차. 건너편 Marriot 호텔 앞에서 시위를 하던 무리가 아직까지 북을 치며 시위하고 있다. 왜 하필 내가 온 지금이란 말인가.


* 2일차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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