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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효 Oct 13. 2018

한번쯤 외국에서 살고싶다.

줌토피아(Zoomtopia) 출장 2일차의 기록

Zoomtopia 출장 2일차, 아직 시차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상쾌한 아침공기를 맡으니 정신이 깬다. 2일차의 소감은 샌프란시스코, 아니 정확히 산 호세는 정말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란 것이다. 동료는 이 곳을 일산에 비유했지만 내가 느끼는 이 곳은 일산보다 한적하고 여유가 넘친다. 때마침 숙소 근처에 주립 대학이 있어 매일 아침이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유학이나 교환학생처럼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조금 부러웠다. 기회를 만들어 외국에서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막연하지만 목표가 생겼다. 오늘은 Zoomtopia 첫 날 세션에 참여한다.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기대된다.



10월 10일

AM 04:00

사실 세번째 잠에서 깨는 것이었다. 11시, 1시, 2시에 이어서 4시까지. 아무리 잠들려 노력해도 북소리가 거슬린다. 'One Job is Enough', Marriot 호텔 앞에서 이 구호를 외치는 그들은 왜 새벽에도 쉬지 않고 시위를 하는걸까.


AM 06:00

잠을 포기했다. 한국시간으로는 PM 10:00. 그냥 카톡으로 노닥거리다 롤드컵을 봤다. 지금 한국은 롤드컵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만큼 LCK 팀들의 선전을 기대했는데 경기력이 신통치 않다. 잠깐 깨었을 때 본 아프리카의 경기력은 정말 경악스러웠다. 마지막 경기, 바이탈리티에게 젠지가 지는 것을 보니 등골이 싸늘해졌다. 올해 LCK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롤드컵 선전을 기원했었는데,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영 좋지 못했다. 훈련받은 상황말고는 대처가 안되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다. 이는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리그와 훈련법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이 필요해보인다.


AM 08:00

같은 방을 쓰는 동료와 아침을 먹었다. Social Policy라는 곳, 그는 이 가게의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Seasonal Hash. 계란 후라이가 올려진 감자, 양파, 양배추, 마늘, 콩, 베이컨의 볶음 요리였는데 간이 기가 막혔다.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에 반했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고소함이 주문한 요리와 잘 어울렸다. 바로 건너편에 학교가 있어 트램에서 내려 등교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얘기하길 이곳은 미국 동부와 달리 아시안이 많은 동네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등교하는 학생들만 봐도 아시안의 비율이 높았다. (한국 출신으로 보이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아. 그래서 그런지 직원이 내 미숙한 영어에도 관대하게 대응해줬다. (그녀는 내가 주문할 때, Good이라든지 Perfect라든지 말을 덧붙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가게의 팁 문화였다. 메뉴 결제 후, 팁을 POS에서 바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었다. 기존의 문화를 서로 더 편리하게 사용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나는 외국인이라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팁을 지불할 수 있는 이 결제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AM 08:30

아직 세션까지는 시간이 남아 간단한 업무와 글을 정리했다.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다보니 단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오늘의 기분에 맞는 노동요를 찾는 것, 이 곳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발라드와 어울린다. 그래서 오늘의 노동요는 태연의 Rain.


PM 12:00

줌토피아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로 가기 위해 로비에 모였다. '우리 서비스는 어떤 제품인 것 같냐'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PM 01:00

첫번째 세션, 주제는 'Zoom Adaption Tactics'. (세션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룰 생각이라 분위기나 인상 깊었던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 'Stingray' Room에서 열렸다. Zoomtopia에서 놀라웠던 것은 기술과 행사이 접목이었다. 입장 체크는 등록증 뒷편의 QR 코드로, 스케쥴은 Zoomtopia 앱으로 확인하며 참석할 수 있다. 행사기간 내내 정말 편리했다. 사실 이렇게 열리는 행사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안내 해주는 것은 정말 골치아픈 일이다.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세션의 집중도를 낮추기도 하고 말이다.


참석자 대부분이 정장과 셔츠를 입은 비즈니스맨이었다. Zoom이 어떤 비전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보러온 우리와 달리 대부분 실제 Zoom을 사용하는 고객이었다. 연사는 Autodesk의 Senior Manager인 Justin Brown과, Univ of Notre Dame의 Product Manager인 Paul Drake. 본인들의 Zoom 사용경험에 대해 얘기했다. Justin은 한 호흡에 한 문단 분량의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그가 얘기한 것을 100% 이해할 수 없었다. 남은 세션도 이러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Justin이 난이도 최상의 연사였고 나머지 세션들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PM 2:00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하니 바로 세션이 시작되었다. 앉아서 세션을 들을 준비도 해야하니 생각보다 세션과 세션 사이의 시간이 짧았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두번째 세션의 주제는 See the Sign : Zoom workplace Digital Signage and Scheduling Displays. 어떻게 줌이 내부 조직문화의 강화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지에 대한 얘기가 중심을 이뤘다. Digital Signage는 회사 로비나 휴식공간 등의 TV에 띄워놓는 영상이나 메시지를 의미한다. Zoom은 Digital Signage를 통해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과나 방향성을 통합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Zoom이 비디오를 통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적인 형태의 콘텐츠로도 조직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PM 3:00

세번째 세션의 주제는 Power Your App with Zoom SDKs. 파트너들이 자유롭게 Zoom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SDK에 대한 얘기였다. 기존의 Zoom이 고정된 형태의 서비스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키워왔다면 이제 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활용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Mobile, Desktop, Web Client와 같은 모든 영역에서 SDK를 지원한다는 내용과 자신들이 DEMO로 만든 앱을 소개하는 형태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welearn이라는 화상교육 서비스와 MYDOC이라는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서 DEMO 형태로 소개했는데, 플링크가 생각하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API의 활용방식과 유사함에 놀랬다.


상대적으로 이 세션에는 참석자가 적었다. 'SDK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일까' 걱정스러웠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고객이 SDK 시장에 있기 때문에 아직 이 시장에 대한 니즈가 형성되지 않은 것인지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션이 끝나고 발표자에게 가장 많은 문의 인파가 몰렸던 세션은 SDK 세션이기도 했다.


PM 4:00

네번째 세션이자 오늘의 마지막 세션으로 How to Support your Zoom End User에 참석했다. 실질적인 케이스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다보니 첫번째 세션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그래도 연사들이 꼽은 Zoom의 가장 큰 장점, 통합과 쉬운 사용성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는 얻어갈 수 있었다.


PM 5:30

행사장에서 빠져나와 근처 스시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시차의 여파가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Fuji Sushi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한국인 부부께서 운영하시는 곳이었다. Fuji와 한인 부부라니 기묘한 조합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추웠던 행사장에서 나와 따뜻한 식사를 먹으니 몸이 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후, 동료가 추천한 Philz Coffee에서 음료를 사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교환학생을 한 적이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없이 브루잉 만으로 음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즐겼던 선선한 날씨와 로비에서 달리 허리케인이 북상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PM 7:00

오자마자 씻고 침대에 누웠다. 당장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조금 참기로 했다. 내일도 4시에 일어날 순 없지. 8시 30분 키노트를 신청했기 때문에 꼭 딥슬립을 해야한다. 코가 시큰거리는 것이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지만, 부디 좋은 컨디션으로 키노트를 들을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다음날 컨디션이 좋아지는 일따윈 없었다.


* 3일차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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