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토피아(Zoomtopia) 출장 3일차의 기록
망했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새벽 4시는 되었겠지 하고 눈을 떠보니. 아직 한시 반이다. 미국 3일차인데 시차 적응이 안된다. 아마도 돌아가는 날까지 시차 적응을 못할 것 같다. 지금 나는 한국시차도 아니고 미국시차도 아니다. 그냥 망한거다. 돌아가서도 고생길이 훤하다. 오늘은 Zoomtopia 2일차이자, 미국 출장 3일차. 출장의 한 가운데인 날이다. 오전에 중요한 키노트 세션이 있다. Zoom의 CEO, Eric의 Keynote와 Product Keynote. 그런데 잠을 2시간 밖에 못 자다니... 부디 오전 세션까지만이라도 정신이 깨어있기를. 시큼하고 진한 커피가 정말 간절했다.
AM 01:30
한번 눈을 뜨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원래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낮잠을 자는 건 1년에 한두번 있는 일이고, 밤에 잠들 때도 모든 소리와 빛을 차단하고 잔다. 그래도 잠드는 데 1시간은 기본이다. 그런데 시차 때문에 생생한 상태로 이렇게 애매한 시간에 깨버리면,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다. 부들부들거리며 잠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롤드컵을 봤다. 부들부들거림이 더 심해졌다.
AM 06:00
30분 정도 선잠을 잔 것 같다. 분명히 필름이 나간 부분이 있으니 잔게 맞는 것 같다.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다.
AM 07:30
함께 깬 동료와 함께 아침을 먹으러 Social Policy로 갔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스크램블을 먹었는데 양이 매우 많았다. 핸드폰을 놓고 와 크로아상과 데니쉬를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생각보다 음식이 나오는데 오래 걸려 급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컨벤션 센터로 이동했다.
AM 08:30
Zoom의 CEO, Eric Yuan의 Morning Keynote에 참석했다. 키노트가 열리는 메인 스테이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는 줌토피아의 시작이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직접 만나 커피를 나눠주곤 했었다고. 올해 2회차를 맞는 줌토피아의 빠른 성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400명 이상의 참석자, 26개 이상의 세션이 개최되었다고 한다. 세션만 놓고 봤을 때, 작년보다 2배 가량 더 많은 세션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Zoom의 성과에 대한 어필. 45B분 이상의 미팅이 1년 간 이뤄지고, 110%의 Headcount 성장률 그리고 Fortune 500개 기업 중 58%, 미국 상위 대학 중 96%가 사용한다는 지표는 얼마나 많은 곳에서 Zoom이 활용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1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Eric은 매우 유머러스하고 HAPPY하게 키노트를 진행했다. 그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AM 08:45
The Speed of TRUST의 저자 Stephen M.R Covey의 세션이 이어졌다. 그는 신뢰가 현제 시대의 새로운 화폐이며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줌토피아에 오기 전, 그가 섭외된 이유가 단지 유명한 책의 저자여서 초청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션을 들을 수록 그가 얘기하는 신뢰라는 주제가 Zoom의 핵심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Stephen을 섭외하지 않았을까) The Speed of Trust는 가장 인상깊은 세션이라 별도의 이야기로 다뤄보고자 한다. 아무튼 그는 열정적으로 신뢰의 가치를 설파했고, Zoomtopia에서 최초로 예정된 종료시간을 넘긴 연사가 되었다.
AM 09:50
Product Keynote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연사로 오른 Zoom의 Head of Product Manager, Oded Gal은 Happniness의 Deliver가 Zoom의 가장 큰 가치이자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B2B IT 기업에서 Happiness라니! 그 과정을 Innovation -> Effective -> Trust -> Feedback, 그리고 다시 Innovation으로 이어지는 자신들만의 End-To-End Communication Cycle로 설명했다. 지금 소개하는 제품의 기능은 이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알리고자 했다. 이어서 세 분의 여성 PM이 나와 업데이트 된 제품의 기능들을 소개했다.
아! Zoomtopia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별, 인종,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사가 무대위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연사는 고객이나 파트너사 또는 Zoom의 직원이기도 했고, 흑인이나 백인, 또는 아시아인이기도 했다. Zoom의 Product Keynote는 고객의 Feedback을 매우 강조했다. 고객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녹여내는 것이 Zoom이 가장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수용하는 문화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을 한데 모으고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었다.
AM 11:00
이어서 열린 Driving a Culture of Collaboration with Zoom 세션은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Zoom이 자신들의 조직문화를 잘 통합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을 것 같기에 사용했고, 자신들은 만족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오히려 Q&A 시간에 흥미로운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리모트워킹과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인 인간들인데 어떻게 따로 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Peter는 리모트워킹도 충분히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Video가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Engagement를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즈니스의 가치 중 절반은 비즈니스 그 자체고, 절반은 Social에 있기 때문에 Social에 대해서도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리모트워킹에 대해 관계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대화가 흥미로웠다. 사실 질문한 사람은 연사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해보기 전에는 리모트워킹으로도 소셜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확신하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 리모트로 일하기 전과 후에 가진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질문한 사람의 의구심과 답변한 사람의 확신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AM 11:30
점심을 사들고 숙소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숙소 근처에서 동료를 만나 함께 카페에서 앉아 얘기를 나누다 점심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왔다. 딱 1시간만 자고 세션을 들으러 가기로. 굳게 마음먹고 잠들었다.
PM 05:00
부끄럽게도 그 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깨어보니 오후 5시였다. 점심 때 사온 샐러드는 식어있었고, 오렌지 주스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세션을 듣고 온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Zoom과 Amazon(정확히는 알렉사), Zoom과 Chorus의 Collaboration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저녁은 스킵했다. 식욕도 없고 먹으러가기엔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동료들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조금 더 잤다.
PM 08:00
오늘 새벽에 귀국하는 동료가 있었기 때문에, 공항으로 떠나기 전 Zoomtopia에 대해 Wrap up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맡은 영역이 제품, 사업, 마케팅으로 달랐기 때문에 각자의 시선에서 본 Zoomtopia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꽤나 상충되는 의견도 있었고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도 있었다. 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게 흥미로웠다.
PM 09:00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가 동료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를 Uber와 함께 보내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약을 챙겨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느덧 나의 출장도 내일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 4일차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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