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5년

5년 후, 디지털노마드는 자연스러워질까

by 최길효

5년 전, 나는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스타트업이 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땐 작은 회사에 가면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조차 생소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어련했을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보다 작은 벤처에서 일하고 있어라고 얘기하는 편이 훨씬 설명하기 좋았다. 모든 말은 듣는 사람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5년이 지난 지금, 스타트업은 큰 흐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조 가치가 넘는 유니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굳이 이런 걸 모르더라도 이젠 TV 광고의 절반은 스타트업의 광고가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회 속에 스타트업이 익숙해진 것이다.


지금 나는 디지털노마드로 일한다. 사실 직업이라고 해야할지 수식어라고 해야할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친구들은 '지금 회사처럼 자율근무하는 회사 아니면 못다니겠네. 적응하기 힘들겠어'라고 얘기한다. 처음 스타트업을 설명하던 때가 생각난다. 이미지만으로 설명하기엔 내가 노마딩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복합적이다. 결론부터 얘길하자면 솔직히 그렇진 않다. 해외로 떠나 노마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내가 할 일을 허락된 장소에서 할 뿐이다. 만약 다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회사에 다니게 되더라도 그 뿐이다. 한가지 달라진거라면, 회사일이 끝나도 나를 위한 일을 한다는 것. 내 시간, 내 생활을 직장의 범주에 규정짓지않고 더 풍성하게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보다 더 큰 나를 찾은 것이 내가 노마딩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디지털노마드는 우리에게 더 익숙해져 있을까. 평생 직장이 없다는 얘기를 하면 보통 사람들은 자영업, 사업을 생각한다. 하지만 1인 기업, 프리랜서로 사는 법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크리에이터라는 직군까지 등장해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뭔가 크고 거창한 사업체를 운영할 것 없이 내 밥벌이를 내가 하는 것, 프리랜서가 사람들에게 더 익숙해질 수록 디지털노마드는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는 장소에 상관없이 노트북만 갖고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회사에서 일하며 노마딩을 하지만, 혼자가 되더라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결국 실력을 갖추고, 나를 알리는 수 밖에 없다. 10년 전 들었던 자기 PR의 시대라는 캐치프라이즈가 갑자기 떠오른다.


일을 시작한 5년 전부터 앞으로 일할 5년 후까지의 모습을 그려봤을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조직이 점점 작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개인까지. 내가 원하는건 그냥 다들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위한 일을 하면서도 배고프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좀 더 잘하면 남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세상. 앞으로의 변화가 그런 세상을 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물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이 이야기가 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5년 후에 30대 중반이 되는 것은 싫지만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있을지는 힐끗 훔쳐보고 싶다. 아무쪼록 다들 지천명해서 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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