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
정도도 모르고 삐죽이며 솟아 올라온 풀들을
축축한 열기와 땀을 내뿜고 자라나는 새파란 것들을
나는 베어냈다
자라나는 것이 단칼에 잘려나갈 땐
코를 찌르는듯한 비린내가 난다
베어도 베어도 사라지지 않는 풀비린내
차마 닿지못한 그 열망이 공기중에 흩어진다
찐덕한 진액을 내 온 몸에 흩뿌리며
저가 이곳에 살아있었음을
이 내 손에 죽임 당했음을 알린다
짓밟아도 짓밟아도 질리지도 무서워하지도 않고
나를 두려워 하지도 않는 그것이 되려 무서워져
나는 새파란 얼굴을 하고 그 새파란 풀들을 계속해서 베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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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에 내려오면 마당에 가득한 풀을 뽑고 치는게 일상이다. 얘네도 생명인데 마당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잡초 한뿌리 한뿌리를 열심히 뽑는다. 여름이나 봄이면 내가 뽑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뽑아도 뽑아도 자라는 풀들의 생명력에 압도된다. 죽임을 당하는 건 풀이지만 나도 두려움에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