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종류도 깊이도 다르지만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불안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알 것이다.
깊이 박힌 불안은 그림자처럼 어쩔 도리 없이 끈덕지게 붙어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그 앞에서는 마냥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반적인 불안과 불안을 병적으로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다.
불안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을 내몰 일이 아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불안해하는구나'라고 자신 또는 타인을 힐책할 일도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일반적인 불안과 불안을 병적으로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사람한테 '기침하지 마'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그만 불안해해'하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차라리,
'불안 속에서 네가 참 많이 힘들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애를 쓰고 있구나.'
'네가 지금 많이 불안하구나. 괜찮아.
넌 지금 안전한 상태이고 잘하고 있어.'
하는 사려 깊은 공감의 포옹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불안하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삶인지 모르고,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삶을 살아간다.
세상에 정답이 없듯이 내 언행이 정답일지 오답일지도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세상에는 모순된 합리적 규칙 속에서, 도의적인 서로 간 약속 안에서 흘러가고 있다.
세상은 불안하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불안하다.
잘하고 싶지만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불안감이 계속 나를 잡아먹는다.
그렇지만 불안이란 어떤 해석이나 논쟁의 여지도 없는 순수한 생리이다.
불안을 안고 산다면 자신과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흘러온 세상이고, 이렇듯 흘러갈 세상이다.
급류 같은 세상의 물살에서 멀리 떨어져 유영하듯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물살에 구태여 헤엄치지 않고 몸을 맡기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가두고 있던 불안의 테두리가 조금은 옅어지고 세상에 이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난 아직도 불안하다.
여전히 강박과 종종 싸우면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이젠 제법 노련미 있게 강박과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요령이 쌓여갔다.
불안 속에서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 심리적 연륜이 생겨났다.
이처럼 불안을 안고 사는 나에게,
불안과 싸워가는 사람들에게.
참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참으로 애쓴다고.
그렇지만 불안해도 괜찮다고,
화염 같은 불안 속에서도 참 따사롭고 굳건히 살아가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심리성장 에세이 '닫힌세상' 마침.
글쓴이 기리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