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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ptember Sky May 23. 2018

언젠가 포기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

나는 알고 있다. 남자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한번은 정리해야 하고, 언젠가는 제대로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우리는 겁이 많다는 핑계를 대며 도저히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 여기까지 끌어왔다. 또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일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말이다. 난 늘 내 마음과 반대로 말한다. 아니오, 싫어, 안돼, 별로와 같은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과는 다른 반대되는 말이다. 여자의 칠흑같이 검은 머릿결, 작고 길죽한 손의 감촉, 향기 없는 얼굴의 매끈함, 뜨겁게 열기 솟아나는 너의 몸까지 전부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우리의 기억이 쉽게 지워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나와 얘기할 때 여자의 슬픈 얼굴이 점점 사라지고 기쁜 표정이 된다. 난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은 쓸쓸하다. 마치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정작 여자의 슬프지 않은 표정은 '내가 없어도 계속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해서도 여자는 똑같이 생각한다. 나의 기쁜 모습은 너의 슬픈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너의 기쁜 모습은 나의 슬픈 모습이다. 너는 나에게 항상 보이지 않는 것만 주어서 내가 두고 보면서 너를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네가 내게 준 보이지 않는 습관으로 성장하는 나는 무척이나 행복한 모습에 자신만만하고 일부러 다부진 마음으로 살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은 세상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차 있다. 함께 침대로 향하고픈 욕망이거나, 멀리서 지켜보며 다 받아주면서도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순정이거나, 그저 길가 고양이에게 먹을 거 하나 던져주는 선의일지도 모르지만 나를 더 세상에 가깝게 다가가게 한다. 한때는 꽃이 좋았다. 언제부터인가 꽃이 어서 빨리 지기를 바랬다.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그 애닯은 마음에서 벗어나는게 더 속시원 했다. 이루지 못한 바램들은 의미가 있을까? 스쳐 지나가는 일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닐까? 사라지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일들로 풍요로운 시절, 행복하던 날, 기쁘고 아름다운 순간이 우릴 성장시켜 주던 때는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어째서 모든 삶에 필사적이었는 지 알았다. 난 내가 알아채든 못하든 상처받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남에게 휘둘리지 않으려 했다. 한 순간도 다른 사람의 의도에 나의 촘촘하고 엉성한 삶이 맥없이 풀려버리지 않기를  바랬다. 언제나 자주 휘둘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상한 감정을 어떻게든 풀려고 했다. 한 순간도 다른 사람에 휘둘리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때때로 삶을 일찍 마감하기도 한다. 그들을 존중한다. 삶이 허무해서건, 가벼워서건 모두 버리고 갈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강해지고 싶다면 강해져야 한다. 아무런 대책이 없을 때는 그냥 무작정 해야 한다. 



 여자가 말 한 마지막 일이 남았다. 내게 하라고 한 마지막 일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가깝다면 가깝다. 내게 남겨진 마지막 할 일이다. 그일마저 하게 되면 이별이 올까 모르겠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애틋하고 마음은 힘들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면 떠나는 일만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항상 부족한 마음을 억지로 참아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새로운 계절을 반복해서 맞이했다. 더 직선적이고, 강하고, 투명한 말은 하지 않았다. 가끔 후회한다. 존재의 의미는 그의 부재속에서 발견된다. 소중한 사람은 떠난 후에야 증명이 된다. 아무런 후회는 없다. 사랑일리는 없지만 그랬고, 우정이라면 원없이 나누었다. 늘 갈망했고 늘 원했고 늘 보고싶었다.  


'찔레꽃'의 꽃말은 '온화(溫和), 고독, 자매의 우애' 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놓지 않고 붙잡고 있는 한 계속 그 세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 조건이 하나 있다. 우리가 다시 태어나길 원한다면···. 


요즘은 식탐이 하늘을 찌른다. 무엇이든 배부를 때까지, 끝없이 먹는다. 꾸준한 강제와 규율, 규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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