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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ptember Sky Sep 27. 2018

그 여자 그 남자

그 여자와 그 남자가 사는 법

어느 날은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지독하게 몰입하여 해내는 그런 부류의 사람. 회사 다니며 배운 목공 실력으로 찻상을 만들어 주위에 나누어 주기도 하고, 앉은상을 멋있게 만들어 거실에 둘 정도로 잘 배우는 사람. 죽기 전에 악기 하나 못 다루고 죽는 게 슬프다고 피아노 학원을 2년 다니다가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다시 우쿨렐레를 배우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같이 배우기를 중단했던. 

요리가 배우고 싶다며 일식, 한식, 중식 학원을 부지런이 알아보는 사람. 말리지만 않고 시간이 흐르면 근사한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직접 익히고, 작은 것들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준비하고, 그런 일들이 자기가 사회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라면서 빈틈없이 준비하는 사람. 그를 어쩌다 만나면 꽃과 마카롱을 챙겨주고, 보온병에 담아온 물로 차를 우려내는 사람. 눈먼 집착을 아래에 깔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만 보면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다.


퇴근을 막 하려던 차에 잊었던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누군가 잊지 않고 가끔이 아니라 아주 가끔이라도 걸어주는 안부 전화가 크게 고마웠다. 여간해서 먼저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지 않는 여자였다. 끊을 때가 돼서야 '내가 전화하니 고맙지? 응? 고맙지? 고마울 거야' 하는 목소리가 귀여웠다. 언제, 어디서,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짓을 해도 거침없이 멋진 사람이다. 언제나 부재중은 부재중이었다. 하는 일이 있는 여자로서는 당연하게 늘 일정이 빠듯하고 바쁜 사람이었다. 

가끔 보고 싶어 하는 개인적인 전화가 아님에도 송신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부재중이므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란 메시지가 떴다. 씹히기 일쑤였다. 무얼 이루고 사는 건지 답답했다. 그래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을이 지건, 비가 오든, 계절이 바뀌든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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