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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ptember Sky Feb 07. 2020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은 1981년 중국의 문예지 十月 제1 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인방(四人帮, 문화 대혁명 기간 동안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4명 장칭(江青), 왕훙원(王洪文), 장춘차오(張春橋), 야오원위안(姚文元)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 실각후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이 소설만큼 인기를 끈 것은 없다. 특히 북경대 학생들 사이에서 대단히 환영을 받았는데 다소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이책을 입수해서 밤새워 읽는 학생들로 북경대 기숙사는 불야성을 이뤘다 한다. 


  이 자전적 소설의 구성은 주인공이 회상하는 형식으로 한 소년이 한 여학생과의 우연한 네 번의 만남을 특성에 맞춰 배치하고 15년 세월을 함축시켰다. 간결한 문체 풍부한 감성 표현으로 독자를 압도하면서 사춘기에서 30대까지 성장 과정을 밀도 있게 봄의 정취와 여름의 치열함, 겨울의 공백과 단단함, 가을이 결실속에 결합함으로써 청춘 소설의 정도를 유지한다. 


  어렵게 찾아낸 책의 정보는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晩霞消失的時候》, 예평禮平 지음, 박재연 옮김, (청주 : 온누리, 1987.10)와 같다. 책의 저자인 예평에 관한 정보는 안타깝게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한 청춘남녀의 비극적 만남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역사와 사회적인 조건을 헤쳐나갈 수 없음을 그렸다. 일생을 통해 단 네 번의 만남으로 남자와 여자는 삶을 채창조하고 재설정한다. 


  꽃, 나무, 햇빛, 물, 바람으로 가득한 봄날, 한 동네에 살던 소년(이회평)과 소녀(남산)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 소년만이 아는 비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 '셰익스피어 희곡집'을 빌리는데, 그 책은 영원히 남자에게 남는다.  


책에는 아래와 같이 엄마가 남산에게 남긴 글이 있다.


사랑하는 남산(南珊)에게
언제나 근면 성실하길 바라며
1964. 4.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에서 엄마가 


"남을 욕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나쁠게 뭐 있어?"


"야만적이야."  


  뜨거운 여름, 문화혁명 한가운데서 홍위군이 된 소년은 국민당 장성 출신으로 부유하게 살던 초헌오 집을 수색하러 갔다가 외손인 남산과 남동생인 남침을 만나게 된다. 홍위병에 둘러싸여 가족을 심문하는 남자와 여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고통스럽다.


  눈발 날리는 겨울, 농촌으로 추방되어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남자는 여자와 초헌호의 이야기를 곁에서 모두 듣게된다. 남자의 이야기와 여자가 절친한 벗이 되고 싶었지만, 가택수색으로 실망을 안겨준 이야기와 17살인 여자의 마음을 알게된다.    


  십이 년이 지난 가을, 삼십 대 초반의 당 간부가 된 남자는 태산을 오른다. 태산 등정의 가이드가 바로 여자였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삶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눈다. 어떤 약속도 합당하지 않는 나이에 여자는 남자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여자를 갈구하는 남자와 현실을 직시하는 여자는 앞으로 단 한번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  


20살 때 읽은 책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일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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